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신도들의 총회 참관 좌담회…총대 수 조정 등 과감한 구조개혁 필요

   
▲ 총회 제도권 바깥에 있던 평신도들이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지난해부터 교회개혁실천연대를 비롯한 몇 개의 시민단체들이 총회를 감시하겠다고 나섰다. ⓒ뉴스앤조이 신철민
그동안 각 교단의 총회는 '그들만의 리그'였다. 목사와 장로만이 참석할 수 있었다. 교인들 역시 총회에는 관심이 없었다. 그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 어떤 결정을 내리는지 우리와는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조금씩 상황이 변했다. 교회개혁실천연대를 비롯한 몇 개의 시민단체가 총회를 감시하겠다고 나섰다.

이들이 조를 짜고 각자의 돈을 들여 교단 총회를 감시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총회에서 하는 결정이 교인들의 신앙생활과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깨달았다. 올해 교단 총회를 둘러보고 온 이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좌담회는 10월 5일 교회개혁실천연대 사무실에서 열렸다. 좌담회에는 '올바른교단총회정착을위한공동대책위원회' 소속으로 활동한 김동한 장로, 민병일 씨, 김승무 씨, 차태웅 씨, 박병안 씨 외에 이상열 총신대 신대원 원우회장이 참석했다.

이상열 원우회장은 올해 가장 큰 관심을 모았던 대한예수교장로회(합동·총회장 황승기 목사) 총회 현장에 줄곧 상주하면서 평강제일교회와 광성교회 이성곤 목사의 서북노회 영입 철회 결정을 이끌어낸 주역 중의 하나다.

구교형- 각자 소개와 함께 총회를 참관한 소감을 들어보자.

   
▲ 올해 총회를 참관한 이들은 총대 수를 대폭 줄이는 등 구조적인 개선부터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왼쪽부터 구교형 교회개혁실천연대 사무국장·김동한 장로·민병일 숭사리 개혁포럼 대표ⓒ뉴스앤조이 신철민
민병일
- 인터넷 카페 '숭사리개혁포럼'('숭의를 사랑하는 이웃들') 대표다. 이번에는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총회장 안영로 목사) 총회에 영남대 IVF 학생들과 함께 참관했다. 이번 총회에서 긍정적으로 봤던 것은 미자립교회 목회자 생활비 평준화 개선안이 통과됐다는 점이다. 그러나 2007년 폐지하기로 했던 목연 과정의 존속은 아쉬운 부분으로 남는다.

이상열- 총신대 신대원 원우회장이다. 우리는 총회 참관단으로 참석한 것이 아니라, 평강제일교회의 서북노회 영입 철회를 요구하기 위해 총회 장소로 갔다. 결국 평강제일교회와 광성교회 이성곤 목사의 영입 철회 결정이 났다. 이번 결정을 보고 그래도 예장합동 교단이 살아 있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또 신대원 교수들이 연구한 박윤식 보고서가 총회 공식 문건으로 채택됨으로 교수님들이 진리 탐구에 박차를 가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줬다. 학생들 역시 진리를 위한 목소리가 통과됨을 보고 자신감을 얻었다.

차태웅-교회개혁에 대해 관심을 가진 지 얼마 되지 않는 집사다. 대한예수교장로회 고신(총회장 이한석 목사)를 참관했다. 총회는 처음 봤는데, 엄청난 도움이 됐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결국 기도라는 생각이 들었다. 회의를 진행하는 총대들을 보면서 그들도 사람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박병안- 나 역시 총회를 처음 참관한 집사다. 예장고신을 참관했다. 기대가 컸던 탓인지 실망도 컸다. 총대들이 기본자세가 안 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세상의 모임과 하나도 다를 바 없었다.

김승무- 예장고신을 참관했다. 개혁적인 목소리가 예전 총회에 비해 많이 나왔다. 물론 정치적인 힘은 보수파가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그래도 건강해지고 있는 느낌이다.

김동한- 한국기독교장로회(총회장 박원근 목사)에 소속된 장로다. 총대로 참석했고, '올바른교단총회정착을위한공동대책위원회' 공동대표이기도 하다. 기장이 예전에 비해 개혁성을 상당히 잃어버리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예를 들어 3천 교회 운동은 소위 말하는 기장 정신과 전혀 상관없는 운동이다. 기장은 올해 처음으로 인터넷으로 생중계를 했다. 그래서 그런지 막가는 분위기는 없었다. 공대위의 활동도 한몫했다. 총대들은 시민단체가 와서 감시활동을 벌인다는 소리를 듣고 긴장하는 모습도 보였다.

