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제 폐지에 대한 입장을 묻기 위해 주로 대학교수이거나 목사로 구성된 기독교윤리학회 회원과 한국기독교총연합회 신학위원회 회원을 전화와 이메일로 인터뷰했다. 이들 중에는 기다렸다는 듯 평소의 지론이나 고민의 지점을 성실하게 풀어놓는 사람이 있다. 어느 교수는 "대학에서 학생들에게 강의하고 있는 내용이기에 할 말이 많다"면서 열을 올렸다. 그런가 하면 뚜렷한 견해를 밝히지 않는 채 피상적인 대답에 그치거나 아예 대답을 회피하는 사람도 있었다.

사형제뿐 아니라 배아복제·자살·교회 내 성폭력·여성안수 등 윤리나 신학의 영역에서 첨예한 논쟁이 터질 때마다 비슷한 반응을 볼 수 있다. 그때마다 당신이 학자로서 가지고 있는 입장은 뭐냐며 재촉하는 압박에 피곤할 성싶다. 복잡한 이슈를 대하는 태도가 단순히 찬성과 반대라는 이분법으로 명백히 나뉠 수 없다는 정황을 모르는 바 아니고, 그들이 학자로서 정체성을 갖고 대답할 때 말에 대한 책임까지 고려하는 학자다운 신중함도 이해한다. 그런 이유로 입장 표명을 보류한 경우는 여기서 논외로 한다.

문제는 학자의 책임이나 교계 논쟁의 추이를 살피면서 대세에 편승하려는 학자들이다. 더 큰 문제는 한기총이나 교단의 입장을 앵무새처럼 되풀이하는 사람들이 대학에서 기독교윤리학을 가르치고 신학위원을 맡고 있다는 점이다. 한기총은 신학위원들의 논의를 모아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고 하지만, 실제 내부에서 의견이 엇갈리는 사실을 보면, 한국교회 대표기구의 입장이라는 게 실속 있는 것인가 의심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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