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회 차원의 정책·전문목회 인정·영성훈련 등이 대안

오늘날 한국교회의 목회자 과잉 배출과 형식적 신학교육은 큰 문제점을 낳고 있다. 목회자가 과잉 배출되면 목회 임지가 부족해지고, 이는 결과적으로 목회자의 품위를 실추시키고 목회자와 관련된 여러 가지 사회적 비리를 낳게 될 것이다. 결국 교회는 사회로부터 종교적 신뢰를 얻기 힘들어 질 것이고, 선교에 손상을 입을 것이다.

   
▲ 한국교회의 목회자 과잉 배출과 형식적 신학교육은 큰 문제를 낳고 있다. ⓒ뉴스앤조이 신철민

한국 개신교단 전체의 교회 수는 약 4만 2000개이며, 목사 수는 6만 5000명이다(「한국회 미래 리포트」참고). 이것은 이미 목회자가 과포화 상태임을 보여준다. 장로교 통합 측 교단의 경우 매년 1000여 명의 예비 목회자가 배출되고 있는 반면, 새롭게 창출되는 사역자리는 목회 은퇴자가 300여 명, 개척교회가 150여 교회에 불과하다. 그래서 매년 650여 명의 목회후보생은 사역 자리가 없다. 갈수록 목회자는 누적 적체될 것이다. 곧 몇 년 안에 목회자 수가 교회 수보다 두 배를 넘어 과잉 배출되는 현실이 닥칠 것이다.

교회 임직에 탈락한 이들 가운데 일부는 상위 학위를 위한 유학, 또는 다른 직종으로 변환 등 직업 변화를 도모하겠지만 목회 소명과 이에 따라 신학교육을 받았던 대다수 사람들에게 남겨진 박탈감과 소외감의 문제와 더 나아가 생존의 위기를 맞이한 이들에게서 나타날 수 있는 목회자 비리 등은 심각한 문제를 낳을 것이다. 우리는 목회자 수급과 아울러 신학교육의 부실에 대한 대응을 몇 가지 갈래로 생각해 보아야 한다.

1. 각 총회가 목회자 수급에 대한 정책과 계획을 가져야

각 총회는 목회자 수급에 대한 장기적 정책과 전망을 가지고 매년 입학과 졸업에 대한 수급 계획을 가져야 한다. 단지, 졸업생 관리 차원에서 목사고시라는 제어 정책만을 가지고 수급을 조절하겠다는 것은 이미 배출한 졸업자에 대해서는 미봉책이다. 대체로 각급 신학교의 정원은 운영상 필요에 의하여 조절되고 있다. 재정 자립을 위하여 가능한 많은 입학생을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총회와 노회는 교단이 필요로 하는 수준으로 신학생 정원을 제한해야 할 것이며, 이들 소수를 엄선하여 입학시키고 관리하여서 졸업 후 일자리를 가질 수 있도록 조절해야 할 것이다. 이를 각 신학교가 알아서 하도록 방치한다면 상업적 운전면허 학원이나 면허증 발급 기관처럼 졸업생을 양산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필요하다면 각 신학교의 통폐합을 시작해야 할 것이다. 이전과는 달리 꼭 지역마다 소속 신학교가 있을 이유가 적다. 교단의 특성에 부합하는 몇 개의 신학교와 교리 교육으로 신학교의 방만한 운영과 난립을 예방해야 할 것이다.

2. 목회자 생활비 평준화와 연금 정착화

목회자의 수급은 신학생 인원 정책뿐만 아니라 이후 사례비 정책과 깊은 관련이 있다. 그동안은 총회가 목회자 사례비에 대한 적절한 책임을 지지 않았기에 강 건너 불구경 하듯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라도 배출한 목회자의 사례비를 총회가 책임 있게 응답하여야 한다. 통합 교단에서 목회자 최저생계비를 평준화하는 작업은 크게 고무할 만하다.

앞으로 더욱 현실성 있는 생계비가 책정되고 전국 노회와 교회가 동참한다면 자연스럽게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 갈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 덧붙여 은퇴 후 연금제도의 현실화와 실제적 정착을 위해서는 목회자에 대한 인사제도의 획기적 혁신이 필요하다. 이러한 거시적 제도의 연구와 정책이 마련되지 않고 미시적 응급조치로 목회자의 인사와 교육을 대처하는 것은 어리석어 보인다.

