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생 좌담… 후배들에게 아직도 못다한 이야기

졸업할 즈음엔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많아진다. 올해 졸업하는 이들이 모여 아직도 못다 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짧게는 4년, 길게는 8년을 캠퍼스에서 보낸 이들의 말에는 저마다 아쉬움이 묻어난다. 좌담은 2월16일 명동 청어람(높은뜻 숭의교회 교육관)에서 이루어 졌다.

대학생활을 돌아보며 아쉬웠던 것 한 가지만 꼽는다면.

   
▲ 이수진(숙명여대 정치외교학과 00) 숙대 IVF 대표를 한 뒤, 2004년 숙대 총학생회에서 회장으로 활동했다. 동대학원 같은 학과에 진학할 예정이다.
ⓒ뉴스앤조이 신철민

이수진: 연애를 못해서 아쉬워요. 성격도 신중하고 이성교제를 선교단체에서 자제하는 분위기였어요. 나중엔 활동이 많아지면서 바빠서 못했어요.

안지훈: 학생회 활동을 못해서 아쉬워요. 소위 좌파들의 깊이 있는 생각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아요.

윤아름: 폭넓고 깊이 있는 공부를 못했어요. 1, 2학년 때 신앙서적만 읽었거든요. 처음에는 너무 재밌고 은혜가 됐는데 지나고 보니 아쉬워요.

임형섭: 여행을 자주 못 다녔어요. 여행이 나를 많이 성장시켰던 것 같은데 많이 못 다닌 것 같아서 아쉬워요.

새내기를 보며 '이거는 나랑 다르네'라고 생각한 점은.

: 새내기들을 보면서 자신의 주장을 당당하게 얘기할 줄 알고 독립적으로 사고하는 '좋은 의미'의 개인주의를 느꼈어요. 스스로 알아서 유연하게 대처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어요. 그렇지만 선배가 되면서 권위적인 모습을 답습하는 것을 보면서 많이 아쉬웠죠. 기득권이 이래서 무섭구나 하는 것을 느꼈어요.

: 80년생들이 학교에 들어올 즈음에 개인주의 문화가 넓게 퍼졌어요. 갈수록 공동체 의식이 약화되는 것 같아요. 모르는 선배가 다가서면 인사하는 모습이 사라지고, 아는 선배하고만 얘기하고 인사하곤 해요. 개인주의가 기독교 공동체와 조화될 수 있는지 의구심이 들어요. 또 자기가 인정하는 권위에만 순종하는 문화가 있어요.

: 선배들이 더 큰 사랑과 관심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후배들은 정말 다르기 때문에 다른 방식의 사랑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어요. 또 후배들은 똑똑하고 할 줄 아는 게 많은 것 같아요. 활동할 수 있는 '마당'과 잘 한다고 '부채질' 해주는 게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윤: 새내기들이 갈수록 세련된 이미지로 입학하는 것 같아요. 미적 감각이 탁월해요. 개인적이라는 것은 많이 느껴요. 공동체나 동아리를 안 들고 싶어 해요. 그리고 나름의 계획이 다 있는 것 같아요.

취업이 힘든 시기다. 활동과 공부를 함께 하기 힘들었을 것 같다.

   
▲ 안지훈(경희대 신문방송 98) 경희대 근처 작은 개척교회(은혜공동체교회)에서 양육을 담당하면서, 열린우리당 청년위원회 운영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신철민

: 부모님이 주신 400만 원으로 2학년 때부터 사업을 해봤어요. 취업을 위한 공부는 하지 않았죠. 취업을 위한 공부에 매달리는 요즘 학생들의 모습을 보면 속상하죠.

: 선교단체 활동을 하다보면 과 혹은 사회와 분리되는 것 같아요. 선교단체 활동만 하다보면 그것만 하다가 4년이 끝나는 것 같아요. 하나님에 대해 명확히 알기 전에 뭔가 많이 하는 것이 좋은지는 모르겠어요. 학교 이후의 삶을 위해서는 사회에 대한 공부가 필요한 것 같아요.

