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가상소설…전통적 교회 울타리 뛰어넘는 사이버 교회

정기혁 집사는 지난주 주일 아침 경기도 화성에 있는 낚시터를 다녀왔다. 그리고 저녁 늦게 집으로 돌아왔다. 안수집사 취임 이후 등산 보다는 낚시가 갈수록 몸에 붙는 것 같다나. 요즘 정 집사는 낚시에 심취해 있다. 나이가 나이니만큼 격렬한 운동은 부담인 모양이다.

사실 다른 교회 같으면 정 집사는 담임목사의 심방감 1호이다. 어떻게 안수집사라는 사람이 주일날 교회를 비우고 놀러갈 수 있단 말인가. 그러나 정 집사는 그런 일을 당할 것 같지 않다. 정 집사는 ‘사이버 교회’에 다니기 때문이다.

사이버 교회는 이름 그대로 인터넷으로 신앙생활 하는 사람들이 모여 만든 교회이다. 이 교회는 소속 교회를 찾지 못해서 또는 주일에 불가피하게 교회를 출석하지 못했던 사람들끼리 동호회를 만들어, 신앙 정보를 나누던 데서 시작됐다고 한다. 섬기는 교회가 따로 없었던 소위 무임목사인 박미래 목사가 어느 순간부터 이 모임에 참여하게 되고, 자연스럽게 이들을 위한 사이버 예배를 인도하더니, 교회 창립에 대한 아이디어를 제시한 것이 단초가 됐다는 이야기. 박 목사는 “정보기술의 발달과 소통수단의 다양화가 담보된 세상”인데, “여전히 교회는 특정 시간에 특정 공간에 모여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주입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것으로부터 벗어난 새로운 형태의 교회 설립안을 제시했다.

박미래 목사와 전국에 흩어진 성도(?)

한때 주5일 근무제를 맞아 주일예배를 토요일이나 금요일에 대신 드리는 교회가 있다는 이야기는 들어봤지만, 이렇게 사이버상에서 예배를 드리는 것은 전례를 찾기가 힘들다는 것이 모임에 참석했던 사람들의 평. 특히 과연 이런 취지가 신학적으로 문제는 없는 것인지, 동호회원, 아니 교회 성도들은 처음에 반신반의했다. 하지만 IT환경에 익숙한 이용자들답게 실험정신을 기피할 필요가 있냐는 의견이 힘을 얻으면서 교회사에 한 페이지를 장식할지 모를 전혀 새로운 모색이 실행 단계에 접어들게 됐다.

사이버 교회. 이 교회에서도 매주일 30평 남짓한 스튜디오 겸 예배당에서 예배가 촬영된다. 이 촬영된 콘텐츠는 인터넷망을 통해 각 신자들에게 실시간 배달된다. 신자들은 크게 두 가지의 형태로 예배를 시청한다. 하나는 와이브로 휴대 단말기, 또 다른 하나는 IPTV를 통해서이다.

‘와이브로’는 초고속 무선 인터넷 서비스를 뜻하는 것으로, 이렇게 해서 전국 어디든 무선 인터넷이 가능한 지역에 나가 있는 성도들은 단말기를 통해 주일 성수를 할 수 있게 된다. 단말기는 교회 신자들끼리 ‘공구(공동구매)’를 통해 저렴하게 구입하는 방식을 택한다. IT기반 교회 신자들다운 발상이었다.

만약 단말로 예배드리기가 여전히 거부감이 있거나, 주일에 집에 있는 사람에게는 IPTV(인터넷망을 TV에 연결할 경우 시청이 가능한 동영상 서비스)가 딱 알맞다. 물론 굳이 예배당 나와서 예배를 드려야 성이 차겠다는 사람들도 있다. 이런 사람들을 위해서도 특별히 예배실을 두는 배려도 있다. 하지만 나온다 한들 특별할 것이 없다. 예배 후 식사도 없고, 모임도 없다. 다만 1년에 몇 번은 함께 모이는 시간을 갖긴 한다. 부활절이나 크리스마스에 말이다. 하지만 그것은 ‘전체 정모(정기모임)’일 뿐이다. 왜 이런 모임을 자주 갖지 않느냐. 신자들이 사는 곳이 제 각각이기 때문이다. 서울 강남뿐만 아니라 강원도 양양 두메산골, 전북 무주 구천동, 대구 수성구, 경남 거제 등 곳곳에 분포돼 있다. ‘교회당과 먼 곳에 산다’는 인상을 주지 않으려는 것이 박 목사만의 목회 원칙이라나.

