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부흥운동은 철저한 실천이 원칙…현재는 회개 후 결과물에만 급급

한국 교회는 곳곳에서 1백년 전의 대부흥운동을 재현하려고 한다. 우리가 본받고 싶은 대부흥운동의 실상은 어떤 것인지, 과거와 지금의 부흥운동이 무엇이 같고 무엇이 다른지를 분별하는 것은 운동의 성패와도 직결된다. <복음과상황>은 1백년 전 대부흥운동의 빛과 그림자를 추적하여 연재한다(편집자 주).

최근 한국 교회를 휩쓸고 있는 흐름을 설명하는 단어는 '회개' 또는 '각성'이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대표회장 최성규 목사)는 오는 광복절에 한국교회 120주년을 기념하는 '1200만 성도 대각성부흥성회'를 열겠다며 지난 4월5일 발대식을 치렀다. 한기총은 인천 부산 대구 등 중대형 도시를 돌면서 부흥의 바람을 일으키겠다며 대각성부흥성회 일정을 소개했다.

사흘 뒤에는 진보와 보수를 대표하는 원로목사들이 "내가 잘못했다"라고 회개 기도하며 눈물을 쏟았다. 강원용 목사가 "교인 수가 1천만이 넘는데도 나라가 이 지경이 되었다. 이른바 교회 지도자인 내가 그것밖에 할 수 없었는지 후회가 된다"라고 회개했다.

조용기 목사도 "1947년 목회 활동을 시작한 이후 일흔에 이르니 회한이 많다. 그동안 값싼 은혜를 가지고 살아왔다. 옳은 것을 옳다 말 못하고, 나쁜 것을 나쁘다고 지적 못한 채 사회악에 침묵했다. 나는 죄인의 괴수라고 할 수밖에 없다. 예수님은 자연과 우주 모두를 위해서 십자가를 들었지만, 나는 사람만 사랑했다. 지금이라도 사회악을 교정하고 진실한 은혜를 실천하며 살아가겠다"라며 회개 대열에 동참했다.

한기총 부흥성회, 참여 인원만 관심

이들이 회개하는 모습에서 1백년 전 대부흥운동을 떠올리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1백년 전에도 한 선교사의 진실한 회개가 부흥의 불씨를 통해 불길을 일으켰다. 하디 선교사는 1903년 8월 선교사 앞에서, 그리고 주일 오전에 자신이 시무하는 교회의 한국인 성도 앞에서 회개의 눈물을 흘렸다.

선교사에게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인종적 우월감, 한국인을 미개하고 무식한 사람으로 생각한 교만, 성령의 도우심보다 자기 실력에 대한 과신을 참회한 것이다. 이 설교를 들은 교인들은 충격을 받았고 얼마 후 그들도 자신이 묻어둔 죄를 회개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회개운동은 이 교회에서 저 교회로, 이 지역에서 저 지역으로 급속도로 퍼졌다.

한기총이 전국을 돌며 부흥 집회를 하는 것은 1백년 전 함경도 원산에서 타오른 부흥의 불길이 평양에서 절정에 이르러 전국으로 퍼진 것이 재현되기를 희망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의 회개운동은 1백년 전 선배들이 보여준 철저하게 회개하는 법에 대해서는 배우지 못한 것 같다. 한기총은 대각성할 내용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잡지도 않고 전국을 돌며 어떻게 참여자를 늘릴지에만 관심을 쏟고 있는 형국이다. 원로들의 회개에도 알맹이가 빠져 있기는 마찬가지다.

1백년 전에는 바보스러울 만큼 철저하게 구체적이었다. 혹시 '양심전'이라는 말을 아는가. 하디 선교사와 함께 전도하던 윤승근은 전도하다가 빼돌린 돈이 7달러에 달한다고 고백하고 이 돈을 돌려주었다. 그는 예수를 믿기 전 일에 대해서도 철저하게 고백했다. 그는 횡령한 돈 20원을 돌려주기 위해 예전에 근무하던 회사에 갔으나, 회사가 문을 닫은 것을 확인하고 재정을 관리하는 정부 기구에 사정을 말하고 돈을 건넸다.

