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C·IVF, 외부 컨설팅,…기연, 연합운동 새로운 틀로 등장

   
▲ 통일과 전도가 캠퍼스 선교단체의 최대 이슈로 떠오를 전망이다. 사진은 2월17일 동안교회에서 열린 외대 기연OT. ⓒ뉴스앤조이 신철민
대학에 뿌리내린 지 50년이 넘은 선교단체가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 지 몇 년 만에, 선교단체들이 체질개선에 나섰다. 국내의 대표적 선교단체인 한국대학생선교회(CCC)와 한국기독학생회(IVF)가 외부 컨설팅을 받았고, 죠이선교회와 예수제자운동(JDM) 등 중소형 단체도 조직과 교육 내용을 다시 정비하는 자구책을 내놓아 관심을 모으고 있다.

선교단체에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한 것은 3~4년 전. 90년대 중반부터 캠퍼스 선교 위기론이 대두됐지만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80년대와 90년대 초반 대학가를 호령하던 운동권이 급격히 침몰하면서, 대학 내에서 조직적인 활동을 벌이는 운동 조직은 선교단체밖에 없다는 게 당시 지배적 분석이었다.

거기다가 90년대 후반 이후 연세대·명지대·숙명여대 등 몇몇 대학에서 기독학생들이 총학생회장 선거에 당선되는 사례까지 나왔다. 무주공산과 같은 캠퍼스를 순식간에 복음으로 물들일 것 같은 환상도 잠시, 2000년대 초 2~3년간 선교단체 회원 수는 눈에 띄게 줄었다.

학원복음화협의회(상임대표 이승장 목사·학복협)가 2003년 펴낸 자료집에 따르면 선교단체 여덟 곳의 여름수양회 참석 인원이 2001년 1만 4812명에서 2002년 1만 4209명(01년 대비 4% 감소)으로, 2003년에는 1만 3495명(01년 대비 9% 감소)으로 줄었다. 갈수록 감소폭이 크다는 게 선교단체를 더욱 긴장시켰다. 같은 시기 CCC와 IVF 등 안정된 규모를 자랑하는 대형 선교단체까지 회원이 감소했다.

학복협은 2002년에 '캠퍼스 선교 위기,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다'를 주제로 컨퍼런스를 개최했고, 그 다음 해에도 비슷한 주제로 캠퍼스의 동향과 선교단체의 대응전략을 분석하는 캠퍼스 사역 컨퍼런스를 열었다. 이 대회에 선교단체 간사와 각 대학의 기독인연합(기연) 학생들, 교수와 교목실 관계자 등 200~300여 명이 참여했다.

이 대회에서는 회원 수 감소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가 지적됐다. 발제자로 나선 현장 사역자들과 학생들은 선교단체가 시대의 변화를 읽지 못해 대안을 제시하지 못할 뿐 아니라, 대학사회로부터 게토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대학은 빠르게 변하는데 선교단체의 교육과정과 조직은 10년 전이나 변한 게 없다는 비판도 나왔다. 이미 신자인 새내기들이 자발적으로 찾아와 가입하고, 이들을 양육하는 것에 길들여진 나머지, 변화된 상황에서 믿지 않은 학생들에게 복음을 어떻게 전해야 하는지 모른다는 것이다.

낡은 조직·부족한 사회분석 능력 극복이 과제

IVF와 CCC의 외부 컨설팅에서도 이와 비슷한 분석이 나왔다. IVF가 2004년 말 기독경영연구원으로부터 컨설팅을 받은 결과, 분권화가 잘 이루어져 다양한 현장에 발 빠르게 대처하고 학생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높다는 점이 장점으로 나타났으나, 시대를 분석하고 대안을 마련하는 능력은 취약한 것으로 지적되었다.

2003년 국제CCC의 컨설팅을 받은 CCC는 경직된 조직으로 변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CCC는 △간사들의 열정과 헌신 △학생들의 선교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 △간사 복지 △일사불란한 조직 등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그러나 △여성 인력에 대한 관리 소홀 △수직적인 위계구조 △복음전도의 다양한 접촉점의 필요성 등을 지적 받았다.

대학 선교단체의 맏형 격인 CCC가 경직화되고 있다는 평가를 받은 것은 선교단체의 현주소를 잘 보여준다. 이윤복 간사(죠이선교회 학원사역부 총무)가 "대부분의 선교단체들이 조직화되어 역동성을 상실하고, 회원을 유지하는 데 급급하다"고 지적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볼 수 있다. IVF의 컨설팅 결과도 한 단체에 대한 평가를 넘어 복음주의권 선교단체의 현재 한계를 보여준다. 사회참여에 대해 그나마 적극적인 교육을 하고 있다고 평가받는 IVF가 시대 분석과 대안창출 능력이 취약하다면, 다른 선교단체는 불 보듯 뻔하다 게 선교단체 간사들의 평가다.

여성인력 개발·전략연구팀 구성

두 단체는 컨설팅 뒤 전략연구팀을 구성하는 등 조직 재정비를 하고 있다. CCC는 여성인력 보강이 눈에 띈다. CCC를 실질적으로 이끄는 리더 11명 가운데 최초로 여성 간사가 참여했고, 각 팀별로 부팀장에 해당하는 직위를 남녀 한 명씩 두고 있다. 아직은 미약한 수준이지만 여성 지도력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있다는 점은 눈여겨 볼 사안이다.

