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순한 대답은 분노를 쉬게 하여도 과격한 말은 노를 격동하느니라."(잠 15:1)
"사람은 그 입의 대답으로 말미암아 기쁨을 얻나니 때에 맞는 말이 얼마나 아름다운고."(잠 15:23)
"의인의 마음은 대답할 말을 깊이 생각하여도 악인의 입은 악을 쏟느니라."(잠 15:28)

1. 잠언 15장은 말의 사용은 곧 '의인'과 '악인'의 차원에까지 확장해서 이해될 문제라는 말을 하고 있다. 전도서 3장 7절은 '잠잠할 때가 있고, 말할 때가 있다'라고 한다. 말의 사용에 주의하는 것은 인간의 보편적 지혜에 속하는 것이기도 하다.

2. 한국교회 목회자들이 잦은 설화(舌禍)로 세간의 지탄을 사고 있다. 금란교회 김홍도 목사는 올 해 1월 2일 주일 설교 도중 동남아시아 쓰나미 피해자들에 대해 '성탄절에 음란하고 방탕한 푸껫 같은 곳에 놀러 가서 그런 일을 당했다'는 식의 발언을 해서 이를 접한 네티즌들의 격렬한 반발을 산 바 있다. <뉴스앤조이>에 최초 보도된 이후, 인터넷 포털 사이트를 통해 일파만파로 번져간 그의 발언은 쓰나미 피해자들을 위로하고 돕자는 사회적 분위기에 정면으로 찬물을 끼얹는 몰상식한 발언이었다고 본 것이다. 그는 그 다음 주 설교 시간에도 자신의 발언에 잘못된 점이 없다고 말함으로써 그런 주장이 확신에 근거한 것임을 재확인 해주었다.

3.  <뉴스앤조이>는 청교도영성훈련원이란 단체의 전광훈 목사가 목회자 세미나(1.19. 대구 서현교회)에서 행한 발언을 취재한 바 있다. 교회 성도들의 충성심을 시험하려면 여신도들에게 '빤쓰 내려 봐라'고 한다든지, 목사를 위해 죽을 수 있나 물어본다든지, 이유를 묻지 말고 인감증명을 떼 오도록 시킨다든지 등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식의 발언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는 후속 인터뷰에서 이런 이야기는 세미나라는 특정한 공간과 시간 내에서 이뤄지는 것인 만큼 맥락을 이해해야 한다는 해명을 한 바 있으나, 일파만파로 번져간 여론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4. 교계의 대형 말실수는 또 있다. 예장 합동 측 총회장이었던 임태득 목사가 2003년 11월 12일 총신대 채플시간에 행한 '기저귀 발언'이 그것으로, 합동에서는 여성 안수가 불가하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어떻게 기저귀 차고 강대상에 올라가느냐'는 발언을 한 바 있다. 그는 그 발언으로 여성단체들의 고소, 인권위 제소 등 쏟아지는 비난 속에서 임기를 보냈고, 그 외에도 상당한 사건 사고를 일으켰으나 무사히(?) 임기를 마쳤다.

5. 2000년 10월23일, 당시 외무장관이었던 이정빈 씨는 아셈(ASEM)회의를 마치고 귀국한 뒤 뒤풀이 술자리에서 기자들과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눈다면서 당시 미국의 매들린 올브라이트 국무장관과 포옹하면서 보니까 가슴이 크더라, 7월에 심야 TV토론에 나갔을 때 방청객 중 여성의 치마 속 속옷을 보면서 졸음을 쫓았다는 등의 이야기를 했다. 이를 동석한 기자가 기사화하는 바람에 그는 결국 여론의 비난 속에 사임해야 했다. 공적 발언도 아닌 술자리에서의 농담으로 그는 장관직을 잃었다.

6. 한국 사회가 공무원에게 요구하는 말의 품위와 한국교회가 목회자에게 용납하는 말의 품위는 대략 이정도 벌어져 있다. 목회자들은 강단에서 '말씀의 권위가 땅에 떨어졌다'고 탄식한다. 정작 심각한 것은 말씀을 전하는 '목회자의 말'의 권위다. 앞서 구설수에 올랐던 이들이 전형적으로 드는 변명의 논리는 '분위기를 살려보기 위해', '우리끼리니까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말하고자 하는 바를 강조하다 보니' 등이다. 

7. 바른 교회, 혹은 반듯한 교회가 되기 위해 목회자의 말의 권위가 먼저 살아야 한다. 앞으로 몇 차례에 걸쳐 <복음과상황>은 이 주제를 붙잡고 '바른 교회 캠페인'을 벌여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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