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회 기독청년아카데미 결산 좌담

   
▲기독청년아카데미 수강생 강사 운영위원이 모여 3회 아카데미의 결산 좌담회를 가졌다. 이들은 기독청년아카데미가 깊이 있는 배움과 사회 참여에 대한 고민, 신앙적 교제를 나눌 수 있게 해 의미 있다고 평가했다. ⓒ뉴스앤조이 신철민
지난해 가을 첫 학기를 시작한 기독청년아카데미가 세 번째 학기를 마무리하면서 강사·수강생·운영위원이 그동안의 성과를 돌아보고, 앞으로의 과제를 짚어보는 결산 좌담을 가졌다. 교회 청년부 교역자가 청년들을 독려해 함께 강의에 참석하고, 선교단체 출신 졸업생들이 일상에서의 실천을 고민하며 모임을 통해 배움을 이어가고, 아이 딸린 30대 집사들이 강좌를 듣고 잃어버린 꿈을 다시 불태우게 됐다는 등의 현상을 의미있다고 자평했다.

한국근현대사 수강생인 장윤정씨(성균관대 4학년 휴학·IVF 활동)는 "학과나 선교단체에서 채우지 못한 관심 분야를 그리스도인의 관점에서 공부할 수 있어서 유익했다"고 밝혔다. 1회부터 계속 수강해온 우영호 간사(SFC 안양수원지부 간사)는 “졸업한 후 선교단체 때 배운 신앙과 삶의 괴리로 인해 패배감을 맛보는 이들에게 대안적인 신앙 교육을 제시해준다”고 평가했다. 운영위원장이자 강사인 최철호 목사(희년마을교회)는 “승진에 도움 되는 것도 아닌데도 시간 내서 나오는 직장인들이 자신들의 신앙적 경험과 삶의 고백을 토대로 기독운동의 주체가 되도록 해야 한다”면서 아카데미의 방향을 제시했다.

다음은 5월10일(화) 진행된 좌담 전문이다.

구원과 전도에 치우친 선교단체 양육과 달라

   
▲수강생 장윤정 씨. ⓒ뉴스앤조이 신철민
장윤정
/ 공개강좌를 통해 기독청년아카데미를 알게 됐고, 지금 한국근현대사를 듣고 있다. 기독청년아카데미에서 같은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이 모여 공부할 수 있다는 게 의미 있는 것 같다. 원래 전공과 관련해 역사에 관심이 많고 개인적인 비전도 갖고 있다. 그런데 같은 전공자 중에도 인문학에 관심 있는 사람이나 그리스도인의 관점을 물어볼 만한 사람이 없었다. 대학 선교단체는 나름의 목적과 방향을 갖고 있기에, 그런 것까지 아우르기에는 역량이 부족하다. 그래서 혼자 강의를 찾아다니면서 채울 수밖에 없었다.

기독청년아카데미 강의는 교제 중심적이다. 일반적으로 다른 강의는 듣기만 하고 가는데, 여기에서는 사람들과 교제하고 관계를 맺어간다. 교회는 오래 다녔지만 그동안 주일예배만 드리고 사실 공동체로서의 교회를 느끼지 못했다. 교회개혁운동을 하거나 사회단체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만나면서 '교회가 이렇게도 갈 수 있구나' 하는 것을 깨닫고 신앙의 자극도 받았다.

무엇보다도 같은 관심사와 열정을  가지고 자발적으로 참여하기에 더 열정을 낼 수 있었다. 선교단체 모임은 간사가 있고 일정한 커리큘럼과 틀이 있어 장기적으로 가는데, 여기는 단기적이긴 하지만 참여도에 따라 열정을 낼 수 있었다.

   
▲1회부터 아카데미 강좌를 수강하고 있는 SFC 우영호 간사. ⓒ뉴스앤조이 신철민
우영호
/ 대학 선교단체 출신으로서 선교단체 간사를 맡고 있다. 선교단체에서는 아무리 잘 양육 받아도 경건주의 신앙의 한계가 있다. ‘성경적 지도자 배출’이라는 선교단체 목표에 맞게 삶의 각 영역을 주도할 성경적 지도자를 배출하려면 기독교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서도 문제의식을 가져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 그래서 졸업 후 삶의 영역에서 영향력 있는 삶을 살지 못하고 무기력하게 사는 것을 많이 본다. 선교단체는 삶의 영역에서 섬길 사람을 배출하는 게 아니라 지역교회를 충실히 섬길 수 있는 착실한 성도를 키운다. 삶에서 실제적인 문제에 맞닥뜨릴 때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지를 알 수 있는 대안적 신앙 교육이 필요하지 않나 생각했는데, 아카데미를 들으면서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었다.

