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영통, 지역 목사들 반발…기존 담임목사는 인근 상가로 교회 이전

   
▲ 박종길 목사가 담당하는 수원 온누리비전교회. 서울 온누리교회 부목사였던 박 목사는 지난 10월 이곳으로 발령을 받았다. ⓒ뉴스앤조이 이승규
서울 온누리교회(하용조 목사)의 지성전 논란이 다시 재현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2003년 서울 온누리교회의 수원 진출을 반대한 바 있는 수원 영통 지역 목사들은 10월 11일 수원 온누리비전교회(수원캠퍼스)의 박종길 담당목사를 만나 캠퍼스의 철수를 요구했다. 또 지성전에 대한 온누리교회의 공식 입장을 듣기 위해 하용조 목사와의 면담을 요구했다.

이들은 하 목사가 대화에 성의 있게 응하지 않을 시 성명서 발표와 함께 항의 방문을 하는 등의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있다. 박종길 목사는 이 자리에서 하 목사와 상의한 뒤 결과를 알려주겠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원 온누리비전교회가 두 개인 이유

이들은 왜 2년이 지난 지금 이런 요구를 하는 것일까. 2003년 서울 온누리교회는 'ACTS 29'라는 선교 프로그램에 따라 수도권 30개 지역에 교회를 세운다는 야심찬 계획을 발표했다. 이들은 서빙고성전과 양재성전 부천성전에 이어 수원 영통에도 성전을 만들겠다고 했다. 또 이곳뿐만 아니라, 일산·안산 등에도 성전을 세우겠다고 했다. 그러나 일산과 안산의 경우 지역 목사들의 반발로 뜻을 이루지는 못했다.

수원 영통 역시 지역 목사들이 반발했다. 이들은 '수원시기독교연합회' 차원에서 '지성전대책위원회'를 결성했다. 그리고 수원 온누리비전교회가 사실상 서울 온누리교회의 지성전이라며 반대했다.

이들은 교회의 운영권과 재정권 그리고 인사권 등을 서울 온누리교회가 행사하는 이상 지성전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했다. 또 독특한 교회 개척 프로그램인 'ACTS 29' 역시 대형교회의 문어발식 교세 확장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수원 온누리비전교회의 경우 그동안 재정권을 서울 온누리교회가 행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 목사들은 하용조 목사와의 면담에서 사실상의 '지성전' 설립을 반대한다는 뜻을 전달했다. 하 목사는 수원 온누리비전교회를 근본적으로 재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성전 설립 추진은 계속됐다. 실랑이 끝에 서울 온누리교회가 교회를 개척하되 지성전이 아닌 노회에 가입된 독립교회로서 교회를 설립하는 것으로 타협점을 찾았다. 그리고 수원 온누리비전교회에는 김동국 목사를 담임목사로 파송했다. 2003년 10월에는 대한예수교장로회(통합·총회장 안영로 목사) 평양노회에 가입했다.

'지성전'과 '독립교회'의 개념은 확연히 다르다. 일반적으로 '지성전'을 교회의 재정권과 인사권 등을 모 교회가 행사하면서 주일 낮 예배를 화상으로 드리는 것으로 정의한다. 그러나 독립교회는 말 그대로다. 설교는 물론 운영·재정·인사권 등을 독자적으로 운영한다.

현재 온누리교회는 각 지역에 있는 비전교회의 이름을 '캠퍼스'라고 바꿨다. 이 캠퍼스는 부천·수원·대전 유성·경기도 남양주에 있다. 또 조만간 인천에도 캠퍼스를 설립할 계획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지역의 평화는 오래가지 않았다. 2005년 8월 서울 온누리교회는 'ACTS 29' 정책을 수립하면서 각 캠퍼스 담당 목사를 2년마다 순환시키고, 재정과 인사권을 'ACTS 29 위원회'가 행사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 김동국 목사 역시 2백여 미터 떨어진 곳으로 이전했다. 교회 이름 역시 수원 온누리비전교회라고 했다. ⓒ뉴스앤조이 이승규
그리고 서울 온누리교회의 부목사였던 박종길 목사를 수원 온누리비전교회의 담당목사로 파송했다. 기존의 담임목사였던 김동국 목사는 하용조 목사에게 인사 이동을 유예해달라고 요구했지만, 거절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목사와 일부 교인들은 인사권을 따르지 않았다. 이들은 기존의 예배장소였던 다모아프라자 건물 5층에서 불과 2백여 미터 떨어진 뉴월드프라자 건물 5층으로 교회를 이전했다. 교회 이름도 수원 온누리비전교회로 했다. 장로 여섯 명 중 세 명, 교인 1천여 명 중 4백여 명이 김 목사와 함께했다.