3. 전문목회를 위한 교과과정과 제도를 가져야

각 신학교는 예비 목회자들이 졸업 후의 다양한 진로와 역할을 준비할 수 있도록 훈련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각 신학교가 특성화 발전 전략을 세우고 그에 맞추어 커리큘럼을 조정해야 할 것이다. 다양한 목회 분야의 교과와 전문 신학교수를 갖추어야 할 것이다. 한 예로 교육목회·영성목회·사회복지·특수선교·효율행정·음악목회·해외선교·교회일치와 연합활동 등 다양한 분야의 특성을 미리 신학교에서부터 훈련받고 이를 공부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교육사·음악사·복지사 등의 전문 목회자 자격을 위한 교과과정을 구비하기 위해서는 신학교수들의 교류나 신학교 상호 간의 학점 교류 등이 가능한 개방적 분위기가 있어야 할 것이다.

4. 목회자의 품성과 인격 수양을 위한 영성훈련 과정을

목회자는 지성뿐만 아니라 인격과 품성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나름대로 노력하겠지만 대체로 신학교들의 상황이 신학생의 인격과 품성에 관해 손을 놓고 성적 관리에 치우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인격수양과 영성수련에 관한 체계적인 지도와 훈련이 가능한 교과과정이 마련되어야 한다. 짧은 기간의 형식적인 수련으로 한 사람의 인격을 도야하고 품성을 기르기는 어렵다. 또한 한 명의 교수가 백 수십 명의 학생을 지도하고 인격적 만남과 신앙적 훈련을 시킬 수도 없다. 교수 아니면 학생 스스로 이러한 훈련을 단체적으로 가질 수 있도록 하는 제도와 교육과정이 꼭 필요하다.

특히 21세기 목회 특성상 영성교육과 수련을 강조하고 이를 전문적으로 할 수 있는 제도가 한국교회에 있다면 목회자 인격과 품성 향상에 크게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그래서 예를 들면 공동체 신앙을 강조하는 가칭 ‘기독교 수사’ 제도 등을 구비하여 목회자가 꼭 교인목회 말고도 평생 주님께 봉사할 수 있는 제도를 제공할 수도 있다. 이를 통해 목회자의 인격과 품성에 큰 발전이 있을 것이다. 최근에 각종 수련원이나 기관에서 영성수련과 기도수련을 갖는 것은 이러한 제도의 단초를 보여 주고 있다.

5. 신학 졸업생이라고 반드시 교인목회에 집착을 말아야

신학생 교육문제를 대처하면서 총회나 교회가 아니라 신학생 개인이 가질 자세도 필요하다. 운전면허증를 가진 사람이라고 반드시 택시 운전사가 될 필요는 없다. 보통 신학교를 입학하면 꼭 교인을 상대로 목회를 하는 목사가 되어야 하는 것으로 받아들인다. 그러나 이것이 본인에게 적절치 않거나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면 다른 방향의 목회도 있음을 넓게 볼 필요가 있다. 기독교에 있는 다양한 활동 분야를 목회로 여기고 전문성을 발휘해서 일할 수 있는 여유를 갖거나, 아니면 목사가 아닌 생활 즉 자신의 생계를 스스로 마련하면서도 성서적 뜻을 살리고 하나님 뜻에 맞추어 살아가는 길을 모색해 보는 것도 유익할 것이다. 운전 면허증이 있더라도 운전하지 않을 수 있음을 받아들이자.

그래서 신학교를 졸업한 사람이 교인목회가 아닌 현장에 있더라도 낙오감이나 실패감을 갖지 않고 신학적 소명감과 성서적 뜻을 갖고 당당하게 일할 수 있도록 신학적 뒷받침이 되고 또한 교회가 이를 인정해 주어야 한다. 직업소명이 바로 이러한 것이며, 교인이 세상에서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하는 것이 이런 모습이 될 것이다.

안광덕 목사 / 생명목회실천협의회 총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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