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선교 관련 특별좌담 / 개념 재정립과 연합의 틀 마련해야

   
▲ 복음주의권에 사회선교를 꿈꾸는 다섯 명이 뭉쳤다. 이들은 개교회 단위에서는 아직 사회선교를 시기상조라고 보고, 할 수 있는 교회간 연대 필요성을 제기했다. ⓒ뉴스앤조이 신철민
'사회선교'. 어렵기도 하고 쉽기도 한 단어다. 최근 복음주의권에 불고 있는 사회선교 바람. 그러나 정확한 개념과 구체적 내용이 보이지는 않는다. 사회선교라는 말이 아직까지 조심스럽게 통용되는 복음주의권에서 제대로 된 정리가 필요한 시점이다.

사회선교와 관련된 개교회의 청년부 담당자들, 선교단체 간사, 연합운동가, 목회자 등을 초청해 좌담을 가졌다. 참석한 사람들은 개념 정립과 더불어 교회간 연대 필요성을 제기했다. 개교회 단위에서는 사회선교가 뿌리내리기 힘들다는 지적 때문이다. 마침 관계자도 참석한 성서한국대회에 자연스럽게 관심이 모아졌다.

현재 개교회 단위로 이루어지고 있는 사회선교에 연합의 틀이 생기기를 바란다는 것이다. 좌담은 지난 5월16일 오후 7시부터 명동 청어람에서 박찬주 실장(학원복음화협의회) 이동규 사회선교팀장(방주교회) 안정기 사회선교팀장(성석교회), 정성규 목사(예인교회) 윤은주 국장(성서한국) 양희송 편집장(<복음과상황>)이 함께한 가운데 1시간 30여분 동안 진행되었다.


양희송(이하 양) 각자 소개 좀 해달라.

   
▲ 박찬주 간사는 천천히 함께 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뉴스앤조이 신철민
박찬주
(이하 박) 학원복음화협의회에서 캠퍼스사역연구소 실장으로 일하고 있다. 전에는 한국기동학생회(IVF) 사회부에서 간사를 역임했다. IVF는 사회부가 생기기 전 사회선교마당이라는 이름으로 사회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가진 젊은이들끼리 모임이 자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었다. 그러나 정작 내부에서는 아웃사이더로 받아들여지는 상황이었다. 그러다 모임 출신인 내가 사회부 간사가 되면서 정식으로 사회 문제와 관련된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

이동규(이하 이) 서울 방배동에 있는 방주교회를 다니고 있다. 우리 교회는 올해 처음으로 사회선교 팀이 만들어졌다. 그 전에 사회 문제를 토론하는 '공물정하'(공의를 물같이 정의를 하수같이)라는 모임과 노숙자 선교 등 사회봉사를 하는 모임이 있었다. 이 모임들이 하나로 통합되었다.

안정기(이하 안) 서울 화곡동에 있는 성석교회를 다니고 있다. 우리 교회의 사회선교 모임은 지난해 만들어졌다. 당시 청년부를 담당하던 전도사님이 만들었다. 처음에는 양육 모임을 생각했는데, 전도사님이 사회선교에 대한 큰 흐름을 잡아주었다. 처음 간 곳이 영등포 광야교회였는데, 그때부터 사회선교에 대한 생각이 간절해졌다.

그러다 지난해 기독청년아카데미에서 열린 사회선교마당에 참석하면서 생각이 구체화되었다. 이후, 광야교회에서 정기적으로 봉사하고 있고, 지역 독거노인을 보살피고 있다. 독거노인 사역을 좀더 충실히 하기 위해 이번에 사회선교팀 안에 독거노인을 집중적으로 도와주는 모임을 만들 계획이다.

정성규(이하 정) 우리 교회는 창립한 지 3년6개월 정도 되었다. 우리 교회의 사회선교는 일반 선교와 대외협력부분, 나눔 사역 등으로 나뉘어 있다. 실제 구제를 중심으로 하고 있다. 교회가 있는 부천에는 외국인 근로자들이 많이 있다. 그들을 위한 사역이나, 자녀들을 위한 예능교육 등의 사역을 하고 있다.

