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서에서 철학까지 다양한 신학 프로그램 갖춰…같은 주제도 여러 관점에서 분석

신앙인에게 필요하지만 교회나 선교 단체에서 배우지 않는 것들이 있다. 성서를 열심히 묵상하지만 성서의 중심 사상과 맥을 배우지 않았고, 한국 교회를 위해 기도하지만 한국 교회가 어떤 길을 걸어 여기까지 왔는지는 잘 모른다. 기독청년아카데미에는 신앙인에게 2% 부족한 것을 채우는 강좌로 가득하다.

올해 봄 학기로 3회를 맞은 기독청년아카데미에서 한국교회사(강사 양진일)는 한 번도 빠지지 않고 개설된 단골 강좌다. 우리 조상들이 개신교 선교 이전에 기독교를 만난 이야기로 시작해 한국 선교의 독특한 전개 과정과 한국 사회에 끼친 영향, 항일운동과 변절의 역사를 공부한다. 신분제가 여전히 득세한 곳에서 교회가 어떻게 평등한 세상을 열었는지, 남녀 차별을 어떻게 극복했는지를 배우면서 자연스럽게 지금 교회 현실을 반성한다.

교회사와 현대사 동시에 강의

한국교회 신앙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 선교사들의 신학과 1920~1930년대 형성된 다양한 신학 사상을 검토하는 것은 우리의 신앙을 돌아보는데 큰 도움이 된다. 지금 한국 교회의 신앙의 뿌리이기 때문이다. 해방 뒤 교회 재건운동과 각 교단의 분열, 각종 이단 생성 과정을 살피는 것도 흥미롭다. 특히 자기가 속한 교단에 따라 유리하게 해석한 분열의 역사에 대해 양쪽 입장을 비교하다 보면 교회 일치 운동의 필요까지 깨닫는다.

한국교회사와 한국근현대사(강사 홍욱표)를 동시에 강의하는 것도 기독청년아카데미의 장점이다. 일제시대 민족해방운동과 지식인의 변절은 결코 한국 교회의 수난과 친일 행각이 무관하지 않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해방 정국과 군사독재 시절을 통과하면서 형성된 한국 사회의 취약한 뿌리를 배우고, 1980년대 민중운동과 1990년대 시민운동의 성격과 발전 과정을 살펴본다.

학기마다 번갈아 열리는 신구약성서의 맥(강사 최철호)은 말 그대로 성서의 주요 주제를 다룬다. 창조의 세계관적 특이성과 하나님의 구속사, 율법 정신과 군주 체제에 대한 하나님의 심판, 선지자의 중심 사상과 묵시운동 등을 구약 성서의 큰 줄기로 잡는다. 신약에서는 예수 시대의 역사적 배경과 하나님나라운동의 성격, 부활과 승천 사건의 의미, 성령 사역과 밥상공동체, 바울의 사역, 복음과 율법, 요한공동체의 문제의식과 성격 등을 살펴본다.

성서의 맥은 구속사적 연구가 장점인 복음주의 신학과 역사적 배경을 철저히 연구하는 진보 신학의 장점을 동시에 살펴 한쪽으로 치우친 성서 해석을 바로잡는다. 또 성서의 큰 줄기들을 살핌으로써 성서 읽기와 묵상의 깊이를 쌓는데 도움을 준다.

화이트헤드와 들뢰즈 등 현대 석학들의 사상을 연구하는 현대철학, 과정신학을 중심으로 연구하는 현대신학 강좌도 꾸준히 열리고 있다. 현대 철학자와 신학자들의 문제의식과 통찰을 배우는데 역점을 두고 어떻게 우리 신앙과 삶에 적용할 지를 연구 토론하면서 자칫 삶과 거리가 먼 학구적인 세미나로 치우칠 수 있는 약점을 극복하고 있다.

현실에 적용 가능한지 토론

이번 봄 학기에는 세계관 강좌만 4개가 개설되어 관심을 모았다. 세계관 강좌라는 같은 주제로 열리지만 강사에 따라 전혀 다른 내용으로 공부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복음과상황> 양희송 편집장은 한국의 세계관 운동을 평가하고, 한국인의 신앙에 큰 영향을 준 리차드 니버의 사상을 비판적으로 살펴보았다. 양진일 연구실장(청년성서연구원)은 10년 넘게 공동체운동 경험을 바탕으로 기독교 세계관의 주요 주제인 창조, 타락, 구속 등을 재해석했다.

부산 강좌에서는 김기현 목사(부산수정로교회)가 평화주의적 관점에서 기독교 세계관을 검토했고, 전주 강좌에서는 박용태 목사(전주제자교회)가 복음주의운동이 어떻게 흘러왔으며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지를 제시했다.

이밖에도 기독청년아카데미는 사도바울의 성령은사운동, 생명신학 읽기, 문익환의 신앙과 삶 연구 등 신앙을 살찌우는 다양한 강좌를 개설하고 있다.

구독안내

이 기사는 유료회원만 볼 수 있습니다.

후원구독, 온라인구독 회원은 로그인을 해주시고 인증 절차를 거치면 유료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후원구독(월 1만 원 이상), 온라인구독(1년 5만 원) 회원이 아니시면 이번 기회에 〈복음과상황〉을 후원, 구독 해보세요.

저작권자 © 복음과상황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