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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의 교회, 텅 빈 그러나 노숙인에게는 닫힌
[242호 청년당 교회, 노숙인의 친구인가]
[242호] 2010년 11월 25일 (목) 11:45:26 김영준 zilzoo86@naver.com

   
▲ 사진은 기사 내용과 상관이 없습니다.
“예수님이 저렇게 분장하시고 이 땅에 오신대. 그래서 우리는 도와줘야 한대.”


길거리에 쪼그려 앉아 있는 나이 든 노숙인을 보며 교회에 다니지 않는 친구가 한 말이다. 친구의 말이 사실이라면, 우리나라에 예수님은 이미 너무나 많다. 미국 LA의 한 교회가 노숙인들에게 예배당을 잠자리로 제공한다는 기사를 얼마 전 보았다.(http://www.newsnjoy.us/news/articleView.html?idxno=1078) 가슴이 뭉클했다. 한국에 있는 큰 교회 몇 곳만이라도 밤에 놀고 있는 공간들을 노숙인들에게 열어 준다면, 예수님은 길거리에서 주무실 일이 없을 텐데…. 우리나라 대형 교회들이 잠자리를 구하는 노숙인들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알아보고 싶었다. 직접 노숙인 분장을 하고 몇몇 교회를 찾아가 보기로 했다. 제발 따뜻하게 받아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교회는 기도하는 곳이지, 자는 곳이 아니에요.”

강남구 OO교회를 찾아간 건 기온이 뚝 떨어졌던 날 새벽 3시였다. ‘끼이익-’ 커다란 문을 열고 들어갔다. 교회 안은 대리석으로 뒤덮여 있었고, 역시 바깥보다는 따뜻했다. 통로를 따라 걷는데, 반대편 끝에 40대로 보이는 아주머니 두 분이 보였다. 다가가서 말을 걸었다.

“저기… 잠 좀… 재워 주시면 안 되나요.”
지저분한 차림새와 어눌한 말투에 당황한 아주머니는 나를 불쾌한 표정으로 바라보셨다.
“너무 추워서요. 잠 좀 재워 주시면 안 되나요.”
재차 말했다. 아주머니가 입을 열었다.
“오늘은 아침에 유치부 아이들이 오는 날이에요. 이제 곧 아이들이 와서 안 돼요.”
“너무 추워서 그러니까 하루만 재워 주세요…. 어떻게 안 될까요.”
“여기에 있는 광고 보이죠? 오늘이 유치부 아이들이 오는 날이라고요. 곧 애들이 오는데 어떻게 자요.”
“잘 데가 아무 데도 없어요? 아무 데서나 자도 되는데….”
“휴. 그럼 저쪽 방에 기도하는 사람들이 있으니까 그 사람들한테 말해 봐요.”

통로 쪽에 있는 방문을 두들겼다. 그때, 다른 방에서 60대 아주머니 한 분이 나오셨다.

“저기요. 거기 누구예요? 누군데, 막 문을 두들겨요? 예? 누구예요?”
“하룻밤만 자고 싶어서요…. 잘 데 찾으려고요.”
“여기는 기도하는 곳이지, 자는 곳이 아니에요. 여기 잘 데 없어요.”

어디에선가 키가 큰 경비 아저씨가 아주머니 쪽으로 왔다.
“경비 집사님. 이상한 사람들이 막 교회에 들어오고,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아주머니는 뒤로 물러나고 경비 아저씨가 말했다.
“여기. 잘 데 없어요. 그러니까 나가요.”
“밖이 너무 추운데, 꼭 나가야 돼나요?”
“예. 잘 데 없어요.”

며칠 후 새벽 1시, 영등포구에 위치한 OO교회를 찾았다. 늦은 밤이었는데도 교회의 문은 모두 개방되어 있었다. 경비로 보이는 아저씨 두 분이 계셨는데, 나를 흘끔 보고는 더 이상 신경 쓰지 않았다. 눈에 띄어 보려고, 그 넓은 로비를 돌아다니고 이것저것 만져 보기도 했다. 경비아저씨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결국, 직접 찾아가 물었다.
“하룻밤만 잘 수 있을까요?”
아저씨는 나를 위아래로 훑었다.
“잘 데는 없고, 지하에 가면 긴 의자가 있으니까 거기에서 졸든지 쉬든지 하다가 가요.”
“그래도 될까요?”