기독청년아카데미를 나만 들으면 안되겠다고 생각해서 3회부터는 학생들과 다른 간사들을 데리고 와서 같이 강의에 참여하고 있다. 여기서 배운 것을 놓고 캠퍼스에서 나눔으로 이어지는 게 좋다. 강의를 들은 학생들은 그 전에 들어보지 않고 고민해보지 않은 내용을 들으니까 새롭다고 한다. 두렵다는 반응도 나온다. 그런 고민을 들어주면서 왜 우리가 이런 것을 배우고 앞으로 이런 운동을 해나가야 하는지를 같이 나누면 더 플러스가 된다.

최철호 / 얼마 전 수강생의 메일을 받았다. 청년부 전도사로서 지난해에 강의 자료를 다운 받아서 직접 청년들을 양육하다가 교회 안에 사회선교부를 조직하고 이번에 청년 리더들을 데리고 같이 왔다. 본인이 자료를 가지고 교육했던 내용인데, 청년들과 같이 와서 다시 공부하니 청년들에게도 유익이 되고 또 그를 통해 자신도 도전 받았다는 얘기를 썼다. 그런 게 선교단체 뿐 아니라 지역교회 현장에서도 의미있게 소통되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성경적토지정의를위한모임 박창수 정책국장. 제3회 아카데미에서 '성경의 토지 정의와 헨리 조지의 대안적 경제체제' 강의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신철민
안기홍
/ 지역교회 청년대학부의 양육프로그램을 보면 꽤 큰 교회들도 의외로 양육프로그램이 안정되지 못한 것을 볼 수 있다. 있더라도, 선교단체가 가진 양육 커리큘럼의 틀을 벗어나지 않는다. 한국 역사 속에서 기독교가 어떻게 흘러왔는지 관심이 없기도 하고, 관심은 있어도 어디서 어떻게 배워야 할 지 모르기 때문이다.

이번 3회 아카데미에서는 주목할 만한 참여가 있었다. 건국대학교 내에 있는 여러 선교단체 졸업생들이 졸업 후에도 꾸준히 기독인으로 서로의 삶을 점검할 수 있는 모임을 갖기로 했다. 이들이 자체적으로 모임을 갖는 것은 한계가 있어 기독청년아카데미 강좌를 통해 배움과 만남을 함께 하기로 한 것이다. 중요한 것은 선교단체 내 모임이 아니라 여러 선교단체들 출신들이 함께 모인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현재 재학중인 대학생들과 만남을 지속적으로 갖고 있다는 것이다. 기독청년아카데미 콘텐츠는 대학 저학년생들이 직접 들어오기 어려운 면이 있는데, 이들을 매개로 아카데미가 전해지는 것이다.

졸업 후 삶의 현장에서 실천하는 사회선교사 양성해야

박창수 / 90년대 초 ‘사회선교를 위한 복음청년학생연합(복청학련)’이 했던 사회선교학교와 기독청년아카데미를 비교해 볼 수 있다. 기독청년아카데미는 사회선교학교의 정신을 이어가고 있다. 또 사회선교 이론의 기초가 되는 신학적 핵심을 아주 잘 담아내고 있다. 기독청년아카데미의 장점은 강의의 깊이와 다양성이다. 한 주제를 가지고 8주간 공부하고, 8주가 끝나면 또다른 관심 있는 강의를 들을 수 있다. 특히 기독청년아카데미에서 최은상 목사의 ‘은사운동’과 같은 강의가 들어간 것도 주목할 만하다.

   
▲아카데미 운영위원장 최철호 목사. 최 목사는 '구약성서의 맥'과 '기독청년을 위한 현대철학 세미나'를 강의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신철민
우영호
/ 운동하는 사람은 성령에 취약하다. 또 성령 중심의 사람은 사회선교에 약하다. 지금까지는 대학생들이 사회선교에 대해 관심을 못 가졌는데 이 두 개를 다 잘하는 균형 잡힌 양육을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새로운 고민이 생기더라.

장윤정 / 선교단체 안에만 있다 보면 바깥 세상을 보기가 어렵다. 우리 학교 선교단체에도 사회부가 생겼는데, 아직 실제적인 활동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관심은 많이 있는데 한계도 있고 어려움이 많이 있다. 기독청년아카데미가 선교단체 사회부와 함께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관심은 있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학생들과 연결고리가 있으면 좋겠다.

안기홍 / 사회선교마당에서 노숙인지원센터를 방문한 적이 있는데, 그때 참석했던 대학 선교단체 리더가 도전을 받아서 이후에 지속적으로 노숙인센터를 방문하고 싶다며 연결시켜 달라고 요청했다. 청년들을 현장과 바로 만날 수 있게 하는 매개 역할을 한 것이다.

