62명에게 돈 받고 '엉터리 학위' 주선…교육부, 퇴교·학교 분리 등 강력 제재

서울장신대학교(총장 민경배) 대학원 재학생 28명은 2월 25일 학교 측으로부터 퇴교 처분을 받고 충격에 휩싸였다. 이들이 대학원에 진학할 때 제출한 학사학위가 1년이 지난 뒤 인정되지 않는다는 통보를 받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 학사학위는 서울장신대가 주선한 미국의 한 통신대학에서 받았기 때문에 학교에 대한 배신감은 클 수밖에 없었다. 이들과 같은 대학에서 학사학위를 받은 올 해 입학예정자 34명(미등록 20명 포함)도 뒤늦게 합격이 취소됐다.

   
▲ 서울장신대 광주캠퍼스 전경. 서울장신대는 서울 신설동에 비인가 신학교를 운영하며 이 학교 출신 학생들을 대학원에 입학시켰다가 교육부의 제재를 받고 중도에 퇴교시켰다. ⓒ뉴스앤조이 신철민
이날 학교 측은 "교육인적자원부로부터 시정 권고를 받았다"며 퇴교 조취를 내릴 수밖에 없음을 알렸다. 학교 측은 1년간 등록금을 전액 환불하고, 부산사이버대학교 등과 접촉해 해당 분야 학사학위를 받을 수 있는 길을 주선해 주고 한 학기 등록금도 학교 측에서 대신 지불해 주기로 약속했다.

돈을 돌려받은 학생들은 "1년 동안 별 탈 없이 다닌 대학원을 갑자기 떠나게 돼 씁쓸하지만 학교가 문제해결에 적극 나서고 있어 조용히 넘어가길 원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사태로 학생들은 씻기 어려운 상처를 입었고, 서울장신대도 기독교학교의 도덕성과 공신력에 적지 않은 타격을 입게 됐다.

학교 존립 때문에 '학위 장사' 시작

서울장신대가 '엉터리 학사학위'를 주선한 것은 200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서울장신대가 속한 대한예수교장로회(통합)는 제87회 총회에서 2007년부터 목회연구과정을 폐지하기로 결의했다. 이러한 결정으로 서울장신대 서울캠퍼스(학장 김태섭)는 학생 모집에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측됐다.

서울장신대는 오래 전부터 서울 신설동에 정부의 인가를 받지 않은 서울캠퍼스를 운영했다. 서울캠퍼스가 교육부로부터 학력을 인정받지 못한 것을 알면서도 학생들이 찾은 이유는 단 하나. 서울캠퍼스를 나오면 교단 산하 신학대학원의 목회연구과정(교육부 비인가과정)으로 진학해 목사가 되기 위해서다. 그런데 총회의 결의로 이 길이 끊길 위기에 놓인 것이다. 학교로서도 학생 모집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것은 당연하다.

이를 일거에 타계하기 위해 학교 측이 고안한 방안이 졸업생들에게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사이버대학인 버나딘대학교 학위를 주선하는 것이다. 본교 대학원으로서도 학생 유치에 상당한 도움이 되기에 반대할 이유가 없는 방안이었다. 게다가 김태섭 학장은 "버나딘대 출신 학생들이 한국의 유수한 대학원에 진학한 사실을 확인했다"며 "기본적인 조사까지 꼼꼼히 챙겼다"고 밝혔다.

2003년 11월 서울장신대 민경배 총장은 버나딘대 국제부총장 신태웅 목사와 협약을 맺고, 4학년과 졸업생을 대상으로 버나딘대 입학생을 모집했다. 버나딘대 입학생은 △등록금 △입학신청서 △서울캠퍼스 성적증명서 △학장추천서만 제출하면 '강의를 듣지 않고'도 학사학위를 받을 수 있었다. '전문성을 갖춘 기관 등에서 교육을 받으면 버나딘대에서 공부한 것과 같은 효력을 갖는 것으로 인정하고 학위를 줄 수 있다'는 버나딘대 학칙에 따른 것이다.