아저씨는 약간 역정을 내시며 말했다.
“그러니까, 누워서 잘 데는 없고, 지하에 가면 긴 의자가 있어요.”

지하에는 아저씨의 말대로 긴 의자가 있었다. 지하에도 경비 아저씨가 있었는데, 누군가와 통화를 하며 호탕하게 웃고 있었다. 나는 곧 교회에서 나왔다. 기대한 만큼의 따뜻한 배려는 없었지만 싸늘했던 강남구 OO교회의 기억 때문이었는지, 받아준 것만으로도 감사했다.

   
▲ 사진은 기사 내용과 상관이 없습니다.

십자가가 유난히도 빛나던 밤 12시, 이번엔 서울역 근처의 대형교회에 가기로 했다. 근처에 노숙인들이 많기 때문에 앞서 가 본 교회들과는 다를 거라는 기대가 있었다. 문을 밀어 보았다. 잠겨 있었다. 어디 벨이 있을까 하고 찾아보았지만 어디에도 없었다. 맞은편에 5층짜리 교육관이 보였다. 유리문 너머 안쪽에 안락한 의자와 자판기가 보였다. 문을 두들기고 흔들어 봤지만 아무도 나오지 않았다. 교회는 나를 받아주지도 내쫓지도 않았다. 그냥 그 곳에 서 있었다.

“경찰 부르기 전에 나가요. 나가!”

중랑구 OO교회를 찾은 건 새벽 2시. 한겨울처럼 추웠다. 이번에는 정말 가고 싶지 않았다. 또 어떤 차가움이 있을지 두려웠다. 하지만, ‘그래도 정말 세상에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하는 곳이 있겠지. 한 교회 정도는 따뜻하게 받아 주는 곳이 있겠지’ 라는 기대감을 품고 교회에 도착했다. 교회에 들어가기 전부터 경비 아저씨는 나를 예의주시했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아저씨와 눈이 마주쳤다.
   
▲ 사진은 기사 내용과 상관이 없습니다.

“무슨 일이에요?”

아저씨는 경계심 가득한 목소리로 물었다.
“오늘 날씨가 너무 추워서 들어왔어요.”
아저씨는 자리에서 즉각 일어나며 나에게 다가왔다.
“저기 구석에서 자고 가면 안 될까요.”
“뭐요? 안돼요. 나가요.”
“교회가 이렇게 큰데, 아무 데서라도 재워 주세요.”
“경찰 부르기 전에 나가요. 나가!”


아저씨는 직접 문을 열며 위협적으로 말했다. 떠밀려 나오며 “너무 추운데…”라고 말했지만, 아저씨는 들은 체도 하지 않고 문을 닫았다. 텅텅 비어 있는 그 큰 교회 건물에 노숙인이 발 디딜 틈은 없었다.

며칠이 지나고 몇몇 교회를 다시 찾아가 인터뷰를 시도했다. 교회마다 노숙인을 받아 주지 않는 나름의 이유가 분명히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돌아온 건 매몰찬 반응이었다. 한 교회의 사무장님은 인터뷰를 거절하며 ‘우리 교회는 구제 말고, 다른 차원의 전도와 구원을 목적으로 하기에 할 말이 없다’고 했다. 또 다른 교회의 사무장님은 ‘우리 교회에서 생각하지 못하고 있고, 아직 준비되지 않은 부분들에 대해서 굳이 기사를 써야겠느냐’고 했다. 두 분은 공통적으로 교회에 찾아 온 사람들을 내쫓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며칠 전 노숙인 분장을 하고 잠을 청한 사실을 말하자 두 분 모두 “기도하러 왔다고 했어야지. 재워 달라고 하면 안 되지”라고 했다.

