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리와 삶, 모두를 버리지 않는 똘레랑스의 기독교

현대기독교아카데미 가을강좌 ‘다원주의 시대를 사는 한국 기독교의 고민’이 10월 27일 ‘똘레랑스의 기독교’ 포럼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그동안 여러 강사들을 통해 한국 기독교의 다원적 필요성에 대한 통찰을 듣고, 기독교의 정체성을 고민한 7주간의 여정은 진보 에큐메니칼 성향을 대변하는 한인철 교수(연세대 교목)와 보수 복음주의 성향을 대변하는 이승구 교수(국제신학대학교 부총장)의 포럼을 통해 다원주의 시대를 사는 기독교인의 고민을 진지하게 나누어 그 절정에 이르렀다. 또한 다양한 연령대와 생각의 차이를 가진 수강생들의 참여는 이날의 분위기를 뜨겁게 만들었다.

한인철 교수, “모든 종교는 완성되는 과정이다”

먼저 한 교수는 ‘똘레랑스의 기독교’에 대해서 “똘레랑스란 계몽주의 시대 개신교 기독교인 사상가들이 카톨릭에 대한 개신교의 배타적 태도와 폭력적 행동에 염증을 느끼고 카톨릭에 대한 개신교의 관용적 태도를 호소하며 나온 말이다”라는 정의로 발제를 시작했다. 한 교수는 17세기의 유럽에서의 똘레랑스 기독교를 설명하면서 “우리는 이 정신을 가지고 다원주의 사회에서 타종교에 대한 기독교의 관계 설정을 연관지어 생각해봐야 한다”고 그의 생각을 피력했다.

그리고 종교 간의 대화를 3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설명했는데, 기존의 도식에는 계시 이해가 그 바탕에 깔려있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배타주의(exclusivism)에 따르면 ‘예수는 유일한 계시이다. 그러므로 기독교만이 참된 종교이고, 타종교는 거짓 종교이다’라는 이해에서 대화가 출발하며, 포괄주의(inclusivism)는 ‘예수는 계시의 점진적 완성이다. 그러므로 기독교는 완성된 종교이고, 타종교는 미완성된 종교, 즉 완성의 과정 중에 있다’에서 출발한다. 또한  다원주의(pluralism)는 ‘예수는 하나님의 여러 계시 중 하나이며, 기독교는 여러 종교 중의 하나이다. 그리고 타종교는 하나님의 또 다른 계시이고, 단순히 기독교와 다른 종교일 뿐이다’라는 이해에서 그 대화가 출발한다.

이에 대해 한 교수는 이제 계시 중심의 종교 간의 대화를 ‘삶의 방식’(way of life)의 문제로 전환해야 함을 강하게 주장하였고, “기독교와 타종교는 서로 다른 삶의 방식을 추구하는 것뿐이며, 그 어느 종교도 완성된 종교가 아니고, 완성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 중에 있을 뿐임을 자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그렇다면 종교다원주의 시대의 기독교는 타종교에 대한 똘레랑스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며 기조발제를 마무리했다.
   
이승구 교수, “종교 간의 대화는 성경에 근거해야 한다”

이에 대해 이승구 교수는 “(기독교의) 삶의 모습이 달라져야 한다는 주장에는 찬동한다. 하지만 문제는 그것이 정통 기독교와는 다른 관점이라는 데에 문제가 있다”고 답하면서 자신의 기조발제를 시작했다. 예수와 하나님, 그리고 전도에 대해 정통주의와 다원주의는 그 이해가 전혀 다르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삶의 방식으로서의 기독교가 가지는 한계에 대해서 설명했다.

“정통 기독교는 인간의 죽음 이후와 주님 재림 이후, 즉 영원의 문제(사후 심판)에 관심이 있지만, 삶의 방식으로서의 기독교는 그 관심이 현재의 삶으로 갇히게 된다.” 이승구 교수는 종교다원주의와 정통 기독교의 차이가 단지 삶의 방식만의 문제이겠느냐며, “만일 정통 기독교가 윤리적인 모습을 보여준다면 종교다원주의자들은 자신의 주장을 철회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종교 간의 대화 문제는 성경에 근거해서 전제해야 하며, 다원적인 사회 속에서 다른 종교인들과 살아가는 상황적 다원성은 인정하더라도 ‘규범적인 다원주의’에 대해서는 기독교의 근본 진리가 변하게 될 것이므로 이 문제에 대해 주의 깊은 관찰과 고민이 필요하다고 했다.