정 집사도 지난 주 낚시를 하면서 예배를 드렸다고 한다. 예배 후 헌금하는 시간이 다가오자, 정 집사는 십일조 25만원, 감사헌금 5만원해서 모두 30만원을 폰뱅킹 서비스를 통해 봉헌했다고 한다. 교회 신자라면 누구나 예배 후에 봉헌 총액이 얼마인지, 또 봉헌된 돈을 교회는 어떻게 썼는지 인터넷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재정비리라는 것은 있을 수가 없다. 한편 교인 동정 소식 때에 오 집사 아버님이 돌아가셨다는 부고를 접한 정 집사는 조의금 2만원을 그 자리에서 송금했다. 송금 직후 오 집사가 메신저로 고맙다는 답신을 보내왔다.

‘동호회’의 커뮤니티성과 교회의 영성이 합치된 새로운 형태의 교회. 하지만 이것이 전부는 아니다. 박 목사는 예배․교육․친교․봉사․선교의 기능을 가시화할 수 있는 대안을 모색했다. 이것이 골방에서 익명성에 숨어 사회성을 망실한, 이른바 ‘개인 미디어’의 한계를 역력히 드러내는, 인터넷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길이라 생각했던 것이다. 교회의 다섯 가지 기능 중 예배를 제외한 다음 나머지 네 가지의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방안은 대략 이렇다.

당연히 교회의 기능을 감당해야죠

먼저 교육. 박 목사는 매일 아침 새벽기도회와 QT, 늦은 밤 저녁예배를 생방송으로 촬영해 내보낸다. 시간을 놓친 사람은 출근 중 버스나 지하철 안에서 다시 보기 서비스를 통해 새벽기도회를 드릴 수 있다. 그 뿐 아니다. 성서강해, 심층 성경공부, 새신자 관리, 전도훈련반 세미나, 평신도 신학강좌 등 사전 녹화 콘텐츠는 어느 때든 자기 형편과 수준에 맞게 골라 볼 수 있도록 배려했다. 박 목사는 박 목사대로 행복하다. 성서 연구와 말씀 준비에만 몰두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인간관계 때문에 교회 안팎에서 전개되는 기득권 다툼에 휘말릴 이유가 없다. 교인들도 목회에만 전념하는 박 목사를 보고 목회자로서 진정성을 확인하며 존경하게 된다.

다음은 친교. 박 목사는 평일에도 교인들끼리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교인들을 위한 라디오 방송을 마련했다. 여기서 전 교인들은 직장 사무실에서 또는 가정에서, 늘 켜놓고 듣는다. 그리고 가끔씩 방송 게시판에 나타나 의견과 글, 신청곡 등을 남긴다. 누가 DJ를 하느냐. 상근 목사, 전도사 등이 담당한다. 프로그램은 ‘박 목사의 신앙상담’, ‘이 전도사의 찬양 리퀘스트’ 등등이다. 밤에는 교회 내에서 팝을 가장 많이 아는 음악 애호가 박 집사가 ‘박 집사의 파퓰러쇼’를, 영화음악 작곡가 남편을 둔 이 집사가 ‘이 집사의 OST카페’등을 집에서 제작해온 교인과 공유한다.

쌍방향 인터넷 방송을 통해 목회자와 교인들은 모두 주인공이 되고 또 관객이 된다. 그러면서 일주일 내내 공개적이고 긴밀한 소통 창구를 형성한다. 그 뿐 아니다. 교인들끼리 동호회를 만든다. 정 집사가 가입한 낚시 동호회 말고도, 등산 동호회, 음식 만들기 같은 웰빙 동호회가 구축돼 있다. 또 토익만점 동호회, 공인중개사 준비 동호회와 같은 실용성 커뮤니티도 형성돼 있다. 그룹사운드, 미술, 시인되기 동호회 같은 문화 모임도 활동이 분주하다.

이 모임을 만든 박 목사는 ‘1동호회 1봉사하기 운동’을 새해 목회비전을 제시했다. 예를 들어 음식 만들기 동호회 같은 경우 결식아동에게 음식을 공급하는 운동을 제안했고, 토익만점 동호회는 이주 노동자들의 관광을 돕는 일일 통역 봉사, 그룹사운드 동호회는 교도소를 순회하며 재소자를 위한 콘서트 등을 기획하자는 뜻을 밝힌 것이다. 모임의 결성도도 성숙시키고, 교회의 사회적 역할도 높이고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두니, 이것이 바로 봉사의 결실 아니겠는가.

