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신리더십아카데미 '낯익은 목사들'의 수업 현장

   
▲ 장신대가 개설한 장신리더십아카데미 수업현장. 이날 수업은 싸이월드를 체험하는 시간으로 목회자들은 난생 처음 해보는 것이라 진땀을 흘려야 했다. ⓒ뉴스앤조이 이승규
"아니, 뭐가 이렇게 힘들어."
"좀 가만히 있어 봐요. 사진 찍기가 힘들잖아요."
"저기, 나는 잘 안되는데 와서 좀 봐줘요."

무슨 소리냐고 궁금해하는 독자들이 있을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장신리더십아카데미(원장 임성빈 교수) 수업 시간에 나오는 말들이다. 무슨 수업 이길래 저런 이야기들이 오고 가는 것일까. 이들은 이날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인 '싸이월드'를 체험했다. 난생 처음 해보는 사람들이 대다수인지라 질문은 끝없이 쏟아졌다.

이들을 도와주기 위해 수업에 참여한 조교들은 목회자들의 질문을 소화하느라 진땀을 흘려야했다. 이날 수업의 주제는 바로 '디지털 경험'. 학생들은 '싸이월드'에 자신의 홈피를 만들어 '폰카'로 '셀카'를 찍고 이를 직접 올렸다.

직접 홈페이지 만들고 사진도 올려

자신의 홈페이지에 매일 왔다 갔다 하는 사람들이야 이런 일이 매우 쉬울 수 있지만, 나이가 지긋히 든 목회자들에게는 그야말로 고역이다. 젊은 사람들이 하면 5분이면 될 일을 이들은 30분이 훨씬 지나서야 겨우 완성했다. 그러면서도 마냥 신기한 듯 계속 사진을 찍고 홈피에 올리는 모습이 영락없는 10대다.

이쯤되면 과연 이 수업을 받는 사람들은 누굴까하는 궁금증이 생긴다. 새문안교회 이수영 목사, 명성교회 김삼환 목사, 영락교회 이철신 목사, 덕수교회 손인웅 목사, 예장통합 서기 손달익 목사 등 예장통합 교단 내에서는 그래도 알아주는 이름이 즐비해있다. 

장신리더십아카데미는 장로회신학대학교(총장 김중은) 부설 목회자 재교육 기관이다. 사실상 목회자 재교육기관이 전무한 한국교회의 현실에서 이 아카데미는 감히 목회자의 재교육을 들고 나왔다.

수업은 매우 실제적으로 짜여 있다. 그냥 사회의 저명인사를 초청해 강의를 듣는 방식에서 벗어나 한 분야의 전문가를 초빙해 그 분야에 대한 현 상황과 전망을 듣는 식이다. 첫 강의는 커뮤니케이션 전문가인 박영근 박사가 목사와 교인들 간의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강의를 했고,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도 초청해 북한과 동북아 정세에 대한 얘기도 들을 계획이다.

또 박상은 원장(안양샘병원)에게 생명윤리에 대한 강의를 듣고, 교회와 나눔이라는 주제로 최영우 대표(도움과나눔)의 이야기도 준비되어 있다. 김주현 원장(현대경제연구원)은 오늘의 한국 경제 현실과 미래라는 주제로 강의할 예정이다.

이들의 강의는 강의실에서만 이루어지지 않는다. 삼성전자를 방문해 변화하는 기업 문화를 직접 견학하기도 하고, 성균관대학교와 고려대학교를 찾아가 대학생들의 문화를 직접 체험하기도 한다. 이 뿐만이 아니다. 마지막에는 부부끼리 대학로를 방문해 연극을 한 편 관람하고, 이에 대한 소감문을 발표할 예정이다. 어떤 연극을 보라는 주문도 없다. 그냥 마음가는대로 기분 내키는대로 보면 된다.

'감히' 목회자를 재교육하려는 이유

장신대가 특별히 목회자 재교육에 나서는 의미는 무엇일까. 리더십아카데미의 원장인 임성빈 교수는 "지금 사회는 급변하고 있는데 반해 교회의 지도력은 날이 갈수록 공신력이 추락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신력이 추락한 이유는 목회자들이 세상을 제대로 알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게 임 교수의 진단이다.

목회자가 세상에서 일하는 교인들의 마음을 알고 먼저 다가가 치유하고 함께 고민하는 것이 필요한데, 리더십이 추락하다보니 교인들이 "목사님한테 얘기해봐야 똑같지"라는 생각을 하기 때문에 둘 사이의 교감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는 목회자도 마찬가지다. 역시 리더십이 추락해 "내가 말해봐야 뭐 듣겠어"라고 생각하기 일쑤다.

이런 상황이다보니 세상에서 주로 생활하는 교인들은 교회에 와서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또 반대로 교회에서는 활발한 활동을 하는 교인들이, 사회에서는 소극적인 모습을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모든 문제가 목회자의 리더십 추락에서 나오는 현상이라고 임 교수는 생각한다.

이 강의는 꼭 부부가 함께 들어야 한다. 가정이 하나가 되지 않으면 리더십도 살 수 없다는 것이 이유다. 그래서 그런지 강의에 더 열심인 것은 오히려 부인들이다.

   
▲ 강의를 듣기 위해서는 예장통합에 소속한 목회자면 된다. ⓒ뉴스앤조이 이승규
리더십이라는 단어가 주는 어감 때문인지 '그들만의 모임'이 아니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임 교수는 "가장 우려했던바"라며 이야기를 했다. 그는 리더십이라는 단어 자체가 이미 배타성을 지니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장신대리더십아카데미가 주창하는 것은 관계의 리더십이라는 게 임 교수의 설명이다.

지금까지 목회자들의 섬김을 받아왔을지 모르지만, 이제는 섬기는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도록 리더십아카데미가 도와주겠다는 것이다. 또 아카데미에 참여하는 사람들 역시 꽉 막힌 사람들이 아니라 충분히 변할 수 있다는 믿음도 강좌를 개설하는데 한몫했다.

예장통합 목회자면 누구나 참가

리더십아카데미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예장통합 목회자 소속 목회자 외에는 별다른 조건이 없다. 이것도 조만간 타 교단으로 영역을 확대할 방침이다. 교회의 교인수가 적든 많든, 담임목사든 부목사든 상관없다.

"장신대리더십아카데미는 학교 입장에서는 목회자에 대한 '애프터서비스'다. 이것은 새로운 실험임에 분명하다. 그러나 목회자들 역시 끊임없이 배워야 한다. 지금까지 교회를 성장시키는데만 골몰해있던 목회자들이 리더십아카데미를 통해 끊임없이 깨우치는 개혁교회의 신학을 배웠으면 좋겠다"

과연 장신대의 새로운 실험이 공신력이 추락한 한국교회의 리더십을 살릴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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