현재 이 문제에 대해 김동국 목사와 박종길 목사는 말을 극히 아끼고 있다. 박종길 목사는 인터뷰 요청을 거절했고, 김동국 목사는 아예 만남 자체를 피했다.

김동국 목사와 온누리교회와의 갈등은 일단락된 것으로 보인다. 하용조 목사는 10월 2일 수원 온누리비전교회 박종길 담당목사 취임예배를 드리는 자리에서 김동국 목사의 교회와 교인들을 향해 하나님의 은혜가 함께 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지역 목사들, "배신감 느낀다"

이와는 반대로 지역 목사들의 불만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이들은 온누리교회가 수원에 진출할 당시부터 제기됐던 교인들의 수평 이동이 심각하다고 했다. 영통지역목회자연합회(회장 이종식 목사)는 수원 온누리비전교회와 가장 가까운 지역교회의 경우 많게는 2백여 명에서 적게는 10여 명의 교인들이 이동했다고 주장했다.

또 이번에 이루어진 수원 온누리비전교회의 분립도 사실상 지성전식 교회 운영을 노골화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이라고 했다. '수원시기독교연합회 지성전문제대책위원' 총무였던 정재현 목사(새순교회)는 대화와 합리적인 방법을 통한 문제 해결을 원하지만 성의 있는 태도를 취하지 않을 시 항의방문과 피켓팅·퍼포먼스 등 다양한 방법을 동원하겠다고 말했다.

지역 목사들은 '온누리'라는 브랜드를 앞세워 수원 영통에 진출할 경우 가뜩이나 힘든 지역의 중소형교회들의 어려움은 더할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 된 이상 두 개의 온누리교회는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결국 이 지역을 둘러싼 온누리교회와 지역 목사들 사이에 갈등은 2라운드로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온누리교회, "지성전 아니다"

한편 온누리교회 'ACTS 29 위원회' 관계자는 "수원과 부천 등지에 있는 교회는 지성전이 아니라 그냥 교회"라고 말했다. 또 수원 영통에 온누리비전교회가 두 개가 있는 이유에 대해 "김동국 목사의 개인적인 사정으로 인해 교회를 따로 개척한 것이다"고 말했다.

지역 목사들은 이런 주장에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재정과 인사권의 독립이 안 되어 있고, 하용조 목사의 설교를 위성으로 방영하는 것이 지성전이 아니고 뭐냐"며 강하게 반발했다.

온누리교회의 'ACTS 29'란?

온누리교회는 지난 2003년 'ACTS 29'라는 교회개척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ACTS 29'는 온누리교회가 시행해 왔던 목회철학과 전도 및 양육 프로그램 등을 국내외 지역 실정에 맞도록 재구성해 30여 개 교회를 세운다는 의욕적인 교회개척 프로젝트다. 또 '2000/10000 vision'이라는 이름하에 2010년까지 2천 명의 선교사를 파송하고, 1만 명의 평신도 사역자를 세우겠다는 야심찬 프로젝트도 함께 추진하고 있다.

현재 'ACTS 29' 프로그램에 의해 설립된 교회는 모두 26개다. 국내에 4개 해외에 22개의 교회가 있다. 국내에는 수원과 부천·남양주·대전 등 네 곳에, 해외에는 미국의 포틀랜드·샌디에이고·시카고·보스톤·뉴욕을 포함해 일본의 동경·오사카, 중국의 상해와 북경 등 22개의 교회가 설립되어 있다.

온누리교회의 'ACTS 29'는 시행 초기부터 문어발식 선교 확장이라는 가혹한 비판을 받았다. '온누리'라는 브랜드를 앞세워 지성전을 만드는 것은 하용조 목사의 또 다른 야심이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수원 영통의 경우 지성전으로 이 지역에 들어오려던 계획이 지역 목사들의 반발에 밀려 무산됐다. 그러나 다른 지역에서는 별다른 논란 없이 '온누리'라는 이름으로 안착했다.

온누리교회는 4개 지역에 있던 교회들을 캠퍼스라고 부르기로 하고, 담임목사를 담당목사로 바꾸는 등 본격적인 지성전 체제에 돌입했다. 담당목사는 서울 온누리교회에서 파송하고, 2년 마다 한 번씩 서울 온누리교회에서 목사들을 돌리겠다는 얘기도 들린다.

그러나 이러한 무리한 진행이 일부 지역에서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이미 수원이 그랬고, 부천의 경우 기존의 담당목사였던 박인용 목사가 교회를 개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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