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주의권에선 봉사 개념에 그쳐…의식개혁 통해 근본 원인 깨달아야

   
▲ 복음주의권에 사회선교 바람이 불고 있다. 봉사 수준에서 벗어나, 사회변혁을 꿈꾸는 '사회선교사'의 필요성이 절실해지고 있다. ⓒ뉴스앤조이 신철민
1995년 발간된 <종교연감>을 보면 개신교의 성장이 우리나라에 기독교 전래 이래 최초로 감소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에 대한 이유로 많은 신학자와 관계자들은 교회가 사회에서 제 역할을 감당하지 못했기 때문에 나타나는 결과라고 입을 모은다. 예전에는 '사회선교'라는 단어를 사용하면 '빨갱이'라고 매도당하기 일쑤였다. 그래서 많은 교회들이 사회선교라는 말 대신 '사회봉사'나 '봉사활동'이라는 말로 대신하기도 했다.

특히 복음주의권에서 사회선교에 대한 인식은 아직도 봉사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많은 교회가 정부로부터 복지관 운영을 위탁받아 운영하기도 하고, 노숙자들을 위해 밥도 해주는 활동을 하고 있지만 그동안은 그저 '봉사' 수준에 그친 것이 사실이다.

사회선교사는 빨갱이?

독거노인이 있으면 독거노인을 양산하는 사회 구조적인 모순은 건드리지 않은 채 그들에게 빵만 갖다 주고는 했다. 노숙자를 위해 봉사하면서 왜 노숙자가 거리에 넘쳐나는지, 저들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는 없는지에 대해 복음주의권의 고민이 부족했다.

교회 어른 가운데 40대 이상은 사회선교라고 하면 1970년대와 1980년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와 도시산업선교회를 먼저 떠올린다. 그렇기 때문에 젊은이들이 사회선교라고 말하면 색안경을 끼고 보는 것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이런 현상은 비교적 개혁적이라고 말하는 교회에서도 나타난다.

사회선교를 바라보는 젊은 사람들과 기성세대의 간극은 생각보다 넓고 크다. 어른들의 눈치를 보느라 사회선교를 시작도 못하는 교회가 있고, 사회선교라는 단어를 말만 바꾸어 시행하는 교회도 있다.

오는 8월1일부터 대전침례신학대학교에서 열리는 제1회 성서한국대회는 복음주의권이 사회선교라는 이름을 전면에 내거는 첫 번째 사례로 꼽힌다. 그동안 사회선교라는 단어는 진보적인 미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 계열이 전담하다시피 했다. 그러나 최근 이런 분위기에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그동안 교회가 해왔던 봉사 수준에서 벗어나 좀더 근본적인 문제로 고민하는 젊은이들이 생겨난 것이다.

방주교회 청년부 내에 있는 '공물정하'(공의를 물같이 정의를 하수같이) 팀은 보름에 한 번씩 모여 사회 문제를 중심으로 의견을 나눈다. 이들은 국가보안법과 북한 문제 등 우리 사회의 다양한 이슈들을 놓고 적극 토론한다. 유사한 모임을 가지면서 교회 이름 밝히기를 꺼려한 청년들도 있었다.

이제 걸음마 단계인데, 교회 어른들이 지나치게 예민하게 여기면 모임 자체가 무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들 역시 공물정하 팀과 마찬가지로 사회 문제를 토론하고 있는데, 교회에서는 성경 공부하는 모임으로 알고 있다.

앞에서 말했듯이 그동안 복음주의권 교회는 단순한 봉사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김범석 전도사(높은뜻숭의교회)는 이런 사회선교는 1차적인 수준이라고 말한다. 이제 한국 교회는 1차 선교에서 벗어나 2차 선교로 도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전도사가 정의하는 2차 선교란 단순히 빵을 주는 수준에서 벗어나 빵을 만들 수 있도록 교회가 힘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역 관공서 이용하면 도움

김 전도사는 이를 위해서는 의식 개혁이 중요하지만,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보고 있다. 그러나 빵을 만들 장을 교회가 만들려면 일부 대형 교회를 제외하고는 대다수 교회의 경우 힘이 부친다. 그래서 김 전도사는 구청이나 동사무소 등 지역 사회에 있는 관공서를 적극 이용하라고 주문한다.