총대 수는 줄이고 폭은 넓히자

구교형- 4일이라는 짧은 시간에 수천 명의 사람들이 모여 회의를 진행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본다. 개선이 되어야 할 텐데, 문제점을 고치는데 방해요소는 무엇인가.

민병일- 총대가 너무 많다. 예장통합의 경우 1천5백 명이나 된다. 장로교 정치는 노회 정치다. 노회에서 충분히 논의한 뒤, 총회에는 한 노회에서 5명 정도가 참석하면 좋겠다. 그러면 3백 명 정도의 총대가 모인다. 이 정도면 깊은 논의를 할 수 있지 않을까. 또 총대들의 나이도 많다. 과연 이들이 개혁적인 결정을 내릴 수 있을까. 젊은 피가 수혈됐으면 좋겠다. 목사와 장로로만 구성되어 있는 총대 구성도 문제가 있다. 집사도 총대로 총회에 참석할 수 있어야 한다.

김동한 - 목사와 장로만 특별 대접을 받는 것처럼 비쳐지는 의사결정구조는 반드시 타파되어야 한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목사와 장로, 집사로 이어지는 계급의식의 타파이다.

구교형- 앞으로 총회가 어떻게 달라져야 된다고 보나.

박병안- 총대들이 총회에 관심을 갖고 있는지 의문이다. 임원 선출을 하는데도 왔다갔다 하는 총대들이 많다. 철저하게 출석을 체크해 참여율이 저조한 총대는 과감히 빼야 한다.

이상열- 많은 총대들이 총회 현안을 충분히 숙지하지 않은 상태에서 온다. 미리 총대들이 현안에 대해 숙지하고 왔으면 좋겠다. 총회 역시 마찬가지다. 국가도 어떤 정책을 시행하면 설문조사를 한다. 총회도 민감한 부분은 사전조사도 하고, 동향분석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김승무-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지만 총대 개인에 대한 평가서를 작성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그것을 공개하는 것이다.

"과연 총회가 필요한가" 고민된다

   
▲ 다음부터는 총대들의 출석율을 체크해 참여율이 저조한 총대는 과감히 빼야 한다는 의견도 개진됐다. 왼쪽부터 이상열 총신대 신대원 원우회장·김승무 씨 교회개혁지원센터·차태웅 집사·박병안 집사. ⓒ뉴스앤조이 신철민
김동한
- 기장의 진보적인 사람들은 총회는 없어도 되는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노회 중심의 정치가 원래 장로교 정치의 기본이다. 총회가 노회의 상급기관이라는 생각을 버리고, 사안에 대해 조율하는 역할만 하는 것은 어떤가.

이상열- 총회가 없어도 된다는 주장은 너무 극단적이다. 총회가 해결해야 할 일이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이단 문제 등은 총회 차원에서 해결해야 한다.

김동한- 물론 총회는 현실적으로 있어야 된다. 그러나 총회는 인간들의 명예욕이 만들어낸 기구다. 꼭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총회를 없애는 것이 불가능하다면 상시 감시기구가 꼭 필요하다.

구교형 - 총회는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총회가 개교회에 상위기관으로 군림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런 구조에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 교인들이 어떤 식으로 구조 개선에 참여할 수 있을까.

이상열- 총회가 교인들과 전혀 상관이 없는 것 같지만, 굉장히 밀접한 관계가 있다. 만약 개역개정판 성경이 도입됐는데, 당장 우리가 보는 성경이 바뀌는 것 아닌가. 이번에 총회 때 안 좋은 모습들도 봤지만, 우리와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에 관망할 수만은 없지 않나.

김동한- 언론의 역할이 중요하다. 홈페이지를 통해 인터넷 생중계를 했지만, 평신도들 중에 보고 있을 사람이 몇이나 될까. 교계언론의 올바른 보도가 매우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민병일- 총대들의 수준이 이 정도라면 교인들은 참관하지 않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다. 시험 들기 딱 좋다. 시민단체들의 감시 역할이 매우 중요한 것 같다.

이상열- 싸우기 때문에 보여 주지 말아야 한다는 입장에는 동의할 수 없다. 총대들이 왜 싸울 수밖에 없는지를 모니터링해야 된다. 그리고 교인들에게 판단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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