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년 이단 클리닉 개설, 800여 명 개종…일부 언론, 감금·폭행하는 목사로 보도

   
▲ 이단 가입자들을 교육해 기존 교회로 돌려보내는 안산 상록교회. ⓒ뉴스앤조이 주재일
'진용식'으로 인터넷 검색을 하면, '가정 파탄 먹고 사는 이상한 목사', '개종을 종용한 목회자 폭력 행위로 불구속', '개신교 목사 여신도 감금, 강제 입원 사건 파문', '멀쩡한 사람 정신병원에 감금'이라는 제목이 달린 기사와 글이 올라온다. 진용식 목사(상록교회)의 악명(?)은 일부 교계신문뿐 아니라 일간지와 주간지 등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내용이 사실이라면, 진 목사는 지탄받아 마땅한 인물이다. 그러나 그는 지금 명지대 목회연구과 교수, 한기총 이단대책위원회 부위원장, 한국기독교이단상담소 소장 등으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과연 진 목사는 '개종을 위해 감금·폭력도 불사한다'는 일부 언론의 평가처럼 빗나간 종교적 열정의 소유자일까. 아니면 언론이 왜곡 보도를 한 것일까. 소문의 진원지인 경기도 안산 상록교회를 찾았다. 상록교회는 신도시 아파트촌에 있는 교회치고는 작은 규모의 3층짜리 건물이었다. 1층 입구에 CCTV가 설치된 것 이외에는 여느 교회와 다를 것 없었다.

이단이 퍼뜨린 소문, 교계신문이 크게 보도

기자가 방문한 11월 18일에는 2층 세미나실에서 소규모 특강이 진행 중이었다. 진 목사는 신천지, 안상홍증인회 등에서 탈퇴한 사람들이 성경을 공부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가르치는 사람도 배우는 사람도 여성들이었다. 이들을 감시하는 사람들도 눈에 띄지 않았다. 그저 평범한 소그룹 성경공부로 보이는 이 모임이 왜 감금과 폭력이라는 꼬리표가 달린 소문으로 퍼졌을까.

이단에 빠졌다가 상록교회 '이단 클리닉'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상록교회 가면, 감금과 폭행은 물론, 가족의 동의를 받아 정신병원에도 보낸다고 배웠다"고 말했다. 신천지에서 활동하다가 최근 탈출한 김지선 씨(가명·23·ㅊ대 휴학)는 "'녹음기 등을 숨겼는지 검사하기 위해 옷을 벗기고 다른 옷으로 갈아입힌다', '개종한다고 말할 때까지 개종하라는 말을 반복하는 말고문을 한다', '부모 허락 받아 정신병원에 보낸다'는 등 말을 들어 상록교회라는 이름만 들어도 무서웠다"고 했다. 순천에서 3년간 신천지에서 활동한 서지영 씨(가명·22·ㅅ대 휴학)도 "성경공부를 할 때 두세 명의 남자들이 몽둥이를 들고 지킨다고 배웠다"고 말했다. O 단체에서 활동한 바 있는 최윤희 씨(가명·35)는 "상록교회가 이탈자들을 감금하고 폭행한다, 약을 먹인다는 등의 증언이 들어 있는 비디오를 보았다. 유명한 성우가 내레이션을 하길래 더욱 확신했다"고 말했다.

"칼을 차고 교회 왔다"

   
▲ 상록교회 이단 클리닉은 소그룹 성경공부다. 그러나 이단들은 상록교회가 감금하고 폭행하는 등 강제로 개종시키려 한다고 주장한다. ⓒ뉴스앤조이 주재일
상록교회에 대해 미리 교육을 받았기 때문에 가족 등의 권유로 상록교회 이단 클리닉에 등록하러 왔다가도 현관 앞에서 강하게 저항하는 경우가 대다수라고 한다. 최근 <뉴스앤조이>가 보도한 김경순 씨의 딸도 상록교회까지 왔다가 상담 도중 감금됐다고 경찰에 신고했다(11월 9일자 '제발 저희 딸을 돌려보내주세요'). 지난 11월초 교육을 받은 성준우 씨(가명·41·자영업)는 지레 겁을 먹고 호신용으로 과도를 품고 들어왔을 정도다.

