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포교회 박영선 목사…한국교회, 성화의 삶 종교적 영역에만 국한시켜

   
▲ 성화를 놓고 평생을 씨름한 박영선 목사. 그는 "성화하지 않았다고 구원받지 못하겠냐. 다만 세상 사람들에게 쪽 팔린다"며 성화에 게으른 한국 교회를 질타했다. ⓒ뉴스앤조이 신철민
박영선 목사(남포교회)는 1984년 <구원 그 이후>(새순출판사 펴냄)를 출간한 지 21년이 지난 올해 3월 같은 주제로 목회자와 신학자를 초청해 '남포교회 20주년 기념 학술 축제'를 개최했다. 세미나에서 그는 "성화하지 않는다고 구원받지 못한 것은 아니다. 다만 세상 사람들에게 쪽 팔린다"라고 말했다. 한국 교회가 세상에 낯이 깎이고 있다는 평소 생각을 거침없이 쏟아낸 그는 "한국 교회의 신앙이 구원파적이다"라는 충격적인 주장까지 뱉어냈다. 평생을 칭의 이후 성화의 문제를 고민해온 박 목사를 지난 3월17일 남포교회에서 만났다.

'구원 그 이후' 즉 성화의 문제를 놓고 평생 씨름하는 이유가 있나.

청소년 시절 구원 확신과 전도 열풍이 한국 교회에 몰아쳤다. 그때 교회는 '예수천당 불신지옥'만 읊조리고 이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가르쳐주는 말이 없었는데, CCC나 네비게이토 등 선교단체로 인해 구원의 확신이 들어 전도에 힘써야 한다는 해답을 얻었다. 선교단체 프로그램을 따르지 않는 교회가 드물 정도로 열광했다. 사실 이것 아니면 할 것이 없었다.

그러나 난 그게 답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성경이 정말 구원의 확신과 전도만 말하고 있는지 의심했다. 결국 회의가 들어 신학교에 들어갔다. 서신서가 전부 교회론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러나 나는 서신서에는 전도하라는 말이 한마디도 없다고 주장했다. 전도는 당연히 필요하다. 하지만 전도가 신앙의 전부라고 보는 풍토에 화가 치밀어 던진 문제 제기였다. 구원받은 이들이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답이 성화다. 그런데 한국 교회는 성화를 종교적 영역에만 국한시킨다. 그래서 남포교회 20주년을 맞아 학자들을 불러 성화의 문제를 정리했다.

한국교회는 구원파적으로 구원을 이해한다고 주장했는데.

   
▲ 남포교회 박영선 목사. ⓒ뉴스앤조이 신철민
구원파는 칭의를 얻듯이 성화도 단번에 얻는다고 믿는다. 그래서 신앙 생활에서 실패하면 구원을 얻지 못한 것으로 본다. 점진적인 성화 과정에서 나오는 시행착오나 실수를 용납지 않고 구원의 실패로 정죄한다. 그런데 구원파를 정죄한 한국 교회도 이러한 구원파적 신앙관이 만연해 있다.

한국 교회는 교인에게 신앙의 완성, 즉 점진적 성화를 가르치지 않는다. 교인들은 '나는 구원받았으니 내 문제는 모두 끝났다. 이제 하나님을 위해 봉사하고 헌신하자'고 생각한다. 교회도 그렇게 종용한다. 게다가 교인들은 일상을 무의미한 것으로 생각한다. 시간을 빼서 주를 위해 바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상에서 벌어지는 일에는 관심이 없거나 과소평가하고 초월적이고 신비로운 것만 하나님께 속한 것으로 보고 그것만 좇는다.

이번 세미나에서 학자들은 모두 즉각적인 성화와 점진적인 성화로 나눈다고 입을 모았다. 신분의 구원은 단번에 이루어지고 영원히 변치 않는다. 그러나 수준의 구원은 노력해야 한다. 시간이 걸리고 실수도 무수히 일어난다. 우리는 날마다 하나님의 백성으로 하나님과 같이 거룩하라는 명령을 따르는 이들이다. 신분만 하나님의 백성이고 수준은 내팽개칠 수 없다.

구원파 반대편에는 상급론이 있다.

