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서한국대회, 성황리에 끝나…사회선교운동과 수련회운동 사이서 고민

   
▲ 복음주의권에서는 금기로 여기던 '사회선교'를 전면에 내세웠는데도 121개 교회에서 8백여 명이 성서한국대회에 운집했다. ⓒ뉴스앤조이 신철민
참가자들은 감동받았지만, 주최측은 흥분했다. 2005년 성서한국대회가 4박5일간의 일정을 마무리했다. 복음주의권의 사회선교대회로 치러진 이번 수련회는 향후 다양한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전망된다.
 
첫날, 꾸역꾸역 몰려들며 8백 명이 되어버린 참석자들이 서로를 놀라게 했다. 최종 집계를 확인해보니 전국 121개 교회에서 참가한 것으로 나왔다. 대중적 인원 동원보다는 풀뿌리에서 움직인 흔적이 확실히 잡힌다. 무엇이 이들을 이끈 것일까. 성서한국대회 홍보가 유달리 뛰어났다거나, 조직력이 대단했던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모여든 사람들의 열의와 무대 강의실에서 벌어진 이야기를 빨아들이는 흡수력은 놀라웠다. 이것은 신기한 경험이었다.

청년대학생 집회가 웬만큼 공들이지 않으면 대중문화로 눈높이가 한 없이 높아진 청중을 만족시키기 힘들다는 것이 충분히 알려진 수련회의 공식이다. 헌데, 이번 대회 강의는 거칠고 투박한 방식으로 90분씩 120분씩 이어졌으나, 사람들은 오히려 눈을 반짝이고 경청했다. 정치 개혁이나 학문 등의 패널토의에 80여명, 1백 명씩 강의실을 그득 메웠다.

교회 121곳 참가한 '풀뿌리 대회'

가장 다수 그룹은 한국기독학생회(IVF)로 약 1백50여명이 참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불과 한 달 전에 열린 '전국리더대회'에서 신임총무로 취임한 김중안 간사가 성서한국대회 참여를 강력히 독려한 것은 신선한 결정이었다. 여름방학 동안 결국 3~4회의 수련회를 가도록 권하는 셈이 되었는데, 그런 일은 개별단체 책임자 입장에서는 내리기 쉬운 결정이 아니다.

명예조장이라는 제도를 통해 주요 강사와 신앙 선배들이 직접 청년들의 조별 성경공부 모임에 들어가 만남을 가진 것도 신선했다. 이만열(국사편찬위원장) 김요한(CMI 대표) 백종국(경상대 교수) 정진호(평양과기대 설립부총장) 등이 참가자들과 마주 앉아 진지하게 대화를 나누는 모습은 그 자체로 울림이 컸다. 조별 모임에서도 개인별 수준의 편차는 있었으나 진지함과 열의는 여느 수련회와 달랐다는 평이다.
 
대회 중반부 이후로 이어진 조직위원회 회의의 최대 쟁점은 이 대회를 원래 예정대로 2년에 한 번씩 열 것인가, 아니면 이런 흐름을 이어 매년 개최해야 할 것인가로 모아졌다. 주최측이 내린 대체적인 평가와 분석은 잠재된 수요가 폭발했다는 것. 요즘 유행하는 경영학적 용어를 빌리자면 '블루 오션(blue ocean)'을 발견한 것이다. 상호 경쟁과 시장 쟁탈을 위해 경쟁하는 '레드 오션(red ocean)'이 아니라, 전혀 개척되지 않고 방치되었던 새로운 시장 혹은 대상들을 발견한 것이다. 이들이 이토록 놀라운 집중력과 호기심을 갖고 반응할 줄은 미처 몰랐던 것이다. 사회선교라는, 그동안 어쩌면 복음주의 교회 내에서 일정 정도 금기시되거나 꺼려지던 용어를 전면에 내걸었을 때 청년층이 이렇게 호응한 것은 무엇을 말해주는지 두고두고 곱씹을 일이다.

이번 대회를 성사시킨 인적 배경을 자세히 분석해보면 '1987년 체제의 복원'이라고 요약할 수 있을 듯하다. 복음주의권에서 사회 참여를 대대적으로 경험한 것이 1987년 공명선거감시운동이었다. 이 운동은 당시 활동하던 복음주의청년연합(복청)과 공정선거운동을 위해 결성된 대학생모임 복음주의학생협의회(복협)가 주축을 이루었다. 이들이 단기간에 1천5백여 명의 자원봉사자를 모아 1987년 대통령선거에 적어도 '게임의 룰'을 바로 잡아야 한다는 운동을 펼친 것이다. 기대와 달리 그 선거를 통해 노태우씨가 대통령이 되었고, 이 체제는 와해되는 듯했다.