윤은주(이하 윤) 성서한국대회를 준비하면서 정리해보니 사회선교에 세 가지 영역이 있다고 생각한다. 직업, 구제, 사회 개혁이다. 성서한국대회는 이런 일과 관련된 기독 비정부기구(NGO) 운동의 성과를 한군데 모아보자는 취지다. 사회선교라는 말은 진보적인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 쪽에서 썼던 말인데, 언제부터인가 복음주의권에서도 쓰고 있다. 예전에는 이런 말을 하면 색깔 논쟁이 벌어지고는 했는데, 최근에는 보편적으로 쓰이는 것 같다. 우리 때는 하나님나라운동이라는 말이 모든 것을 품었다.

'대외 협력'이라고 말 바꿔 선교

: '단순히 빵을 주는 것을 넘어 사회를 변혁시킨다'라고 우리 교회는 인식하고 있다.

   
▲ 윤은주 국장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자생적인 사회선교팀이 생긴 교회를 보면 신기하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신철민
: 방주교회에서는 사회 변혁을 위해 구체적으로 하고 있는 사업이 있나.

: 양육 팀에 교육지원 사업을 만들어 9개월 정도 운영했다. 성과도 있었고 실패도 있었다. 그러나 개교회 차원에서 운영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마침 기독청년아카데미의 사회선교마당이라는 강좌가 있어 후배들을 보내고 있다.

: 방주교회는 상당히 자발적으로 운동하고 있는 것 같다. 혹시 담임목사나 담당 사역자가 도전을 주나.

: 담임목사님이 직접 신경을 쓰는 편은 아니다. 대신 청년부 담당목사님이 좋아하고 지원을 많이 해주신다.

: 사랑의교회 있을 때는 청년부 담당 전도사와 담임목사 사이에 인간적인 신뢰가 있었다. 당시에는 교역자 마인드가 밑으로 내려오는 시스템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리더가 떠나면 조직이 와해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그래서 자생적으로 사회선교를 하는 경우를 보면 신기하다.

: 요즘은 목회자가 어디까지 해줄 수 있나 생각을 많이 한다. 담임목사님의 경우, 사회선교에 대한 마음이 없는 건 아닌데 직접적인 관여나 도움을 주는 것은 아니다. 그래도 감사한 건 큰 일이 있을 때 설교하거나 광고를 해주시며 도와준다.

: 목회자 입장에서 볼 때, 그런 경우 오히려 안정될 수 있다. 전략적으로도 그런 것이 필요하다. 지나치면 자칫 자생력을 잃어버릴 수도 있다.

: 담임목사의 경우 교회 전체 차원에서 신경을 쓰게 되는 부분이 있을 것 같다.

: 기성세대는 '사회'라는 단어 자체를 싫어하는 것 같다. 사회선교라는 말을 쓰면 기성세대의 반발이 있다. 그래서 우리 교회는 사회선교라는 단어를 대외 협력이라는 말로 바꾸었다. 비교적 개혁적이라고 자처하는 우리 교회의 경우도 이렇다. 그래서 방주교회나 성석교회가 사회선교라는 말을 직접 써서 놀랐다. 교회 안에 불안해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순화해서 가지 않으면 어려울 수 있다.

: 우리 교회도 비슷한 분위기다. 개혁적인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인데, 이라크전쟁과 관련해 광고할 때, 40~50대 집사님의 분위기가 다른 때와는 달랐다. 청년들 사이에서는 사회선교라는 말을 쓰면 오히려 도움이 된다. 그러나 어른들 사이에서는 결코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것을 그때 알았다. 정 목사님 얘기 들으니까 그 이유를 알겠다.

: 옛날 우리가 교육받았을 때는 정교분리의 원칙을 강하게 내세웠다. 당시에는 '사회참여' 하면 레드콤플렉스 때문에 한쪽으로 줄을 서는 것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이데올로기에서 자유로운 시대 아닌가.

: 요즘은 어떻게 되나 보자며 여유를 갖고 지켜보는 상황 같다. 청년들은 균형을 잡으려는 게 보인다. 그래서 사회 참여를 애기하면 옛날처럼 좌파운동으로 인식하지 않는다. 그 정도까지는 와 있는 것 같다. 그렇지만 잘하고 있는 모델이 있어야 파급 효과가 클 것이다.