성화는 하나님의 전적인 은혜 위에 있으면서도 우리의 노력과 맞물려 있다. 잘못 얘기하면 신인협동론이 되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성화에 대해 상급을 걸었다는 것은 우리 몫이 있다는 말과 같다. 그러나 천국에 가면 일등 시민과 이등 시민으로 나뉘어 진다는 식의 주장은 옳지 않다. 하나님이 우리에게 분발하라고 격려하기 위해 상급이 있다고 본다.

교회가 심각하게 성화를 왜곡했는가.

한국 교회는 신앙의 승리가 현실적으로 일어나지 않는 것에 대한 답으로 성령은사운동을 많이 한다. 예수와 동행한다는 감격은 생애에 여러 번 있는데, 현실에서는 영원히 이루어지지 않으니까 신비주의로 빠진다.

구원받은 것을 확신하기 때문에 성령 충만 해야겠다고 다짐한다. 성령 충만이라는 표현이 초월적이기 때문에 신비로운 체험과 결과를 요구하는 것이다. 그러나 성경이 말하는 성령 충만은 깨어 근신하고 분별해 어리석은 자가 되지 말라는 뜻이다. 성령 충만은 노력하는 것, 연습하는 것이다.

지금 한국 교회의 평균은 순복음적이다. 그러나 기복 신앙을 너무 비판할 것은 아니다. 처음에는 그렇게 하나님을 만난다. 아주 보편적인 방법 가운데 하나다. 그러다가 알아나간다. 문제는 여기서 만족하고 머무르자고 하는 데서 말미암는다.

성화를 강조하는 목회는 어떤 점에서 다른가.

   
▲ 남포교회 박영선 목사. ⓒ뉴스앤조이 신철민
일반적으로 교회 살림꾼은 여전도회 회장이다. 회장님들은 신앙이 좋다. 일도 잘하고 열성적이다. 전사 같다. 그런데 인격과 성품에서 좋은지는 의문이다. 교회는 전사 같은 살림꾼을 만드는데 성공했지만, 예수의 성품을 닮은 향기 나는 사람을 만들지는 못했다. 일은 열심히 했는데 일을 끝내면 허탈하다는 솔직한 고백을 듣는다. 허탈함을 벗어나기 위해 쉬지 않고 일을 한다. 교회도 일을 계속 개발하고 돌리려 한다. 그러나 그것은 대안이 아니다.

나는 설교를 못 알아듣더라도 성경 전체를 설교한다. 교인들에게 지도를 그려주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당장 설교할 때는 모르더라도 자주 듣는다면, 그 말씀이 필요한 상황이 닥칠 때 어떻게 어디로 가야 할지 알 것이다. 그래서 긴 싸움을 벌여야 한다. 평생 가르쳐야 한다. 그런데 교회는 업적을 세우고 만족하기 위해 너무 서두른다.

성화를 더 구체적으로 얘기한다면.

우리는 자기 시대에 대해 사회적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런데 교회는 힘과 권력으로 사회에 책임을 지려고 한다. 힘이 아니고 빛과 소금이다. 힘이 아니라 진리를 가르치고 보여주는 것이다. 부패한 세상에 부패하지 말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부패하지 않은 삶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하나님의 자녀로서 종교적 영역만이 아니라 삶의 모든 영역에서 하나님의 자녀다운 모습을 보여야 한다. 교회 밖으로 나가면 어느 하루 어느 한 사건도 신앙 싸움이 아닌 것이 없다. 그런데 우리는 사회에서 전혀 가책 없이 살고 교회로 돌아오면 열렬한 신자가 된다. 교회는 초월이나 종교적 영역만 강조하고 상식과 교양을 얘기하지 않는다.

'구원 그 이후'와 관련해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하나님은 우리를 목적으로 삼고 있다. 우리를 사랑하기 때문에 우리를 구원하신다. 구원받은 자의 현실은 그 사랑을 입고 누리는 것이다. 구원을 쓸모 있는 도구로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 이번 일만 성사시켜주면 어떻게 하겠다는 식으로 하나님을 이용하지 말아야 하다. 우리가 하나님을 위해 이렇게 큰일을 하는데 가만히 있느냐고 떼쓰지 말아야 한다. 그것은 사랑을 모독하는 행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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