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알학교 홍정길 목사 / 장애인과 통합예배 드리고, 지역 주민들도 자유롭게 왕래

사회적으로 장애인에 대한 인식을 고취하자는 목적으로 ‘장애인의 날’도 제정하고, 장애인 관련 정책도 나오고는 하지만 턱없이 모자란 현실은 늘 우리 사회의 수준에 대해 자괴감을 갖게 한다. 이런 가운데 국내에서 가장 대표적 장애인 시설인 밀알학교를 설립하고 운영하는데 헌신해온 홍정길 목사(남서울은혜교회,  밀알학교 교목)를 통해 지난 10여 년 동안 밀알학교가 걸어온 독특한 길에 대해 들어보았다. <편집자 주>

양희송(이하 양) : 밀알학교에서 교목을 맡고 계시는데 교회와 밀알학교, 운영주체 등의 관계가 어떻게 됩니까.

   
▲ 홍정길 목사  ⓒ뉴스앤조이 신철민
홍정길(이하 홍) : 남서울은혜교회가 지어서 밀알복지재단(이사장 손봉호)에 기증했습니다. 우리는 공간을 빌려서 쓰는 것입니다. 목회를 해보니 교회 재산은 최소로 하는 게 좋고, 특히 이권은 절대 교회가 소유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남서울교회를 통해 그동안 남북나눔운동, 파이디온선교회, 학원복음화협의회, 코스타, 합동신학교 등이 시작될 수 있었는데 다 독립해서 지금 얼마나 잘하고 있습니까.

그리고 교회도 소유가 많으면 이권이 생겨서 반드시 부패합디다. 대형 교회들이 지금 홍역을 앓는 것이나, 아들에게 교회를 물려주는 것들이 모두 그런 이유 때문입니다. 교회의 순결과 도덕성을 지키기 위해서는 재산을 최소화하는 것이 좋습니다.

양 :  이 학교 지을 때 많이 힘드셨는데, 요즘 어떻습니까.

: 예전 이야기 또 꺼내놓으면 지역분들이 싫어할지 모르겠는데, 당시 우리가 지역에 피해를 주었다고 해서 105억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당했어요. 그 재판을 우리가 이긴 거예요. 님비현상을 꾸짖는 판결문이 그때 주요 일간지에 다 나오고, 사설로도 나오고 그랬어요. 우리만 좋아진 게 아니고, 비슷한 처지에 있던 전국의 장애인 시설 250여 곳이 다 그 판결이 판례가 되면서 살아났어요. 신고된 장애인 시설이 개축, 증축, 신축 허가가 안되던 상황이었는데 우리가 좀 고생했더니, 250배의 복을 받은 거지요.

양 : 남서울교회 목회를 잘 하시던 중이었는데 장애인 시설을 지어야겠다고 생각한 계기가 있으셨나요.

홍 : 우리 집이 9남매인데, 막내 여동생이 소아마비에요. 대학을 잘 마쳤는데도 장애인이어서 계속 면접에서 떨어져요. 그래서 오빠로서 안타까움이 많았습니다. 데리고 살 수야 있지만, 동생을 위해서는 그게 아니다 싶어서 아버님께 동생을 데리고 형제들이 있는 미국으로 가시도록 권했습니다. 그런데 막내가 거기서 컴퓨터공학을 공부하고선 AT&T라는 좋은 회사에 입사했습니다. 동생 이야기가 자기 능력보다도 마이너리티를 위해주는 미국 제도 덕에 가능했다고 하더라구요. 백인보다 유색인종, 최근 이민자, 장애인에 우선권을 준답니다. 그걸 보면서 미국이 참 공평함이 살아있는 곳이구나 했어요.

양 : 그런 경험이 밀알학교까지 이어지는 거군요.

홍 : 남서울교회가 1992년 중동학교 강당에서 교회 분립 개척을 하던 무렵인데, 저희는 재정적으로 힘들던 그 학교를 도우면서 교회가 그 학교를 운영하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했지요. 그런데 그때 자폐아 자녀를 둔 교우 한 분이 일반 학교는 누구나 다 할 수 있는데 그걸 하려고 하느냐, 서울에 자폐아를 위한 학교가 하나 없는데 특수학교 꼭 세워달라고 울면서 요청을 했어요.

그때는 이번 학교 일만 끝나면 다음번에 꼭 하십시다 하고 약속했어요. 그렇게 중동학교 빚도 저희가 갚아가면서 애를 썼는데, 우여곡절 끝에 결국 삼성 쪽에서 운영하게 되었어요. 그때 서울시 교육청에서 자폐아를 위한 학교를 할 의향이 없냐고 묻길래 아, 이게 하나님 뜻이구나 하고 시작하게 되었지요. 여기 땅값이 평당 1백만 원 하던 시절이에요. 지금? 한 3천만 원 하죠.