: 생각해보니 윗세대에는 손봉호 교수나 이만열 교수 등 모델로 떠오르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데 중간 세대에는 안 보인다. 30~40대로 가면 멸종이다.

: 그래서 자생력 있는 단체들이 생기는 것 같다. 교회 내의 정통성 있는 주류 단체보다 외곽에 있던 분들이 활발히 활동하는 것 같다. 그 흐름이 3~4년 정도밖에 안되었다. 기존 엘리트 그룹에서 하고 있던 운동의 한계성, 즉 본인은 중산층이면서도 소외받고 연약한 자들과 함께하겠다는 생각으로 운동했던 사람들이 현실적으로 괴리감을 느끼며 무너졌다. 최근 일부 단체들이 여론을 일으키려다가 자멸하는 모습을 보면서 기존 교회 운동의 한계를 보게 된다.

복음에 관심 없는 청년과 싸워라

: 사회선교 모임을 가지면서 아쉬웠던 점은 없나.

: 공감대 형성이 제일 어렵다. 요즘 보면 고민하는 청년들이 없다. 성령 받아서 자기 위주의 신앙에만 열중하려고 한다. 그래서 안타깝다. 사회 문제에 대해 이야기할 때 호응이 있어야 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이런 분위기가 형성되니까 얘기하는 사람이 답답하다. 독거노인을 돕는다면 돕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사회구조 속에서 독거노인 문제까지 생각해야 하는데, 봉사의 개념으로만 본다.

   
▲ 이동규 팀장은 청년들의 무관심과 먼저 싸워야 한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신철민
: 청년들은 레드콤플렉스 같은 게 전혀 없다. 이런 문제보다는 무관심과 싸워야 한다. 그래서 양육 담당에게 얘기해 복음에 대한 얘기만 하지 말고 사회선교도 해보라고 제안하면 요즘 애들은 양육도 제대로 안 된다, 복음이 뭔지도 모른다는 대답만 듣는다.

: IVF도 마찬가지였다. 사회선교 이야기하면 당장 학생들이 주님을 만나지 못했다는 얘기부터 나온다. 그래서 간사들을 먼저 교육했는데, 그러니까 사회 문제에 대한 자신감이 생기더라. 사회 문제를 어떻게 보아야 하는지 시각이 생긴 것이다. 리더들을 양육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리더들이 교육받고 체득하면, 자연스럽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 '복음을 알아야 사회를 안다'는 식의 접근 자체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한다. 복음 자체에 이미 내용이 있다. 구약성서부터 배우면서 정의와 공평의 하나님이 어떤 분이신가를 보여주면 복음과 세상을 아는 것이 함께 간다.

: 접근은 성경으로 해야 된다. 성경에서 다루는 이슈들을 현실감 있게 접근해야지 그냥 복음에 다 있다는 식이면 할 일이 없다. 그런데 어떻게 청년들에게 이런 욕구를 불러일으킬 것인지 모르겠다.

: 주변에서 활용할 수 있는 자원들이 있다. 기독청년아카데미, 성서한국 등. 이런 곳에 주문하고 싶은 것이 있나.

: 기독청년아카데미는 굉장히 좋은 프로그램이다. 후배들에게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그런데 <복음과상황> <뉴스앤조이> 성서한국 등과 개교회가 관계를 맺는데 어려운 부분이 있다. 교회 입장에서 보면 따라가기 어려운 이슈들이 많다. 최근 이슈로 잡은 친일 문제도 교회에서 따라가기는 힘들다. 대중성을 제공해주었으면 좋겠다. 눈높이를 낮추라는 얘기다. 개교회 청년부가 자체적으로 아젠다를 만들고 <뉴스앤조이>가 받아서 키우는 방식은 어떤가. 우리 교회에서 성공했던 아젠다 설정에는 이런 것이 있었다. 왜 청년회장은 항상 남성이 되는 것이냐, 후보조차 여성이 올라간 적 없다. 오히려 이런 문제가 호응이 컸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여성 안수나 교회 내의 여성 문제가 인식되더라.