김지선 씨는 이단 클리닉에 등록하려는 부모를 설득하기 위해 인터넷에 올라온 글을 이용했다. 김 씨는 "진 목사가 감금·폭행한다는 의혹을 제기한 교계언론의 보도를 부모에게 제시했다. 특히 '진 목사의 학력이 초등학교 2학년'이라는 의혹을 제기한 <크리스챤신문>은 신천지에서 한국교회에서 가장 권위 있는 언론으로 배웠다"고 말했다. 김 씨의 어머니도 "지선이가 뽑아온 기사를 보고 조금 놀랐다. 그러나 딸이 교육 받는 과정을 뒤에서 지켜보기 때문에 안심했다"고 말했다.

1998년 이단 클리닉을 시작한 이래, 진 목사는 감금, 교사,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등 혐의로 30여 건의 고소·고발을 당했다. 대부분 교육 받으러 왔다가 돌아간 사람들이 고소한 것이다. 이 가운데 개종을 강요한 혐의에 대해서는 항소심에 계류 중이며, 나머지는 모두 무죄 판결을 받았다. 진 목사는 "이단들이 거짓으로 꾸민 고소장을 일부 교계언론이 마치 사실인양 그대로 보도한다"며 "이런 언론들 때문에 이단에 빠진 사람이 상담을 회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단에서 사람 빼내는 작은 교회

상록교회가 이단에 빠졌던 사람들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이단 클리닉은 작은 교회의 소그룹 성경공부 수준으로 보이지만, 이렇듯 이단들의 집중 견제를 받는 이유가 있다. 8년 동안 800여 명이 상록교회를 거쳐 정통 교회로 돌아갔기 때문이다. 진 목사는 "이단들은 자신을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보다, 자기 단체 사람들을 교육해 기존 교회로 돌려보내는 일을 더 두려워한다"고 밝혔다. 자기 교인을 빼앗긴 이단으로서는 상록교회가 눈엣가시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교육을 받으러 오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첫날 강하게 저항하다가 목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이어지는 교육을 받으면서 변하기 시작한다. 목사의 딸이지만 신천지에 빠졌던 김효은 씨(가명·26)는 "처음엔 참 진리를 모르는 사람들과 거짓 목자의 말이기 때문에 무시해도 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성경과 이단들이 금과옥조로 여기는 책들을 하나하나 비교하며, 이단의 주장이 무엇이 문제인지 조목조목 설명하기 때문에 신뢰가 생겼다"고 밝혔다. 안증회에서 3년간 활동한 오영주 씨(40)도 "나를 상록교회에 데려온 남편과 가족들이 원망스러웠지만, 안증회에서 배웠던 교리가 무엇이 문제인지 차분히 듣다보니 내가 왜 그런 신앙에 빠졌는지 한심스러웠다"고 했다.

이단에서 받은 상처는 긴 시간 치유해야

   
▲ 진용식 목사(왼쪽)와 장영주 전도사(오른쪽)는 이단을 반대하는 시위보다 이단에 빠진 사람을 교육해 기존 교회로 돌려보내는 일이 더 중요하고 시급하다고 말한다. ⓒ뉴스앤조이 주재일

3일간의 일대일 집중 교육이 끝나면, 두 달 동안 상록교회를 출석하며 성경에 대해 새롭게 정립하는 공부를 한다. 그리고 원하는 이들은 1년 동안 기존 교회를 적응하는 과정을 밟는다.

"초기에는 20~30명씩 집단으로 교육했는데, 그럴 경우 30% 정도는 이단의 생각을 버리지 않았다. 자기들끼리 대화하며 서로의 변화를 방해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근에는 가족들이 보는 가운데 일대일 교육을 실시한다. 또 짧은 교육 뒤에 바로 기존 교회로 돌아가는 경우, 적응에 실패한 사례가 많다. 심지어는 다른 이단에 빠지는 경우도 보았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두 달에서 1년 정도 기존 교회에 적응하는 훈련을 하는 것이다."

이단에 빠졌다가 나온 이들도 이러한 장기 교육을 반기고 있다. 기존 교회에 대한 반감 때문에 이단에 빠진 경우가 많기 때문에, 기존 교회로 바로 돌아가는 것보다 적응기를 거칠 필요가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또 이단에 빠져 상한 몸과 맘을 치유하는 데, 같은 경험을 한 이들과 함께 1년 정도를 보내는 것도 서로에게 힘이 된다고 한다.

이들 중에는 자신보다 늦게 이단에서 탈출한 사람들을 위해 자신의 삶을 헌신하는 이들도 생겼다. 김효은 씨는 자신의 경험을 살려 상록교회에서 이단 관련 상담을 하고 성경공부를 인도하는 등 적극적인 활동을 하고 있다. 상담실장 장영주 전도사도 아들이 이단에 빠졌다가 상록교회의 도움을 받아 돌아온 경험 때문에 함께 일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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