한편 서울장신대가 공지한 '버나딘대 학위 수여자 선발 안내'에는 버나딘대 등록금이 4000달러(학교지원 1600달러, 본인부담 2400달러)로 나와 있다. 그러나 두 학교가 맺은 협약서에는 등록금을 2000달러로 명시했으며 신 부총장과 김 학장은 이를 모두 인정했다. 서울장신대는 학생들에게 1600달러를 지원하는 것으로 선전하면서 실제로는 한 사람당 400달러씩 더 받은 것이다.

학생에게 학위를 준 것 외에도 두 대학은 문제가 터지기 전까지 활발하게 '교류'했다. 작년 1월 버나딘대는 김태섭 학장에게 명예철학박사학위를 수여했고, 신 목사는 서울장신대 자연치유선교대학원에서 강의했다.

교육부, 서울캠퍼스 분리 요구

이렇게 해서 서울캠퍼스 학생 62명은 작년과 올 해 서울장신대 대학원에 합격했다. 그러나 이같은 학위 세탁은 서울장신대의 아무개 교수에 의해 세상에 알려졌다. 그는 지난 해 대학원 입학 심사에서 교육부가 버나딘대 학위를 인정하는지 확인한 다음 합격시켜야 한다며 '평정보류'시키며 학교 측의 결정에 제동을 걸기 시작했다. 이에 학교 측은 버나딘대 출신들을 '조건부합격'시켰다.

그러나 서울장신대는 자신이 주선한 학위의 인정 여부를 뒤늦게 교육부에 확인할 필요를 느끼지 않았다. 학생들도 자신이 '조건부합격생'이라는 불안한 신분이라는 사실을 모른 채 학교를 다녔다. 그러나 이 교수는 LA총영사에게 문의해 버나딘대가 미국 서부지역 학교 및 대학협의회에 가입하지 않았고, 주 정부의 허가를 받았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를 근거로 교육부에 민원을 제기했다.

작년 11월 YTN과 SBS 등 일반언론도 서울장신대가 엉터리 학위 장사를 하고 있다고 고발했다. 이 언론들은 "학위를 줄 수 없는 교육원에서 미국의 통신대학을 동원하는 편법을 써 이른바 '학위 인증서'를 발행해 줘 졸업생 상당수가 본교 대학원에 들어갔다" "학교에서 돈을 받고 외국대학 졸업장을 팔았다"고 비판했다.

당시 학교 관계자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더 이상 변명의 여지가 없다. 이제는 안 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서울장신대는 언론의 뭇매를 맞고 교육부의 조사를 받는 와중에도 학위 인정 여부를 확인하기보다는 이미 합격한 버나딘대 출신을 구제하는데 주력했다.

그러나 이미 언론을 통해 문제가 공개됐기 때문에 교육부로서도 눈감아줄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서울장신대는 학생들에게 사태를 충분히 설명하지 않고 교육부 설득에만 매진했기 때문에 사태를 더욱 키웠다. 교육부는 버나딘대 출신 학생들에 대한 시정 조치뿐 아니라 서울캠퍼스 운영에 대해서도 강력한 제재를 가했다.

교육부는 공문을 통해 서울장신대의 서울캠퍼스 운영을 고등교육법 위반으로 간주하고 "서울캠퍼스 명칭을 삭제하고 처리 대책 등의 필요한 조치를 취해 그 결과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따라 서울장신대 법인이사회는 최근 본교인 광주캠퍼스와 서울캠퍼스를 분리해 서울캠퍼스에는 서울장신대라는 명칭을 사용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또 두 캠퍼스 총책임자인 민경배 총장은 서울캠퍼스에서는 손을 떼기로 하고, 김태섭 서울캠퍼스 학장도 광주캠퍼스의 자연치유선교대학원 원장에서 물러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이번 사태는 교육부의 시정 조치로 끝나지 않고 법정 싸움으로 번질 것으로 보인다. 학교 내에서 문제를 제기하던 교수가 수원지검 성남지청에 민경배 총장·곽선희 이사장·김태섭 학장·신태웅 버나딘대 부총장 등 12명을 사기공모 혐의로 고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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