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선교여행 장단점/ 사전준비 부실, 현지 필요도 '관심 밖'

   
▲ 단기선교여행은 '히트 앤드 런'이 아니다. 우리 방식대로 일을 벌이고 책임질 수도 없는 상태에서 귀국하면 그만인 관광이 아닌 것이다. ⓒ뉴스앤조이 자료사진
1989년 12월 24일. 88올림픽을 계기로 해외여행이 자율화되면서 IVF는 필리핀에서 열리는 동아시아지역 수련회와 단기선교여행에 역사상 최초로 40명에 이르는 팀을 파송했다. 필자도 그때 대학 3학년생의 신분으로 국제적인 수련회와 단기선교여행을 경험하였는데, 그때의 감동과 도전들이 지금도 생생하다. 그 후 인솔자가 되거나, 혹은 파송하는 입장이 되어 다양한 단기선교여행들을 직, 간접적으로 경험하면서 많은 문제점과 동시에 열매들도 볼 수 있었다. 참고로 이 글에서 말하는 단기선교여행은 1,2주 정도, 혹은 길어야 4주 정도의 시간을 선교지에 방문하여 정탐과 사역을 체험하고 돌아오는 것임을 밝혀둔다.

필자가 속한 IVF에서 2004년에 통계를 내보니 겨울에는 전국에서 18개팀이 15개국으로 총 260명의 학생(간사)들을 단기팀으로 파송하여 정탐과 문화체험, 전도와 봉사 활동 등을 하였다. 여름에는 선교한국대회 진행에 많은 간사들이 투입되는 바람에 상대적으로 적은 12개팀 137명이 5개국으로 파송되어 단기선교여행을 다녀왔다. 이처럼 IVF만 해도 해마다 500명 이상의 학생들이 단기선교여행을 다녀오는데, 이는 전체 학생 수의 10%에 육박하는 상당한 규모라 할 수 있고, 이들이 평균 80-90만원씩의 비용을 지출하고 온다고 볼 때 4억 이상의 재정이 이들 단기팀을 통해 지출이 되는 엄청난 투자를 하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단기선교여행의 활성화 현상은 비단 IVF에서의 현상만은 아니다. 파송단체들도 다양한 단기팀을 모집해서 훈련과 체험을 제공하고, 지역교회와 캠퍼스 선교단체들도 자체팀들을 지속적으로 파송하고 있다. 간혹 3,000명에 이르는 대규모 인원을 동원하여 안전과 보안 문제가 예민한 지역에 한꺼번에 보내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사례도 있다. 정확한 통계를 입수할 수는 없지만 여름과 겨울이면 천문학적인 비용이 투자되고 있을 것은 틀림없다. 그렇다면 도대체 이런 다양한 선교여행들이 어떤 문제점들을 갖고 있으며, 어떻게 개선해가는 것이 필요할까? 먼저 문제점들로는 아래와 같은 것들을 언급할 수 있다.

나만의 관점과 방식에 집중

어느 나라, 어느 종족, 어떤 사역 등의 내용을 정할 때, 우리는 현지의 필요를 먼저 생각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현실은 오히려 우리의 관점에서 출발해서 결정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비용이 적게 드는 가까운 나라로 가자, 우리와 연줄이 있는 단체나 선교사와 연결해서 가자, 영어가 되는 곳으로 가자, 관광을 겸할 수 있는 곳으로 가자, 쇼핑하기 좋은 곳으로 가자, 크게 이목을 집중시키는 선전효과가 큰 곳으로 가자는 등의 발상이 여기에서 작용한다. 이렇게 되면 선교의 본질적 정신은 훼손된 채 우리만의 잔치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동기 점검 필수

많은 단기선교여행들이 준비가 턱없이 부족하다. 선교지의 문화, 역사, 종교 등에 대한 연구와 언어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단기팀은 급조되는 경우가 많기에 이들의 언어준비는 거의 전무한 경우가 허다하다. 언어가 되지 않으니 결국 만국 공용어인 영어에 의존하게 되는데, 아무래도 우리나 현지인들 모두 의사소통에 애를 먹게 된다.

단기여행을 위해 언어를 완벽하게 준비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최소한 6개월 정도의 준비기간을 두고 꾸준히 현지어를 익혀가는 정도의 성의는 필요하다. 이런 정성은 준비하는 우리 자신도 바꾸고, 현지에서 만나게 되는 사람들의 마음도 열게 만들 수 있다. 또한 잘못된 동기로 준비없이 가는 사람들을 걸러내는 장치도 없다. 가고 싶다면 누구나 갈 수 있는 관광 패키지가 되어서는 안 된다. 염불이 아닌 잿밥에만 관심있는 사람들이 자신의 동기를 오목조목 파악할 수 있게 해주는 상세한 신청서, 면접 등의 선발 절차를 갖는 것이 좋다. 여호수아와 갈렙을 제외한 나머지 10명의 정탐꾼들은 자신의 관점으로만 가나안 땅을 돌아보고 왔는데, 이런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는 준비할 때부터 하나님의 관점과 방법을 내면화하는 과정이 꼭 필요하다.