이것이 윤승근이 찾아다니며 갚은 돈에 '양심전'이라는 별명이 붙게 된 연유이다. 당시 부흥운동 기간에는 회개한 교인들이 과거에 횡령하거나 훔친 돈을 돌려주는 보상 행위가 잇달았다. 돌려줄 대상이 없어진 경우에는 교회에 바쳤다. 이러한 양심전이 교회에 수북이 쌓였다(<초기 부흥운동에 나타난 한국 교회의 영적 각성>, 이덕주 지음).

윤리의식 바로잡는 계기로

한국인들의 구체적인 회개로 인해 선교사들이 감동하는 일도 빈번히 일어났다. 원산부흥운동을 목격한 저다인의 보고서에는 최종손의 이야기가 나온다. 선교사의 시중을 들던 최씨는 부흥회에서 은혜를 받고 자기가 저지른 죄를 써가지고 나와 읽으며 자복했다.

그동안 훔친 내역을 구체적으로 열거하고 악으로 가득 찼던 속내를 털어놓았다. 최씨의 고백을 들은 저다인은 "저같이 완벽한 회개를 본 적이 없다"라고 밝혔다.

평양대부흥운동을 기록한 스왈른 선교사는 "단순히 통회로만 끝나지 않았다. 다음날 사람들이 거리에서 서로 죄를 고백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도둑맞은 물건들이 되돌아왔다. 잃어버린 돈도 돌아왔고, 오랫동안 갚지 않았던 빚이 청산되었으며, 부정한 방법들이 바로 잡혀졌다"라고 썼다.

차마 입 밖에 내지 못했던 일을 공개 자백하는 일도 곳곳에서 벌어졌다. 대표적인 사례로 알려진 평양대부흥운동(평양 장대현교회에서 시작)이 숭실 광성 숭의여학교 등으로 퍼졌을 때 일이다. 학생들의 고백은 충격적인 내용이었다.

숭실대 베어드 학장의 부인에 따르면, 살인 간음을 비롯해 방화, 도둑질, 강탈 등 온갖 범죄를 진솔하게 고백하고 하나님과 성도 앞에 사죄했다. 40년 전 제네럴셔먼호 사건 때 토마스 선교사를 죽인 박춘권이 자기 과거를 자백한 시점도 이 무렵이었다.

교회 역사가들은 당시 경찰관이 집회 장소에 몰래 들어와 자복하는 교인들의 신상을 파악했다가 집회 후 범인을 검거하고, 미궁에 빠졌던 사건이 해결되는 사례가 많았다고 말한다. 심지어 범인을 잡으러 교회에 왔다가 회개하고 교인이 된 경찰까지 있었다는 사실은 당시의 회개운동이 얼마나 순수했는지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우리의 신앙 선배들은 죄의 고백으로 인해 생길 수도 있는 불리함을 감수할 정도로 용기 있는 신앙을 가졌을 뿐만 아니라, 고백 뒤에 남는 자기 죄에 대해 합당한 책임을 지려고 했다. 그리고 과거와는 전혀 다른 삶을 살기 시작했다.

죄에 대한 집단적인 자각은 새로운 삶의 기준과 원리를 세우는 데까지 발전했다. 새로운 원칙대로 살려는 선배들의 노력을 보고, 무어 선교사는 대부흥운동의 중요한 열매 가운데 하나로 올바른 윤리 의식의 형성을 꼽았을 정도다.

회개는 간이역인가

한국 교회는 지금 대부흥을 이루어보려고 애쓰고 있다. 한기총이 추진하는 대각성부흥성회에 참여하는 장경동 목사(대전중문침례교회)는 120년 전 아펜젤러 부부와 언더우드 선교사가 가져온 복음의 바람이 1천2백만 교인을 만들었다며 다시 한번 바람을 일으키자고 말했다. 교인 수를 늘리자는 것이다.

원로들의 회개를 이끈 한국복음주의협의회는 회개 후 기대하는 바에 관해 "우리 사회의 모든 불협화음을 한국 개신교가 짊어지고 가겠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결국 사회적 영향력을 확대하자는 이야기다. 이렇게 각자가 그리는 대부흥 미래상을 좇기 위해 '회개'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는 점을 발견한 것은 다행이다.

그러나 회개 다음에 올 부흥이라는 결과에 눈이 멀어 회개는 잠깐 거쳐 가는 간이역쯤으로 여기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1백년 전 선배들의 순수하고 열정적인 신앙의 알맹이는 없고 껍데기만 남은 부흥운동이라면 결코 성공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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