양 : 엄청난 재정과 물량이 투입되었고, 국내 100대 건축물 가운데서도 10대 건물에 들 정도로 좋은 공간을 만드셨습니다.

   
▲ 밀알학교는 장애인을 소중하게 대하는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크게 신경을 쓰고 있다. ⓒ뉴스앤조이 신철민
홍 : 1996년 착공해서 1997년 완공되었는데, 건물에 360억 가량 들어가는 큰일이었습니다. 1996년 3월1일 새벽 기도를 드리는데, 하나님이 ‘이거 짓는데 너는 안되겠냐’고 하시더라구요. 제가 다 드렸지 않습니까 했는데, 가만 보니까 퇴직금이 있더군요. 그럼 그거 드리지요, 했어요.

그런데 퇴직금은 퇴직해야 나오는 돈 아닙니까. 금요일 새벽 기도였는데, 주일에 임시당회에서 사임하기로 하고 그 다음주에 이임 설교를 해버렸어요. 조금이라도 틈을 주면 못할 거 같더라구요. 남서울교회 교인 가운데는 그 일로 섭섭한 분들이 있을 겁니다. 그래도 그 후 일이 풀려가면서 결국 이 학교를 지을 수 있었어요.

양 : 남서울은혜교회는 장애인과 함께하는 통합 예배를 드린다고 되어 있는데, 실제 어떻게 이루어집니까.

홍 : 새벽 기도를 제외한 모든 예배에 수화 통역이 있습니다. 제가 설교할 때 자폐 아이가 앞에 나와서 드러눕기도 하고 그럽니다. 부시와 레이건 대통령 시절 법무장관을 한 손버그라는 분이 있는데, 그 부인이 한국에 와서 장애인 사역하는 사람들을 만났을 때 ‘통합’ 개념을 들었어요. 장애인을 좋은 시설이라고 만들어 놓고 특별대우 하는 것도 격리라는 겁니다. 우리는 시설 잘 만들어서 거기 데려다 놓으면 행복할 거라고 생각하는데 아니라는 거지요. 일반인들과 어울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서로를 위해 좋은 일이라는 것입니다.

양 : 밀알학교의 특징은 무엇입니까.

홍 : 건물은 열림, 상승, 밝음, 확장이라는 개념으로 설계되었어요. 다른 특수학교 학부형이 그랬어요. 장애인 학교는 장애아, 선생, 부모 이 세 부류밖에는 들어오는 사람이 없다. 그런데 밀알학교에는 자원봉사자들, 교인들, 문화행사 참여하는 사람들, 심지어는 빵집이나 커피숍에 들르는 지역 주민까지 들고나니까 너무 좋아 보인다고 하셨어요.

양 : 지금 규모나 과정은 어떻게 되어 있습니까.

   
▲ 홍정길 목사가 손가락으로 밀알학교 건물을 가리키고 있다. ⓒ뉴스앤조이 신철민
홍 : 유치부에서 고등부까지 되어 있는데 학생이 약 230여 명, 교사는 45명입니다. 자원 봉사로 오시는 분들이 250명 정도 됩니다. 주말에는 초등 ․ 중 ․ 고등학교 학생 들이 자원봉사 와서 우리 아이들과 산에도 가고, 같이 놀기도 합니다.

양 : 이렇게 좋은 시설을 보면 형평성을 지적하는 사람도 있겠습니다. 한국의 장애인 정책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을 하십니까.

홍 : 많이 오시는데 다 받을 수 없어서 미안한 마음입니다. 아마 자식들 서울대 보내려는 심정보다 10배는 더 간절할 겁니다. 사실 자폐아들을 위해서는 이렇게 큰 시설에 다 모아 놓는 것보다 50명 내외 규모의 학교가 집 가까운 곳에 많이 있어야지요. 이렇게 큰 자폐 학교가 있는 게 후진국형인 거지요. 일반 학교에 자폐아를 위한 학급이나 과정이 생기면 되는 건데. 그런 상황이 올 때까지 잘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곳 아이들은 모두 무료로 교육을 받습니다. 정부가 지원을 꽤 잘해주어서 학교 운영하고 교사 급여 주는 것은 감당이 됩니다. 그밖에 비용은 교회가 부담합니다. 저희는 교사들을 연수 보내거나 큰 프로젝트 하는 일 등에 투자를 합니다. 교회가 짓긴 했지만, 저희도 공간은 사용료를 내고 씁니다. 그러지 않으면 자기 재산인 듯 여기게 될 것같아서 그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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