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신학을 공부하던 무렵 '교회론' 세미나 시간이었다. 찰흙 반죽을 나누어주고, 자기가 생각하는 교회 이미지를 동물 가운데 선택해서 만들어보라고 했다. 양, 독수리, 원숭이 등 다양한 동물이 나왔는데 나는 공룡을 만들었다.

이유인즉 거대한 몸집, 작은 두뇌용량, 주변 환경이 급속히 변하면서 생존이 위협받고 있다는 요지의 이야기를 한 기억이 난다. 한국교회 이야기였다. 후안 카를로스 오르티즈였나, 교회는 성장한 것이 아니라 살이 찐 것이라고 했다. 비만은 반길 일이 아니라 병이라고 요즘은 다들 동의한다. 그러니 한국 교회는 초대형 교회를 자랑하며 마냥 즐거워할 일이 아니다. 해외 기독교인 앞에서는 큰 교회가 많아 때로 자부심을 느낄 때도 있었다. 그러나 속으로는 위태한 마음이 없지 않다. 한국 기업들도 이제는 양이나 가격으로 승부하기보다 품질로 국제무대에 나서지 않는가.

이번호 표지이야기로 한국의 초대형 교회들의 요즘 고민거리를 올렸다. 세대교체는 필연적으로 거쳐야 하는 과제이다. 왜 이 문제를 공론화하고 제도적 기반 위에 준비하는 곳이 이토록 없을까 다시 한번 아쉬움을 느낀다. 연구하고 준비하지 않는다면 시행착오라는 것이 용납되기 어려운 초대형 교회의 현실에서 과도한 위험 부담을 감수해야 한다. 세계 초일류 기업들도 CEO 한번 잘못 들이면 망하기가 순식간이다. 1만 명이 넘는 거대 조직이 미래를 향한 가장 중요한 선택을 이토록 구멍가게 수준으로 대응하고 있다면, 믿음이 좋다고 보아야 하는 건지 무모하다고 보아야 하는 건지. 대한민국 초대형 교회들이 위태롭다.

편집장 양희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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