‘다름’을 인정하는 대화 기술 필요

뒤이은 수강생들의 질문은 현실적인 고민들이 주를 이뤘다. “기독교의 교리와 삶이 다르다면 종교 간의 대화보다는 더 철저히 원래의 기독교를 지향해야 되는 것은 아닌갚라는 질문에 한 교수는 “남으로부터 배우지 않고 필요충분할 수만 있다면 좋다”라고 답변하며 “우리는 원하든, 원치 않든 기본적으로 매순간 주변 세계와의 관계 속에서 영향을 받고 변하고 있다”라고 지적하고 “개신교가 절대 변해서는 안 되는 그것은 무엇인가?”를 역으로 이 교수에게 질문했다. 이에 이승구 교수는 “역사적 기독교의 신앙고백인 사도신경을 최소한의 기준으로 설정할 수 있다”라고 답변하였다. 이 점에 대해 한 교수는 “상당히 미묘한 문제이긴 하지만”이라고 전제하면서도, 사도신경에서 예수의 삶과 가르침이 빠져있음을 지적했다.

질문과 토론의 주제는 교리와 삶, 기독교 진리에 대한 신앙과 실천의 괴리에 관한 문제로 이어졌다. 한 질문자는 “중요한 것은 삶이 아니라, 교리이고 어떻게 믿느냐이다”라고 주장했고, 이에 대해 한 교수는 “문제는 예수를 교리적으로는 믿되, 예수처럼 살지는 않고 있다”고 지적하였다.

“종교다원주의적 사고를 유지하면서 목회자로 살아갈 수 있는갚라는 한 부교역자의 고민 어린 질문에서 한인철 교수는 “예수를 믿는 것은 예수처럼 사는 것이다. 예수를 믿는다는 것은 예수가 가신 길을 가는 것이다”라고 답변하면서도, “그러나 목회 현장에서 지혜가 필요하다”라고 충고하였다. 그러면서 자신의 교목 사역을 실례로 들며 “교리와 삶이 모두 포기되어서는 안 된다”라고 덧붙였다.

교리와 삶에 관한 토의를 종결하며 한 교수는 “교리와 삶을 이분법적으로 나누지 말자. 예수를 본 사람은 하나님을 본 것이다. 그것은 삶에 관한 이야기이다. 예수의 삶을 본 것은 하나님을 본 것이다”라고 마무리 지었으며, 이에 이 교수는 “예수 그리스도가 하나님과 하나인 것이, 생각과 의견에서 하나인가, 본질적인 하나 됨인가는 고려해봐야 할 문제”라고 했다.

이후 다원주의 사회에서 한국적인 전통과 기독교와의 갈등에 대한 토의와 질문에서 한 교수는 자신이 2년 동안 전주에 있었던 경험을 말하며 “한국인의 문화전통에서 기독교로 환원할 수 있는 것이 굉장히 많다”라고 언급했다. 그는 “종교적인 통찰이나 환경문제에 대해서는 기독교보다 불교나 도교가 더 좋은 통찰을 줄 수 있는 면이 있다. 기독교의 성숙을 위해서 끊임없이 배우는 자세는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도교를 공부하신 길선주 목사를 예로 들며 이후 “길선주 목사가 기독교인이 된 것은 진정한 진리를 찾았기 때문”임을 말하였다. 또한 “차이점은 분명히 짚어야 하며 성경적으로 가야 한다. 기독교의 독특성은 영원 상태에 있다”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기독교인들의 태도에 대해 이 교수는 “서로 지향하는 바가 다르다고 해서 목소리를 높여서 싸울 필요가 없다. 사랑으로 복음을 전하고 전도해야 한다. 사랑은 전도의 분위기이다. 우리는 ‘너희로 모든 사람과 화평케 하라’는 성경 말씀을 믿는다. 이것은 기독교인들이 타종교를 가진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지향해야 하는 것이다”라며 마무리했다.      

윤동민 / 현대기독교아카데미 수강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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