: 하나님의 비전을 붙잡고 하나님의 때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해요. 선교단체를 섬기는 것과 학업 간에 조화와 균형이 필요하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200%의 노력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 "기독인들은 두 배의 노력을 해야 한다"는 말을 자주 들었어요. 그런 얘기는 '슈퍼맨 콤플렉스'에 빠질 위험에 있는 것 같아요. 또 그렇게 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구조적인 문제를 보지 못하고 열등감에 시달릴 수도 있죠.

활동을 하다 보면 기독인으로서 사회참여의 요구가 있었을 것 같다.

: 총학생회 활동할 때 탄핵과 총선이 있었는데 죽고 싶었어요. 탄핵에 대한 대응 요구가 있을 때, 노코멘트 하는 것을 입장으로 세웠어요. "우리는 이 방향이니까 이렇게 하는 것이 맞다, 그러니 따라와라" 하는 식은 아닌 것 같아요. 다양한 관점을 이야기할 수 있도록 장을 열어주는 것이 총학의 역할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렇지만 그 당시 고민은 많았어요.

: 학생회는 이념을 갖고, 하기로 한 일을 해야 하는데, 현실은 사상의 자유 시장을 여는 역할로 한정하고 있어요. 우리 사회는 우익 편향적 사회라고 생각해요. 탄핵사건은 극우들의 횡포였죠. 토양 자체가 개인에게 몰두하는 것이 돼버려서, 학생들이 들고 일어나질 않았어요.

: 탄핵사건 때 '성균관대 기연'으로 성명서를 냈어요. 탄핵사건 때 기독인들을 향해서는 3일간 금식할 것과 일반 학우들에게는 부재자 투표에 참여할 것을 제안했어요. 개인의 생각을 기독인을 대표해서 얘기하는데 부담을 가졌는데, 기독교인은 '외치는 자의 소리'가 되어야 한다는 신념이 있었어요. 기연을 만들고 처음으로 한 것이 전도 집회가 아니라 '총학신입생 OT'에 참여해서 한 의료봉사였어요. 술 먹어서 속이 안 좋은 친구를 치료하고, 다치면 싸매기도 했어요.

: 3학년 말부터 사회와 역사를 주관하는 하나님을 배우기 시작했어요. 지난 한 해는 역사와 사회를 위해 구체적으로 기도할 수 있는 시기였던 것 같아요. 여러 사건을 통해 더 크신 하나님을 알아가는 것을 경험했고, 사회와 역사의 변화를 알 수 있었어요. 선교단체에서 그런 공부와 인식을 잘 나누고자 했지만 잘 되지 않았던 것 같아요.

교회에 대해 할 말이 많을 것 같다.

   
▲ 임형섭(성균관대 법학과 96)사법시험 합격한 뒤 지난 해 사법연수원 입교를 미루고, 성균관대 처음으로 기연(기독인 연합)을 만들어 대표로 활동했다. ⓒ뉴스앤조이 신철민

: 기독인들이 고난을 상실하고 교회에 기득권이 생긴 것 같아요. 신사참배한 부분이나 독재정권에 항거하지 못했다는 점을 공개적으로 회개하지 않았어요. 기독인들은 정직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 인식인 것 같아요. 섬기는 리더쉽을 통해 도덕적인 주도성을 확보해야한다고 생각해요. 회개하고 난 후에 사회에 참여해야 바람직하다고 생각해요.

: 한국교회 성장은 독재정권에 적극적으로 도왔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생각해요. 하나님과 진정한 삶을 살기 원했던 사람에게 죄를 지은 것이죠. 명확하게 회개해야한다고 봐요. 사회전체가 구조적 왜곡이 있는 상황에서는 막연한 도덕성의 회복은 위험하다고 봐요. 극우에 있는 사람들이 기독인이라고 말하면서 도덕성의 회복을 얘기하는 경우가 있어요. 국익을 말하면서 사익을 챙겼던 부분에 대한 사과 없이 도덕성의 회복을 얘기하죠. 우리사회에는 파시즘이 적용되는 것 같아요. 우리 안에 존재하는 파시즘을 해결해야한다고 생각해요. 그 후에 도덕적인 부분에서의 회복이 같이 가야한다고 봐요.