사후관리 엉망

단기여행들이 일회성 행사로 그치는 경우도 많은데 이는 다녀온 후의 사후관리가 전무할 때 나타나는 현상이다. 일단 귀국하면 우리를 기다리는 정신없는 일정들로 인해 현지에서 가졌던 결심과 감동들이 급속도로 아련한 기억 속으로 사라진다. 따라서 귀국 직전에 쇼핑이나 관광에 혈안이 되기보다는 다함께 모여 여행을 통해 깨달은 것들을 나누고, 귀국 이후의 공동체적 결단과 실천사항들을 협의하는 게 필요하다. 귀국 후에도 정기적인 모임(기도회, 언어공부, 연구모임 등)을 가지는 것이 좋고, 필요에 따라 온라인 모임을 만들어 자료와 정보를 지속적으로 교류하도록 한다. 그래야 단기선교여행이 단순한 추억으로 전락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선교사는 관광 가이드

여름과 겨울이 되면 선교지의 선교사들은 한국에서 방문하는 단기팀들로 인해 분주한 시간을 보내게 된다. 거추장스러운 방문인 경우도 있고, 기대가 되는 방문인 경우도 있다. 단기팀들 뒤치다꺼리를 하느라 많이 소진되기도 하지만, 잘 준비된 팀과의 동역을 통해, 이들이 뿌린 씨앗이 나중에 결실되는 것을 통해 많은 위로를 경험하기도 한다. 여하튼 선교사들의 입장에서 볼 때 단기팀의 방문은 손님맞이가 된다. 그런데 한국의 문화는 손님을 잘 대접해야 하는 문화이다.

그러다 보니 선교사들에 대한 단기팀의 의존도가 매우 높다. 거의 전적으로 안내원처럼 달라붙어 밥숟가락까지 떠먹이는 수준의 도움을 제공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런 지나친 선교사 의존도는 단기팀의 사역과 성장을 위해서는 오히려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좀 더 현지인들을 직접 만나 부딪쳐보는 기회를 많이 갖도록 도전하고, 예수께서 그러하셨듯 임재와 부재의 균형을 통해 단기팀들이 많이 배우고 성장하도록 도와야 한다.

지금까지 언급한 이런 문제점들이 없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기선교여행들은 많은 긍정적인 열매도 맺었다. 이같은 단기팀들을 통해 많은 선교헌신자들이 배출되었고, 생생한 교육적 효과도 얻었으며, 현지에서의 열매들도 맺을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언급한 문제들에 대한 개선이 없이는 수많은 여행들이 추억거리 이상의 결실을 얻기는 어려울 것이다.

장기적인 열매를 위해서는 입양의 개념을 살리는 것이 필요하다. 입양은 상대방을 향한 장기적인 헌신의 결단을 의미한다. 한 도시나 캠퍼스, 종족을 우리 공동체가 꾸준히 방문하며 기도하며 책임진다는 의식이 여행의 단회성을 극복할 수 있게 해준다. 그래야 현지의 필요를 더 정확히 알게 되고, 다음 팀을 위한 구체적인 도움도 줄 수 있어 사역의 지속성이 확보된다.

그리고 가능하면 다음 방문에 다시 동참하는 사람들도 몇 명이 나와야 한다. 한 번 갔던 사람들이 다시 갈 필요가 없는 여행이 아니라, 다시 가야할 여행이 되도록 해야 한다. 가기 전과 다녀온 후의 지속적인 기도는 기본이거니와, 현지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꾸준한 연락도 필요하다. 또한 현지로 떠나기 전에 일행 중에서 장, 단기 헌신자가 최소한 한 명 나오지 않으면 귀국을 하지 않겠다는 굳은 결의를 공유하고 떠나도록 한다. 그래야 어설픈 동기로 가는 사람들을 걸러낼 수 있다.

단기선교여행은 히트 앤드 런이 아니다. 우리 방식대로 일을 벌이고 책임질 수도 없는 상태에서 귀국하면 그만인 관광이 아니다. 현지의 필요를 채우며(가령 건축, 도로닦기, 마을 청소 등의 일에 동참하는 것), 현지의 장기 선교사들의 사역에 보탬이 되는 단기여행이 될 때, 우리가 기대하는 진정한 열매들을 맺을 수 있을 것이다.

김종호/ IVF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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