사무장님들이 말하지 못한 노숙인을 환대하지 못하는 데 대한 변명과 이유는 교회마다 분명히 있을 것이다. 하지만 추운 역사나 지하철역에서 떨면서 자는 노숙인들을 위해 교회들이 교회의 빈 공간을 열어 준다면, 소주 없이도 노숙인들의 밤은 훨씬 따뜻해지지 않을까. 온 천하보다 귀한 노숙인 한 명 한 명에게 복음을 전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지 않을까. 날이 점점 추워진다.

글 사진 김영준 청년기자 zilzoo86@naver.com

지난 11월 8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선교훈련원이 개최한 ‘노숙인 간담회’에서 여재훈 소장(서울시 노숙인 다시 서기 상담보호센터) 발표한 발제문 ‘노숙인 문제의 종교계 참여 현황과 방향’에 따르면, 전국 노숙인 복지 시설 88개 중 개신교가 운영하는 시설은 54개로 62.8%를 차지했으나, 그 가운데 1000명 이상이 모이는 교회는 한 교회뿐이었다. 절반 이상이 100명 미만의 소형 교회였고, 38.5%가 100~300명이 모이는 교회였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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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기사의견(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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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주
(61.XXX.XXX.42)
2011-03-04 16:24:24
1년전쯤..
스님처럼 머리를 민 한 사람이 와서 집에 가야 하는데 차비가 없다고. 절에 있다가 절에는 생명이 없어서 나왔다고 하더라구요. 고향에 내려가서 하나님 믿겠다고 하면서.. 그래서 속아주었습니다. 2만원을 요구하길래 지갑을 열어 주었죠. 하지만 또 오면 받아줄 자신은 없네요; 아무에게나 열린 교회, 쉽지 않아요. 교회가 노숙인들을 대상으로 재활프로그램 같은걸 하면 모를까 잠자리제공이 근본해결은 아닐듯.
peace be with you
(98.XXX.XXX.50)
2011-02-02 02:08:55
공감이 가지만서도, 기자님께서도 스스로 돌아보시면 어떠실까요?
노숙자에게 문을 열어주는 교회... 생각만 해도 근사할 것 같은데... 우리의 현실은 그렇지가 않지요. 김영준 기자님 하지만, 당신은 당신의 집을 열어주실 수 있으신가요? 신자 한명 한명이 교회를 이룰 뿐 아니라 교회 자체라고 생각해 본다면, 노숙자에게 문을 열어주는 교회의 모습은 사실 개인적으로 엄청난 부담이 있는 질문이 된다고 생각합니다.그렇게 하지 말자는 이야기는 아니고요..그리 쉽게 비판하진 말자는 말입니다
주랑
(115.XXX.XXX.116)
2010-12-14 17:04:27
희생의 각오.
저희교회에도 돈 달라고 오시는 분들, 그냥 오는 분들 많이보았습니다. 저희도 처음에 관리집사님도 모두 닫아놓지는 않았었는데 노숙인들이 들어와서 소,대변으로 실례한 후 그냥 가고 그래서 그 다음부터는 철저하게 닫아 놓으신다고 하더라고요. 물론 모든 분들이 그런건 아니지만요. 마땅히 섬겨야 하지만 또 마냥 쉬운 얘기는 아닌 듯 합니다. 관리집사님 뿐 아니라 성도 모두가 그런것도 각오하고 열어야 하는 거겠죠
이미선
(175.XXX.XXX.121)
2010-12-08 00:37:45
얼마전...
먹을 것을 달라며 교회로 찾아온 지적장애를 갖고 계신 것 같은 낯선 분에게 형식적으로 빵 하나 주고 어찌할바를 몰라 형제들에게 어떻게 해보라고 눈짓을 했었는데..제 자신을 돌아보게 되네요. 문전박대하며 쫓아버린 기사 속의 그 사람들과 다를바 없었네요. What would Jesus do?실천하겠다고 말만했던 제가 참 속물같네요. 기도하러 왔다가 아니라 재워달라는 말에도 기꺼이 문을 열어줄 수 있는 교회가 많아지길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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