이런 점에서 높은뜻숭의교회가 중구청으로부터 지원받아 시행하고 있는 자활후견기관은 좋은 예가 될 수 있다. 이 기관은 현재 자활근로사업 두 가지를 실시하고 있다. 지난해 7월부터 시작한 음식점과 세차 사업이 그것이다. 중구청은 재정을 지원하고 교회는 자원봉사자를 투입해 사업장을 적극 이용하는 등 정부와 교회가 협력해 사업을 벌이고 있다.

김 전도사는 교회가 혼자 지역 사회나 사회를 위해 일할 경우 어려움이 많은데, 정부 기관과 함께 하면 많은 부분이 해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음식점의 경우, 높은뜻숭의교회가 혼자 감당하면 소요되는 재정이 많지만, 정부와 손잡으면 교회 부담을 상당히 줄일 수 있다.

서울 동대문구의 성터교회(목사 방인성) 역시 창신2동 동사무소와 연계해 지역에 있는 독거노인을 돕고, 학원에 가지 못하는 아이들을 위해 공부방을 운영한다. 이런 사역을 오래 하다 보니 성터교회에 대한 지역 주민의 신뢰도는 매우 높은 편이다. 성터교회가 처음 동사무소와 관계를 맺은 것도 지역 주민이 성터교회가 하는 일을 동사무소에 말해 알려진 경우다.

사회선교의 또 다른 문제는 당장 눈에 보이는 열매가 없다는 것이다. 한국 교회는 그동안 빠르게 성장해왔다.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했기 때문에 교인과 목사들은 짧은 시간에 많은 열매를 가져다주는 총동원전도 등의 선교 방법을 택했다. 그러나 사회선교는 일단 '퍼주어야' 한다. 교인수가 당장 눈에 띄게 늘지도 않는다.

김범석 전도사는 이런 생각부터 고쳐야 한다고 말한다. 교회에 이득이 될 것이라는 생각부터 버리라는 것이다. 선교가 목적이기는 하지만, 당장 눈에 보이는 열매에만 급급해 무리하게 선교하면 역효과가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다. 그동안 교회가 사회봉사에서 많은 부분을 감당해왔지만, 사회에서 인정해주지 않는 것은 이런 '선교제일주의'가 한몫했다는 것이다.

'선교제일주의'부터 버려야

그래서 김 전도사는 중구자활훈련기관에서 교육받는 사람들에게 교회에 나오라는 말을 하지 않는다. 이 일을 시작하면서 일부 교회 어른들이 "그거 해서 몇 명이나 교회에 나오느냐"라고 말했을 때 안타깝기도 했지만 서두르지 않을 작정이다.

이는 성터교회 역시 마찬가지다. 지역 사회에서 수많은 봉사를 하지만, 교회에 나오라는 얘기는 하지 않는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교인 숫자는 늘어난다. 그것도 기존 교회에서 옮겨오는 것이 아닌, 순수한 비기독교인이 교회 모습에 감동받아 자진해서 교회에 출석하고 있다.

이제 한국 교회는 새로운 전환기를 맞고 있다. 교회에 대한 이미지는 바닥을 쳤고, 교회는 사회를 위해 기여한 것이 많은데 알아주지 않는다는 볼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낮은 자를 위해 오신 예수의 삶을 따르기로 했다면 묵묵히 걸어가는 모습이 필요하다. 소외된 이웃에게 빵을 주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이웃이 왜 생겨나는지 근본적인 물음을 던져야 할 때다.

구독안내

이 기사는 유료회원만 볼 수 있습니다.

후원구독, 온라인구독 회원은 로그인을 해주시고 인증 절차를 거치면 유료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후원구독(월 1만 원 이상), 온라인구독(1년 5만 원) 회원이 아니시면 이번 기회에 〈복음과상황〉을 후원, 구독 해보세요.

저작권자 © 복음과상황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