최철호 / 복청학련은 당시 복음주의 청년들이 기독교세계관 담론을 가지고 구체적으로 한국사회 변혁운동에 들어가서 결합된 좋은 그림이었다. 그러나 당시 상황이 사회적으로 분석이 어렵게 되면서, 그때 청년그룹이 가지고 있던 문제의식이나 역동성이 계승되지 못하고 단절됐다. 지금 그게 통전적으로 회복될 필요가 있겠다. 당시는 사회선교학교가 사회선교를 추동하기 위한 과제였다면, 지금은 사회선교의 필요성에 대한 원론적인 공감은 확보됐지만 캠퍼스나 지역교회 현장에서 이끌어갈 수 있는 리더십이 단절돼 있다. 아카데미를 통해 형성되는 리더십이 통전성을 가지고 지도해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구약성서의 맥 시간에는 30여 명의 집사님들이 아기를 데리고 와서 공부한다. 그분들은 사회선교에 관심 있어서 온 분들이 아니었다. 직장생활에만 관심을 갖고 살아왔지만, 이제는 20대에 가지고 있던 잃어버린 꿈에 대한 추동이 회복되고 있다. 그로 인해 복음의 생명력을 회복하는 것이고 그 에너지가 바로 직장이나 아이 양육에서 사회선교 리더십을 형성한다.

   

▲아카데미 장학위원장과 강사를 맡고 있는 뉴스앤조이 김종희 대표. 김 대표는 '통일 할아버지 문익환의 신앙과 삶'을 강의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신철민

김종희
/ 청년들이 교회나 캠퍼스에서 자기 경건 생활, 교회 중심적인 신앙에 머물러 있다가 졸업 이후에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한다. 기독청년아카데미가 잃어버린 꿈에 대한 불을 지핀 것이라면, 그 다음 단계로 구체적인 삶의 현장에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의 문제는 성서한국대회와 연결되지 않을까 기대가 든다.

박창수 / 성서한국운동은 아주 칼날 같은 사회 참여 쪽으로 가지는 않을 것 같다. 기독청년아카데미가 그런 정신을 공급해주고 성서한국운동과 기독청년아카데미가 유기적인 관계로 가게 되면 성서한국운동도 아주 예리하지는 못하더라도 사회선교의 정신을 대중운동으로 보급할 수 있는 중요한 역할 해줄 것이다.

우영호 / 선교단체에서 아무리 양육을 잘 받아도 졸업 후에는 신앙과 삶의 분리로 패배감을 맛보는 경우가 많다. 기독청년아카데미에서 배운 것을 더 확대할 수 있는 게 성서한국대회가 아닐까 하는 기대를 갖고 있다. 주위 사람들에게 권할 때 ‘사회적 책임에 대한 그리스도인의 대답’이란 주제만 말해줘도 반응이 좋다. 교회 청년들의 참가비는 청년부 재정에서 50%씩 지원하기로 했다.

최철호 / 대학교 1,2학년생들에게 유효한 교육은 선교단체가 잘하고 있다. 그런데 주체적으로 심화과정을 배워야 할 3,4학년 학생들이 공급을 못 받는 게 선교단체 양육의 한계다.

   
▲기독청년아카데미 운영의 실무를 총괄하는 뉴스앤조이 정책기획팀 안기홍 팀장.
ⓒ뉴스앤조이 신철민
기독청년아카데미를 통한 양육의 틀이 ‘일상생활에서의 리더십 모형’이 되지 않으면 기독청년아카데미가 기대하는 사회선교사의 양성이란 것도 대학 선교단체에서 간사나 해외선교사를 배출하는 것과 다르지 않게 된다. 졸업해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는 곳이 일반 직장이다. 늦더라도, 생활 현장에서 자기 삶을 기독운동으로 해석해낼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게 필요하다. 본인이 하나님나라운동의 주체라는 자각을 해야 하는 것이다.

직장인이 라이선스(면허증)가 주어지는 것도, 승진하는데 도움 되는 것도, 어학에 도움 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교회에서 하는 프로그램도 아닌 데 밤에 시간 들여서 듣는 게 기적이라고 본다. 그 사람들이 하나님나라의 백성으로서 성서에 대해 가지고 있는 배움에 대한 열정을 발견할 수 있다. 교회에서는 그런 분들이 일상에서 직장생활하면서 겪는 신앙적 경험이나 사건에 대해 선교사나 목회자들의 무용담만큼 별로 가치 있게 얘기하지 않는다.

자기 삶의 현장에서 이뤄낸 것을 고백하는 게 그 어떤 탁월한 신학 수준과 견줘서 부족함이 없다. 교회를 개척해서 1년 만에 1천 명이 모인 것보다, 아무런 이해관계도 없는 모임에 아이를 데리고 오는 게 더 놀라운 일이다. 그런 사람들이 기독청년아카데미나 성서한국의 강사가 돼야 한다. 특별한 학위도 없고 사회적 지위도 없는 사람이 기독운동에 대해 고민하고 이야기할 수 있는 주체로 형성돼야 한다. 기독청년아카데미 운영위원회가 이제 갓 시작됐지만, 직장인을 중심으로 해서 그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장윤정 / 강의하신 분에 대해 모르고 신청했는데, 저명도, 박사학위와 상관없이 여기서 공부한 사람들이 강사가 된다는 게 충격적이었다. 대학에서도 누가 강의하느냐가 중요하다. 같은 방향으로 공부했던 선배가 우리를 가르쳐준다는 게 놀랍다.

   
▲ ⓒ뉴스앤조이 신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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