: 한국교회를 생각하면 마음이 아파요. 기성세대를 비판하기도 했지만, 변화되지 않는 것을 보면서 너무 마음이 아프고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잘 모르겠어요.

   
▲ 윤아름(서울교대 01) 2003년 S-TEM(서울교대 교사선교회) 대표로 활동한 뒤, 기독청년아카데미 운영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새내기 선생님으로 올 해 초등학교에 임용될 예정이다. ⓒ뉴스앤조이 신철민

: 정신적 신뢰가 컸던 만큼 배신감이 컸던 것 같아요. 하지만 나름대로의 은혜가 많아요. 하지만 지금까지의 교회교육 속에서 은폐해 왔던 것이 너무 많다는 것을 깨닫고 왜 가르쳐주지 않았나 하는 배신감이 들었어요.후배들이 배신감 느끼지 않도록 잘 나누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또 자본주의 안에서 교회가 잘 있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들었어요.

교회가 자본주의를 거스를 수 있는 힘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는 배우고 나서 깜짝 놀랐어요. 드러나지 않게 돈을 섬기는 모습을 보면서, 시대의 우상을 섬기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을 잘 섬겨야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도 한국교회에 희망이 있다고 생각해요.

마지막으로 하고픈 이야기는.

: 교회와 선교단체와 떨어진 상태에서 총학 활동을 했어요. 지난 한 해 동안 부끄러운 모습이 많고요. 너무 힘들고 아픈 기억도 있어요. 기독교공동체에서 보호 받다가 1년을 판이 짜인 곳에서 제가 배운 복음적 진리대로 살아가기 힘들었어요. 열심히 일했지만 수고 속에 하나님의 손길이 녹아 있지 않다는 것을 깨닫고 마음이 아팠어요. 장기적으로 정치를 하고 싶어요. 끝없는 고민을 하며 살아가겠지만 그것이 나의 십자가라는 생각을 하면서, 하나님나라와 영광을 위해 살고 싶어요.

: 후배들에게 현대사를 공부하라고 말하고 싶어요. 제주 4·3사건과 광주학살사건을 공부하고 눈물을 흘렸어요. 내가 모르고 살았구나 하면서 가슴이 많이 아팠어요. 내 평생의 비전은 사람을 살리는 일이며 그것이 지상명령이라 생각해요. 지금도 일대일로 13명의 친구를 만나서 성경공부하고 있고요. 사회참여도 물론 계속할 거예요. 나중에는 목사가 되고 싶어요. 함께할 수 있는 사람을 많이 만나고 싶어요.

: 대학과 사회가 교인에게 당연시 하는 것을 후배들과 저 스스로가 다시 한 번 검증하면서 철저하게 따져보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다양한 공부를 통해서 곳곳에서 일하시는 하나님의 역사를 잘 경험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곧 교사가 될 텐데 '가르치면서 배우는 선생님'이 되고 싶어요. '안정직'이라는데 안주하지 않고 영혼을 사랑하는 것은 물론이고 구조적 교육의 문제를 개선하는 실천적 노력을 하고 싶어요. '기독청년아카데미'를 통해 공부하는 장에서 여러분과 잘 만나고 싶어요. 공교육에 있으면서도 함께하는 대안학교(아름다운마을학교)와 서로 잘 살려가고 싶어요.

: 캠퍼스 생활 동안 하나님의 비전을 품으라고 말하고 싶어요. 비전이 있으면 고민하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졸업할 때 점검해야 하는 두 가지가 있다고 생각해요. 하나는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는 삶을 살았는지, 또 하나는 하나님의 성품을 닮았는지예요. 마지막으로 어딜 가든 하나님나라 위해 살겠다고 다짐하는, 하나님의 사람이 되겠다고 말하는 자들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취업난에 쪼그라든 모습이 너무 안타까워요. 가슴을 펴고 하나님이 주신 꿈과 비전을 향해 달려가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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