IVF는 전체가 공유할 수 있는 비전을 짜기 위해 전략연구팀이 구성돼 모임을 갖는다. 전체가 공유하는 미래상이 없다는 반성에서 전략연구팀을 꾸리게 됐다. 컨설팅에서 지적된 현실분석 능력에 대한 문제는 비전을 공유한 뒤 개선하겠다는 계획이다.

두 단체가 복음주의권 내에서는 상당한 차이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복음전도를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는 데는 일치했다. 사회참여와 복음전도 중 복음전도를 우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한 대책도 비슷한 면이 있다.

두 단체는 믿지 않는 학생들을 전도하기 위한 전략으로 '여우사이'(CCC)와 '우정전도'(IVF) 같은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서울에서 성공적으로 개최된 맞춤형 관계전도인 여우사이는 CCC 학생 1000명이 믿지 않는 친구 한 명씩을 초청하여 다양한 문화적 콘텐츠로 구성된 관계전도 집회다. 전용덕 간사(CCC 학원사역연구소장)는 "참석자 대부분이 기독교에 호감을 갖게 됐다고 밝혔고 30% 가까이는 복음을 듣고 새롭게 영접하였다"고 평가했다.

IVF도 전도 방법을 노방전도보다 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쪽으로 전환했다. 문태언 총무(학원사역부)는 "친하게 지내는 친구에게 복음을 전하는 '우정전도' 전략을 실천하면서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밝혔다.

준비 운동하는 복음주의 한계 벗어나기

복음주의권 선교단체들이 대부분 공부하는 기독교세계관에서는 복음전도와 사회참여라는 양 날개를 균형 있게 펴야 한다고 가르친다. 그러나 정작 복음전도라는 날개만 크게 키우는 기형적인 모양새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재 선교단체의 한계라고 이광배 간사(JDM)는 지적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사회 현장에서 기독교세계관이란 추상적 가치를 각론으로 펼쳐 내도록 신학과 철학, 역사와 사회과학 등의 소양을 쌓을 수 있는 외부 프로그램에 위탁 교육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학복협 오수경 간사는 "복음주의권 선교단체의 위기는 복음주의 정신을 제대로 구현하지 못했기 때문에 온 것이다"고 진단했다. 대학 내에서 벌어지는 문제에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오히려 외면했고, 대학이 취업을 위한 장으로 변했음에도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를 고민하지 못했기 때문에 위기가 왔다는 것이다. 오 간사는 학원 공동체의 문제를 자기 고민으로 끌어안을 수 있는 성숙함이 없이 복음만 전한다면 반기독교 정서만 가중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학복협은 선교단체들이 대학 내에서 대안을 제시하는 프로그램으로 통일운동을 적극 지원하기로 했다. 이러한 학복협의 방향 설정은 2004년 여름수련회 이후 대표적 선교단체 10곳의 학원사역부 대표들과 인터뷰한 결과를 토대로 했다. 이들은 대부분 5년 이내 캠퍼스 최대 이슈로 '통일과 전도'를 꼽았다.

통일과 전도가 최대 이슈로 부각

통일운동 일환으로 2004년 11월에 진행한 사업이 북한대학생돕기 캠페인이다. 전국 169개 대학에서 보름간 약 1억 원을 모금했으며, 모금한 돈은 현재 공사 중인 평양과학기술대학의 기숙사 건립에 투입됐다. 비록 모금 목표를 달성하지는 못했지만 상당한 액수를 학생이 주도적으로, 기독교·비기독교인이 함께 참여하여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상당히 의미가 있다고 학복협 관계자들은 평가했다.

특히 이번 모금 운동에 각 대학의 기연이 적극적인 활동을 펼쳤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기연은 80년대 말부터 대학생들이 선교단체별로 대응하기 어려운 문제를 함께 풀기 위해 자생적으로 생겼다. 기연은 선교단체들이 연합해 대중 집회를 열거나, JMS 같은 이단들과 공동 대응하고, 학내 문제에 대한 복음주의권의 입장을 대변할 필요가 커지면서 확산됐다.

선교단체들이 자기 단체 불리기나 유지에 집중한다는 비판을 받아왔음을 비추어 볼 때 기연의 활동은 북한동포돕기나 컨닝추방운동 등 대학사회의 문화변혁을 추구하는 방식으로 캠퍼스 선교의 새로운 모델을 만들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1년마다 바뀌는 지도그룹의 성향에 따라 활성화됐다가 바로 시든다는 한계 때문에 영향력을 상실하는 경우도 여러 곳에서 드러났다. 고려대나 서울대 같이 붙박이로 지도하는 교수나 선배 그룹이 버티고 있는 경우를 제외하면 대부분 기연이 지도력 이양문제를 큰 과제로 안고 있다. 또 느슨한 관계성으로 인해 신속한 대처 능력 부족, 새내기를 위한 행사나 전도 집회 등 기초적 수준에 머무르는 기획의 한계 등도 새로운 대학생 선교를 모색하는 상황에서는 꼭 풀어야 할 숙제로 지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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