   
▲ 정성규 목사는 교회 내에서 단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뉴스앤조이 신철민
: 우리 교회도 운영위원회(다른 교회의 당회에 해당-편집자 주)에 여성을 선임하는 문제를 놓고 무지하게 싸웠다. 첫 해 선임해서 잘 되니까 다음부터는 2~3명씩 여성이 들어오게 되었다. 단계적인 접근이 전략적으로 필요하다. 그렇게 접근해야 대안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사회선교에 대한 오해부터 씻어야

: 사회선교라는 단어를 느끼는 세대별 파장이 모두 다르다. 만만한 용어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윗세대들이 심각한 분위기로 받아들인다면, 젊은 세대들은 문화적인 흐름으로 보는 것 같은데 양자가 잘 결합되어야 하겠다.

: 평신도 청년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사역은 3년이 최대인 듯하다. 이어가려면 누가 받아주어야 하는데, 연속성이 없다. 리더십을 이루는 것도 힘들고, 개교회 단위에서는 연속성을 갖는 것이 어렵다. 기독청년아카데미, 성서한국에 기대하는 것 가운데 하나가 인적 네트워킹을 쌓는 것이다. 네트워크의 허브(hub) 역할이 중요하다. 사역 계기는 연대를 통해서 이루어진다. 뭔가 해보려 해도 개교회 단위에서는 안 된다. 다른 교회와 연대하고 싶은데 방법을 모르겠다. 대표성을 띤 언론이나 단체들이 네트워킹의 중심체 역할을 해주면 좋겠다.

: 현재 단계에서는 사회선교에 대한 불필요한 오해를 불식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잘할 수 있는 개인이나 단체가 제 역할을 해야 하겠다. 그런 면에서 성서한국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 기대하시는 대로 재미나게 준비해서 엘리트 중심의 운동이 아닌 대중적인 모습으로 다가갈 수 있도록 하겠다. 소망이 있다면 이번 수련회를 통해 한국 교회의 지형도가 그려졌으면 한다. 각 교회의 사회선교 팀들이 발굴되고, 전국적인 네트워크가 만들어져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었으면 한다. 대형 교회에서 1천명 채우는 것보다 사회선교에 관심 있는 사람을 중심으로 조금씩 채웠으면 좋겠다.

: 소극적으로 기다리지 말고, 성서한국에서 각 교회 청년회장들을 초청해라. 찾아서 가는 사람 없다. 중요 교회를 정해서 지원해라. 성서한국 재원을 끌어와서 끌어당기는 작업을 해주어라. 그럼 얘기가 달라진다. 그들이 갔다 와서 "가봤더니 대단하더라" 할 수 있어야 한다. 재미로 접근하자고 해서 역사적인 주제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또 청년만 대상으로 하지 말고 40대 이상도 대상으로 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제 사회적 기반 잡아서 일하고 싶은데, 할 일이 없어서 공허감을 느낀다.

   
▲ 안정기 팀장은 중요한 것은 공감대를 형성하는 일이지만, 그것이 가장 어렵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신철민
: 사회선교를 준비하는 사람으로서 얻는 게 많은 자리였다. 성서한국도 재미 안에서 근본적인 문제를 던질 수 있어야 한다.

: 개교회 차원에서 어디까지 사회선교가 가능할까. 다른 교회의 사역과 성격이 너무 다르다. 금방 열매도 안 보이고, 뭘 보고 뛰는지도 모르겠다, 그런 고민을 많이 갖는다. 성서한국을 통해 방향성을 제공받았으면 좋겠다. 심하게 요구하는 것일 수도 있는데 계속 요구하고 싶다. 바깥에서 오는 것이 없으면 생명력을 금방 잃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좋은 얘기 많이 들었다.

: 그렇게 비관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고군분투하면서도 갈 길을 찾는 사람들이 있는 한 희망은 있다. 어른들은 어른대로 어려운 현실이다. 가치를 아는 몇몇 사람들이 있으면 낙관적이다. 그리고 연대가 제일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생각이 같은 사람들이 모여 있으면 갈 길이 보이지 않을까. 연대의 장을 만들어주는 게 어른들의 역할이고, 청년들은 그 끈을 놓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구독안내

이 기사는 유료회원만 볼 수 있습니다.

후원구독, 온라인구독 회원은 로그인을 해주시고 인증 절차를 거치면 유료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후원구독(월 1만 원 이상), 온라인구독(1년 5만 원) 회원이 아니시면 이번 기회에 〈복음과상황〉을 후원, 구독 해보세요.

저작권자 © 복음과상황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