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범정관 제정, 올바른 재정 사용 등 제도 개선 앞장…단체간 연대 통해 상승 효과 기대

한국 교회의 '21세기맞이'는 전혀 소망스럽지 않았다. 2000년 12월19일 문화방송(MBC)의 <PD수첩>은 '2000년 한국의 대형 교회'라는 제목으로 교회 세습 등의 문제를 비판적으로 다룬다. 그보다 앞서 9월에는 담임목사직 세습의 부당성을 주제로 열린 '복음과상황 포럼'이 이해 당사자인 광림교회(목사 김정석) 교인들의 격렬한 저지로 중도에 막을 내려야 했던 사건이 있었다. 이미 '할렐루야 기도원' '충현교회 세습' '조용기 목사의 재정유용 의혹' 등이 사회적으로 문젯거리가 된 상태였다.

2003년에는 한국기독학생선교회(CCC)와 소망교회 곽선희 목사 등의 변칙 세습 논란이 있었다. 김홍도 목사(금란교회)도 이 무렵에 헌금유용 의혹으로 방송을 타게 되었다. 2000년대 초반 내내 이처럼 한국의 대형 교회는 부정과 불법, 비리의 온상으로 씻지 못할 치욕의 순간들을 연이어 연출하였다. '교회 개혁'은 이런 상황을 보다 못해 터져 나온 의분과 항의를 담아내는 구호였다.

대안제시형 운동으로 '업'

2005년 오늘. 교회 개혁을 기치로 내건 단체들은 한 단계 업그레이드를 꿈꾸고 있다. 그동안의 개혁 운동은 비판만 있고 대안이 없다는 식의 볼멘 목소리가 더 이상 나오지 못하도록 대안제시형 운동으로 방향을 잡아가고 있다. 그간 교회개혁운동에 가장 선도적인 역할을 해왔던 교회개혁실천연대(개혁연대 · 공동대표 박득훈 오세택 백종국)나 온건한 대중 노선을 지향하고 있는 기독교윤리실천운동(공동대표 강영안 김일수 김동호)에 더하여 지난해 10월 출범한 바른교회아카데미(이사장 정주채, 원장 김동호)가 크게 보아 유사한 방향으로 활동 역량을 모으고 있다.

교회 분규를 겪으면서 절감하게 된 교회 민주화 과제는 △임기제 △민주적 의사결정구조 △교회 재산의 소유권 등이 명문화된 모범정관제정운동으로 가닥이 잡히고 있다. 또한 투명한 재정 집행을 위한 방안 역시 △목회자 사례비 문제 △재정의결 과정 합리화 △예산의 의결 · 집행 · 감사 · 기능 분리 △건강한 예산 수립 등의 모습으로 윤곽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물론 교회 개혁이라는 대의가 정관 제정과 재정 사용을 바르게 하는 것만으로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제도적 틀을 구비하자는 점이 전면에 부각된 것은 매우 중요한 변화로 꼽을 수 있다.

그러면 교회개혁 단체 간에 유사한 결론으로 대안 모색이 이루어지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실제로 교회분규 양상을 접하다 보면 대체로 수렴하는 지점이 있다는 것이다. 개혁연대의 자료집에 실린, 지난 한 해 상담한 교회 13곳의 내용을 분석하면 목회자의 전횡과 (재정비리) 의혹으로 교회분열. 양측이 나뉘어 '대립중' 같은 사례가 전형적이다. 유사한 사례가 반복적으로 발생한다면 사전 예방의 가능성도 그만큼 큰 것이다.

목회자 전횡, 재정 비리가 '1위'

바른교회아카데미는 창립 대회에서 한국 사회와 한국 교회가 똑같이 IMF 체제를 겪으면서도 이에 대한 대응 방식은 판이하게 달랐다는 주장을 내놓았다. 그 이전까지 살아온 인식의 틀을 전면적으로 바꾸도록 강요한 것이 IMF 체제였다면, 한국 사회는 좋든 싫든 그 요구를 따라 세상을 보는 눈, 삶의 태도, 생활양식을 바꾸었으나 교회는 관행을 고수하면서 급변하는 시기에 홀로 구태의 상징처럼 남아 있었다.

또한 한국 사회의 온갖 비리와 부패가 드러나면서 '투명성'이라는 가치가 급속히 대두될 때에도 한국 교회는 이를 적극 수용하지 못했다. 이제는 한국 사회의 주도적 가치관과 기준에 비추어볼 때 교회는 매우 낙후된 시스템과 구태의연한 관행에 사로잡힌 조직이 되어버렸다. 그러므로 신속한 구조적 개혁과 제도 개선을 통해 체질을 업그레이드하지 않으면 미래가 없다는 진단을 내린 것이다.

'건강한 교회'란 교회에 대한 하나님의 주권(Lordship)을 인정하는 데서 출발한다고 보는 것이 바른교회아카데미가 내놓은 결론이다. 교회의 사유화, 권력 다툼 등은 하나님을 교회의 주인으로 인정하지 않는데서 비롯되는 것이므로 이에 대한 회개에서 출발해야 한다. 이들은 교회의 본질과 개교회 특성에 부합하는 사명(Mission)을 설정하고, 이를 실행하고 변화와 성장에 대응할 수 있는 조직(system)을 만들고, 원활한 의사소통과 문제를 해결하는 수단으로 피드백(feedback)이 가능한 구조를 만드는 것을 자기들이 추구할 과제로 제시했다.

구체적인 사례 분석의 대상으로 삼은 교회들은 경기도 용인 향상교회(목사 정주채), 일산광성교회(목사 정성진), 높은뜻숭의교회(목사 김동호) 등이다. 각 영역의 좋은 모델을 분석하고 연구한 자료가 축적되면 그것이 임상적 권위를 갖게 되고, 실제 교회가 체질 개선을 하는데 좋은 길잡이 역할을 해줄 수 있을 것이라고 본 것이다.

하나님의 주권을 인정하면

주요 교회개혁 단체들이 제각각 특징을 살려 운동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역할 분담도 가능하고, 보완이 잘 이루어지면 교회개혁운동이 새로운 상승 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을 것이다. 한국 교회의 미래는 향후 5년에서 10년 사이 교회의 대사회적 이미지가 어떻게 변화하느냐에 따라 크게 달라질 것이다. 자기 개혁에 인색하지 않은 모습으로 당당히 나서려면 개혁 운동이 감당해야 할 역할이 중대하다. 한국 교회의 미래는 이들 손에 달려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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