마지막으로 선교. 사이버 교회가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교회이다 보니, 전도는 온라인 영역에서 더욱 두드러진 성과를 드러낸다. 우선 교회가 교회답지 않으면서도 교회답다는 이야기가 입소문처럼 번지면서 많은 누리꾼들이 사이트를 기웃 거린다. 박 목사와 전도사 등 교회 스탭들은 이들을 위해 밤 11시부터 새벽 두 시까지 하루 세 시간씩 실시간 메신저로 상담을 해준다. 이들에게 결신을 강요하지 않으면서도, 그리스도의 인격을 드러내는 전도. 이것이 가장 경쟁력 있는 선교방법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이렇게 해서 교인들의 수는 배가되기 시작했다. 저마다 선명성 드러내고 남에게 상처주기 바쁜 인터넷상에서, 사람의 인격을 품는 공간은 그야말로 특별했다. 사이버 교회는 종교의 굴레를 뛰어넘어 인터넷상의 안식처로 점점 뿌리를 내리기 시작했다.

한국인들만큼 새롭고 편리한 것에 대한 관심이 남다른 나라도 없을 것이다. 불과 십 년 전만 해도 최고의 ‘국민적 통신 수단’이었던 무선호출기가, 휴대폰의 등장으로 인해 순식간에 시장에서 퇴출됐다. 단말기 가격은 물론 이용료마저 엄청나게 비쌌던 휴대폰의 경쟁력은 편리함 그것뿐이었다. 이런 상황을 누가 예측이라도 했겠는가. 이제는 휴대폰으로 텔레비전을 보고, 달리는 지하철 안에서도 인터넷을 즐기는 세상이 왔다. 앞으로 세상이 어떤 식으로 개변할지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사이버 교회는, 틀거리가 촌각을 다투며 변형되는 격변의 세기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절대 진리인 복음을 확신한다. 비단 이런 형태의 교회가 생겨야 한다는 주장은 아니다. 정보혁명으로 세상이 뒤집어지는 이 시점에서도 교회가 추구하는 가치가 복음의 본질보다는 전통적 형식에 치우쳐 있다는 지적이다. 반드시 ‘며칠 몇 시에 나와라, 그리고 일방적으로 들어라’ 이런 소통 자체를 거부하는 일방성의 패러다임으로부터 교회는 언제쯤 새로운 대안을 찾을 수 있을까.

2006년 와이브로의 상용화, IPTV의 도입으로 정보 인프라의 혁신이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 21세기 통신혁명시대에 부합하는 선교 패러다임은 무엇일까. 전통적인 예배를 혁신적인 미디어에 실어 내보내면 된다는 1차원적인 발상일까? 시대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하는 교회는 박물관에서나 그 가치를 인정받을 것이다. 기술의 변혁속도에 맞는 발상의 변혁. 이것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진짜 사이버 교회 있습니다

인터넷에서 ‘사이버 교회’를 검색해보면 생각보다 많은 곳이 뜬다. 대체로 지역교회의 인터넷사이트인 경우가 많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온라인상으로 신앙상담을 하는 네트워크형의 목회를 지향하는 경우들도 보인다. 그러나, 여전히 채팅이나 게시판을 좀더 잘 활용하는 수준을 넘지 못하는 게 보통이다. 더구나 한국처럼 IT기반이 강하지 못한 해외 사이트는 만듦새마저 ‘허접’해 보인다.

이 가운데 단연 돋보이는 곳이 바로 ‘바보들의 교회’(www.churchoffools.com)이다. 이곳은 세계 최초의 3차원 가상공간 교회인데 방문자들이 자신의 캐릭터를 선택해서 가상교회 내부를 돌아다니며 구경을 하거나, 다른 방문자와 채팅을 할 수도 있다. 영국 감리교의 지원을 받아 전담 목회자까지 있어서 매일 정한 시간에 예배가 드려지고, 설교문을 읽을 수도 있다. 여러 사람이 접속해서 진행되는 3차원게임과 비슷한 느낌이지만 인터넷 공간에서 이런 곳이 있다는 것 자체가 사이버교회의 실현에 한 발짝 다가가 있다는 산증거가 아닐지. 현재 2004년 말 이후로는 다중접속은 2차원으로만 가능하고, 3차원 모드는 개인별 접속만 허락되고 있다. 설립자 사이몬 젠킨스(Simon Jenkins)는 재정모금이 될 경우 3차원 서비스가 확대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양희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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