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호 넓고 교단통제 못 미쳐…인성 및 자질 평가, 체계적 관리 필수

   

▲ 한국교계에는 숫자를 파악하기 힘들 정도로 지방신학교와 무인가 신학교가 넘쳐나고 있다. 이들 학교에서 매년 수천명의 목사 후보생들이 배출되고 있다.

서울 동대문구 신설동에 자리 잡은 서울장신대학교 서울캠퍼스 졸업생은 정부로부터 학사 학위를 인정받지 못한다. 이 학교는 교단에서만 인정하는 지방신학교 혹은 무인가 신학교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학교 졸업생 수십 명이 불법적 방법으로 미국 버나딘대로부터 학사학위증을 받아 경기도 광주 서울장신대 대학원에 입학한 사실이 드러나 교육부로부터 퇴교처분을 받았다. 이 사건은 한국교회 목사 양성 시스템의 구조적 문제를 여실히 입증한 사건이다.

한국교계에는 숫자를 파악하기 힘들 정도로 지방신학교와 무인가 신학교가 넘쳐 나고 있다. 이들 학교에서 매년 수 천 명의 목사 후보생들을 배출하고 있다. 학사 학위가 없는 이들을 구제하려다 보니 서울장신대와 같은 편법이 등장, 종종 사회의 조롱거리로 전락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 목사의 관문은 그렇게 좁은 문은 아니다. 대학과 대학원 7년 과정을 마쳐야 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교육부의 학위 인정 여부와 상관없이 각 교단 자체적으로 마련한 목사 양성 코스를 통과하면 되기 때문이다.

서울장신대 사건에서 보듯 한국교회 여러 교단의 목사 양성 시스템은 완전한 것만은 아니다. 한국에서 목사가 되는 길과 예수그리스도를 닮은 바람직한 목자를 양성할 수 있는 대안은 과연 무엇인지 살펴본다. (편집자 주)

2002년 종교연감에 기록된 교회 수는 약 6만 개, 목회자 수는 12만 4000명이다. 그리고 한 해 배출되는 목회자의 수는 대략 6000여명 정도로 추산된다. 이 통계는 교육부 인가를 받은 신학교 외의 무인가 신학교 출신 목사를 합산한 것이기 때문에 공식적인 수치는 아니다.

목회자의 수급 불균형 현상과 고르지 못한 자질은 한국교회 고질적 문제점 중의 하나다. 이런 문제는 현재의 목사 양성 시스템으로는 거의 해결하기 힘들다. 한국에서 목사가 되고 안 되고는 어디까지나 본인의 선택에 달려 있고, 수요와 공급의 조절 역시 자유방임적 자본주의 시스템에 맡겨져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목사의 소명을 받았다고 느꼈거나 혹은 어떤 필요에 의해 목사의 길을 택한 개인은 수많은 교단 중 어느 한 곳에서 운영하는 신학교를 두드리는 것으로 목사 후보생의 대열에 합류할 수 있다.

영국성공회나 가톨릭 등에서 철저한 검증과 훈련을 통해 예비성직자를 선발하는 것과 비교하면 한국에서의 목사 후보생 1차 선발과정은 사실상 어떠한 종류의 제약도 찾아보기 힘든 실정이다. 특히 본인의 의사를 제외하고 인성이나 신앙 등을 객관적으로 측정하거나 검증하는 장치는 전무하다.

인성· 정신 테스트 과정 도입 필요

미국 연합감리교회의 경우는 정신과 전문의로부터 인성과 적성 테스트를 받는 과정을 두고 목사 후보생의 정신 상태를 점검한다. 기독교대한감리회 교육국 총무 김영주 목사는 한국인 목사 후보생이 이 테스트에 응했다가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진단을 받는 경우를 목격했다고 말한다.

김 목사는 한국에서도 이런 테스트를 도입해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미국과 우리나라의 정서적 차이 때문에 이 제도가 정착되기는 상당히 어렵다고 지적하고 있다. 즉 한국의 유별난 온정주의는 목사가 되기 위해 대학교와 대학원까지 마친 사람을 인성검사 부적격 판정만으로 탈락시키지 못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선발 단계부터 이 제도를 도입하는 것 역시 현재의 신학생 선발 시스템을 교단의 직접 통제방식으로 근본적으로 변혁하기 전에는 불가능하다.

이 같은 목사 후보생 선발 단계의 취약점은 어떠한 여과장치 없이 최종 목사 안수 단계까지 이어지기 마련이다. 학부 과정을 마친 목사 후보생은 대개 탈락자 없이 각 교단의 대학원 코스로 진학한다.

대학원 진학 시 탈락자가 거의 발생하지 않는 이유는 각 교단이 여러 가지 방안을 동원, 집단 교육체제를 꾸려왔기 때문이다. 서울 사당동 총신대의 경우는 대한예수교장로회(합동) 산하 10개 지방신학교 졸업생 수 백 명을 목회연구과정을 개설해 모두 수용해 왔다. 목회연구과정은 최근 여러 문제점이 제기되면서 예장통합이 2007년 이 과정 폐지를 결정하는 등 과거에 비해 축소되는 추세지만 아직 중요한 목회자 양성 코스로 자리잡고 있다.

