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임목사 명성 따라 대형교회로 청년 몰려…익명의 청년교인 '해결과제'

주일예배에 2500여 명이 모이는 높은뜻숭의교회(김동호 목사)는 교인 수의 1/3에 가까운 800여 명이 청년이다. 교회를 세운 지 3년이 갓 지났고 청년·대학부 사역에 특히 중점을 두지 않는 점을 감안하면 매우 많은 숫자다. 삼일교회(전병욱 목사)는 94년 세워질 당시 12명이던 청년 수가 11년 만에 5000여 명으로 급증했다. 사랑의교회(오정현 목사)는 주일예배 인원 3만여 명 중 대학·청년부 인원이 5000여 명으로 15% 정도 된다. 이 외에 동안교회(김형준 목사) 온누리교회(하용조 목사) 등이 청년들에게 인기 있는 교회로 알려져 있다.

한국교회가 성장 정체 현상을 보이고 있다지만, 대형교회엔 매주 새신자들이 등록하고 수천 수만 명이 모인다. 그 중에서도 청년들이 선호하는 교회는 오랜 역사와 화려한 건물을 자랑하는 전통적인 대형교회가 아니라 세련되고 젊은 감각의 찬양과 설교, 제자훈련 프로그램을 갖춘 교회다. 이 교회들은 전체 교인 수 대비 청년 수의 비율이 높다.

대형교회의 청년 수 증가는 대체로 수평이동에 따른 결과라고 볼 수 있지만, 삼일교회의 경우 수평이동보다 전도를 통한 새신자 등록이 훨씬 많다고 한다. 삼일교회는 서울과 수도권에 있는 거의 모든 대학에서 전도를 한다. 청년들이 주중에도 나가서 ‘사영리’ 책자로 전도하고 이 교회 청년부를 소개할 뿐 아니라 자신이 다니는 학교 후배와도 관계를 맺어 전도한다. 또 매년 1500명 정도가 국내·외 단기선교에 참가하고 새벽기도회에도 300여 명이 참석한다.

높은뜻숭의교회와 사랑의교회는 기존 교회에서 옮겨오는 경우가 많다. 백승준 목사(사랑의교회 대학8부)는 대학생 새신자들이 보통 입학 시즌에 많이 나온다고 말한다. 대학을 다니기 위해 지방에서 서울로 올라온 학생들이 이 교회들을 찾는 것이다. 높은뜻숭의교회도 지방에서 올라온 대학생들이 많지만, 또 한편 기존 교회에서 회의를 느끼고 새로운 교회를 찾아온 교인들도 적지 않다. 김주일 씨(높은뜻숭의교회 청년부·34)는 "나를 비롯한 많은 교인들이 지역 교회에서 목회자의 독단이나 세습, 불투명하고 닫힌 의사결정 구조에 문제점을 느끼고 교회 개혁의 기치를 내건 교회를 찾아 나오게 된 경우"라고 밝힌다.

무리한 봉사보다 훈련을 먼저

청년들이 이 교회들을 선택하는 데는 무엇보다도 교회와 담임목사의 지명도나 설교 등이 중요하게 작용한다. 이영재 목사(높은뜻숭의교회 청년대학부)는 "청년들 대부분 담임목사의 명성 때문에 교회를 결정하고 목회철학과 설교에도 만족한다"고 말한다. 또 김주일 씨는 "정직론·고지론·청부론과 같은 논쟁적인 이슈를 던지면서, 답을 스스로 채워나가게끔 하는 김동호 목사의 설교가 청년들에게 와닿는다"고 전한다.

대형교회의 고급화·체계화된 양육 및 사역 프로그램은 청년들을 교회 안에 정착시키는 데 영향을 미친다. 청년대학부 사역 전문단체인 YOUNG2080 서재석 부대표는 "예배, 찬양, 성경공부 등에 전문적인 노하우가 있고 시스템을 갖춘 대형교회가 청년대학생 사역이 잘 되는 편이다"고 본다. 사랑의교회와 온누리교회는 새신자 교육, 소그룹 성경공부, 리더 훈련 등의 체계화된 제자훈련 프로그램이 정착돼 있다. 높은뜻숭의교회는 청년·대학부를 양육, 선교, 예배봉사, 사회봉사, 시민사회선교, 직장인 등의 부서로 나눠 각각의 뷔페식 사역 프로그램을 마련해놓고 있다.

또 기존 교회와는 다른 세련되고 젊은 감각의 교회 분위기를 맛볼 수 있다는 것도 청년들을 끄는 요소다. 틀에 박히지 않은 열린 예배를 드리고 청년들의 취향에 맞는 CCM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부른다. 이런 예배와 프로그램을 위해서는 영상·음향 등 시설 확보도 필수적이다. 높은뜻숭의교회가 새로 마련한 교육관 청어람은 인근 명동 지역을 찾는 젊은이들의 감각을 고려한 것이다. 이곳은 평일에는 문화공연이나 세미나 등을 위해 개방한다.

이처럼 대형교회가 청년들에게 훈련의 기회와 여건을 제공하는 데는 "청년들이 교회에서 봉사를 하기보다 훈련을 먼저 받아야 한다"고 보는 관점이 담겨 있다. 백승준 목사는 "사랑의교회는 기존 교회에서 지쳐서 왔다가 예배와 훈련을 통해 회복되는 청년이 많이 있다"면서 "청년을 사역의 수단으로 보고 무리한 봉사를 요구하기에 앞서 먼저 훈련을 통해 소명을 키워줘야 한다"고 강조한다. 황은우 부목사(삼일교회)도 "청년들을 성가대나 교사 등 봉사하는 존재로만 생각하면 청년들이 상당히 지친다"면서 "청년을 키우겠다는 마음으로 훈련하면 나중에는 말하지 않아도 스스로 사역을 한다"고 전한다. 박찬주 실장(학원복음화협의회 캠퍼스사역연구소)은 "청년들이 교회에서 가장 원하는 것은 친밀한 관계와 영적인 돌봄"이라고 강조한다.

한편 대형교회로 청년들이 몰리는 현상에서 드러나는 한계점도 있다. 박찬주 실장은 선교단체 간사로 몸담고 있으면서 만난 많은 학생들이 "취업이나 결혼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형교회를 선택하거나, 군중 속에 묻혀 익명으로 교회생활을 하고 싶어서 대형교회로 가는 경우도 많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높은뜻숭의교회는 1/4 가량이, 삼일교회와 사랑의교회는 40~50% 정도가 예배만 드리고 돌아간다. 예배가 늦게 끝나게 될 때에는 중간에 나가는 교인들도 있다. 이유는 다양하지만, 이에 대해 교역자들은 본인의 헌신도 문제이며 몇 년이 지나면 그들도 자발적으로 교회 시스템 안에 들어올 것이라고 낙관하고 있다.

또 청년들이 교회 안에서 공동체성을 경험하기 어렵고 소외되는 청년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백승준 목사는 "워낙 많은 수가 모이다 보니, 예배에 나오는 청년들의 출석체크조차 어렵고 일일이 교역자의 손이 못간다"고 털어놓는다. 황은우 목사는 "작은 교회가 가진 가족적 공동체라는 강점을 대형교회가 배워야 한다"면서 "임원회 중심이 아니라 팀별로 청년들을 묶는 팀 체제를 통해 작은 교회의 아기자기한 맛을 보완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영재 목사는 "담임목사 이름을 보고 모인 청년들이 주일예배에서 말씀으로만 충족하려고 한다"면서 "몰려드는 청년들의 신앙생활 관리가 어려워 올 해부터 새신자관리 프로그램을 신설하는 등으로 극복하려고 한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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