   
▲ 대회 중반, 조직위원회에서는 성서한국대회를 매년 개최할 것인가, 격년으로 개최할 것인가를 두고 의견이 분분했다. 결국 매년 개최하기로 했다. ⓒ뉴스앤조이 양희송
386과 포스트386의 '행복한 만남'

이번 대회에는 복청 출신인 강경민, 김회권, 이문식 목사 등이 주요 역할을 했다. 대회 기획과 운영은 복협을 경험한 송인수 및 동년배 또래의 적극적인 투신이 있었다. 어쩌면 20여 년을 묵혀놓았던 꿈이 이제 젊은 날의 미숙함과 거친 면모를 떨어내고 새로운 시대의 젊은이들과 교감할 기회를 얻은 것이고, 그 오랜 소망에 젊은 세대들은 열광에 가까운 지지를 보여주었다.
 
물론 성서한국대회가 이런 인맥에 전적으로 의존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런 문제의식이 그 이후 세대들과의 연결 고리를 만들어냄으로써 비로소 대형 수련회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사회선교대회를 연상할 때 흔히 떠오르는 건조하고 논쟁적인 이미지와 달리, 문화적으로 세련되고 정서적으로 풍성한 프로그램들이 많이 준비되었다.

여느 찬양 집회보다 더한 열기를 뿜어내었던 무대들이 전면에 포진되었고, 메신저들은 선동가가 아니라 목회자와 설교자로 사람들의 마음에 감동과 도전을 동시에 던졌다. 개인과 사회를 함께 쥐고 가겠다는 것이 슬로건이 아니라 운동의 원리로 강력하게 결합한 전형을 이번 대회는 잘 구현했다. 복음주의권의 386세대와 포스트386세대가 행복한 만남을 경험한 것이다.

현재 성서한국운동이 결정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안건은 사무국의 상설화다. 사무국장의 인선과 이를 통해 앞으로 운동 방향을 어디로 이끌 것인가가 핵심 관건이다. 기본적으로는 대회 후 다양한 아카데미로 관심자가 흡수되어 교육과 훈련의 시간을 갖도록 한다는 것과 포럼을 통해 이슈에 대해 대응하는 정도의 방향은 정해져 있다.

각 신앙공동체 단위에 '사회선교부'를 조직하고, 사회선교부의 방향과 내용에 필요한 것을 최대한 지원한다는 원칙도 세웠다. 복음주의권 전체 흐름과 조응하면서 이런 역할을 해낼 사무국장의 선임 문제가 일차적 과제이다. 이번 대회까지 잘 치른 현 사무국 체제를 이어가는 방식과 새로운 인물을 선임하는 두 가지 방안이 논의 중이다.

두 번째는 대회의 성공적 개최로 인해 탄력 받은 '수련회를 매년 할 것인가, 2년마다 할 것인가'의 결정이다. 애초 취지가 선교한국과 번갈아 가며 성서한국대회를 치름으로써 연합의 위상과 사회선교대회로서의 의미를 담보하자는 것이었는데, 일단 1차 대회는 그 취지를 기대 이상으로 거둔 듯하다. 과연 이런 흐름을 2년마다의 대회로 이어갈 수 있겠는가, 너무 완만한 것 아니냐는 데에서 매년 개최가 제기되었다. 내부 입장은, 대체로 개별 단체에 속해 있는 운동가들은 격년제로 하는 것이 회원 단체의 내실을 다질 기회도 보장하고 연합운동의 장도 살리는 선택으로 보고 있고, 교회를 중심으로 한 이들은 매년 개최하는 것이 낫겠다는 입장으로 대별된다.

사무국 상설화가 우선

이 선택은 또 다른 질문으로도 이어지는데, 성서한국운동이 ‘수련회 운동’이 될 것이냐 ‘사회선교 운동’이 될 것이냐는 물음이다. 즉 대외적으로 사회적 사안에 대한 입장 표명과 운동까지 나아가는 운동 기구로 자리매김할 것인지, 매년 혹은 격년으로 모이는 이들을 위한 사회선교적 성격의 수련회를 제공하는 장으로 갈 것인지도 결정해야 하는 것이다. 어느 한 선택이 다른 방향성을 전적으로 배제하는 것은 아닌 만큼 절충적 형태를 띠겠지만, 결국 물음의 본질은 분명하다.

한국교회 전반의 사회선교적 인식을 제고하는 것 자체도 결코 작은 과제가 아니므로 회원 단체들이 운동하고, 성서한국은 수련회에 집중하는 연합운동으로 가겠다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반대의 경우는 성서한국운동이 거대 조직화하거나 복음주의권의 대표 운동 기구로 자리매김하는 방식이 되기 쉽기 때문에 역량 문제와 운동단체 간 상호 경쟁의 구도를 초래할 가능성에 유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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