교육부가 인정하는 실제 학위가 주어지지 않는 소위 목회연구과정은 목회자의 공급과잉과 질적 하락을 부추기는 대표적인 원인이다. 또 서울장신대처럼 목회연구과정 학생들에게 편법적인 방법을 동원해 학위를 주는 등의 추태의 온상이 되기도 한다.

한편 소정의 신학교육 이수한 이후 예비 목사들은 대개 목사 안수를 받기까지 나름대로의 인턴과정을 밟지만 이 과정 역시 형식적인 측면이 많다. 유경재 목사(안동교회 원로)는 “예장통합의 경우 목사 후보생이 2년 동안 수련과정을 거치게 하는데 교단의 통제력이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서 각 개인의 자질과 목회 능력을 실질적으로 평가할 수 없다”고 밝히고 있다.

예장통합의 경우 매년 배출하는 목사 후보생은 약 800여 명. 일단 수적인 면에서 교단의 통제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난다. 그리고 이들은 일선 교회에서 담임목사를 보조하는 수준에서 역할을 할 뿐 실제 목회 능력을 배양할 만한 교육을 충분히 경험하지 못한다.

진보적 교단인 한국기독교장로회는 이런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올해부터 목회자 인턴교육 과정을 체계적 정비하려고 시도하고 있지만 역시 현실적 어려움에 처했다. 기장 총회 한 관계자는 “올해부터 의사 인턴 과정을 모델로 한 목사 후보생 수련과정을 도입, 2년 동안 개교회 현장 실습을 통해 실질적 목회 시스템을 배울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밝혔으나, “재정과 인식 부족 등으로 이 제도의 취지가 제대로 달성될지 의문이다”는 아쉬움을 피력했다.

즉 실습생들이 2년 동안 다양한 현장 목회를 경험하기 위해서는 많은 액수의 재원마련이 필수적이지만 일선 교회에서는 이들을 부교역자로 활용하는 데만 재정을 지원하기 때문에 고충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 따라서 이 관계자는 2년 기간 중 불과 3개월 정도만 실질적인 체험 과정을 밟게 하고, 6박 7일 정도의 단체 합숙을 통한 집중교육이 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목사 라이센스 발급, 수요공급과 멤버십 고려 안해

이런 점들을 감안하면 현재 한국의 목사 양성 시스템은 예비 목사 후보생 발굴부터 교육과 훈련, 목사 라이센스 발급에 이르기까지 중앙통제가 제대로 미치지 않는 자유방임주의 원칙에 따라 유지되고 있다.

즉 목사가 되려는 개인이 소정의 교육과정을 마쳤다면 거의 예외 없이 목사 라이센스를 획득할 수 있다. 교단이 목사 후보생들에게 어떤 역할을 부여하지도 못한 상태에서 일단 목사 라이센스를 발급해 주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현실은 각 교단이 자신들의 멤버십을 갖춘 목사를 배출하고 그들에게 역할을 부여하는 통제력을 너무 쉽게 포기한 결과다.

가령 감리회의 경우 매년 500명의 목사 후보생이 배출되지만 실제 수요는 350명에 불과해 150명이 공급과잉 상태다. 비교적 까다롭다는 감리회가 이 정도라면 한국교회 대부분을 차지하는 장로교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과잉 배출된 이들은 비록 목사 면허를 가지고 있지만 영락없는 실업 상태에서 임지를 못 찾은 다른 목사들과 자본주의 경쟁체제 속으로 뛰어들고 있는 셈이다.

우리나라에서 목사의 길이 ‘넓은 문’이 된 것은 각 교단이 전통적으로 성장을 통한 교세확장에 여념이 없기 때문이다. 예장합동이나 통합, 감리회, 기성 등 대표적 교단들은 모두 소속 교회 수를 늘리는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소위 ‘1만 교회 운동’이나 ‘200만 성도 운동’ 등은 다 성장정책에서 나온 구호들이다. 성장을 위해 자연스럽게 많은 목사를 배출하는 것이 각 교단의 지상과제다. 배출된 목사들이 교회를 개척하거나 어떤 식으로든 임지를 찾는 것은 교단이 아닌 목사 자신들의 문제일 뿐이다. 즉 교단은 소정의 신학교육을 이수한 이들에게 목사 라이센스를 발급하는 것으로 그들의 임무를 다했다고 생각한다.

결국 목회자 과잉공급 및 질적 하락 현상을 막기 위해서는 쉽게 목사를 배출하는 목회연구과정의 완전한 차단과 온정주의를 배제한 가운데 수요와 공급 원칙에 맞도록 목사 라이센스 발급을 철저하게 제한하는 것이 필수다.

그리고 1명의 목사를 배출하기 위해 선발과정에서부터 인성과 신앙을 치밀하게 측정하는 장치 및 현장 실습 과정의 충실한 적용 등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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