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0호 백투더클래식] 디트리히 본회퍼의 ≪옥중서간≫

‘순수 문학’ 파문이 남긴 것
작년 가을, 우리나라 문학잡지 중 지령(誌齡)이 가장 오래된 <현대문학>이 문단에서 파문을 일으켰다. 발단은 <현대문학> 측이 장편 소설을 연재하고 있거나 하기로 했던 이제하, 정찬, 서정인 작가의 작품을 거부한 데서 시작됐다. ‘순수 문학을 지향하는 잡지이기 때문에 어떠한 이유로든 정치적으로 가시화된 작품을 다루지 않겠다’는 것이 <현대문학> 측의 변명이었다.

▲ 디트리히 본회퍼(1906~1945)
이 사실이 알려지자 젊은 작가들을 중심으로 여러 문인들의 원고 게재 거부와 ‘현대문학상’ 수상자들의 수상 거부가 이어졌고, <현대문학>은 편집주간과 자문위원들이 사퇴함으로써 사태를 수습하려 했다. 문학평론가 고봉준 경희대 교수는 <현대문학>의 처사를 일제 총독부의 ‘검열’에 비유하면서, “문학의 ‘순수’는 문학이 이데올로기의 전달 수단이나 현실 정치의 도구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지 문학이 정치와 현실에 대해 말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한다(<한겨레신문>, 2013년 12월 16일).

비슷한 맥락에서 최근 한국 사회에서 종교의 정치 참여에 대한 논쟁이 일어난 바 있다. ‘순수 문학’ 파문을 비롯한 일련의 사태를 보면서 ‘순수 종교’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이와 관련해 디트리히 본회퍼(Dietrich Bonhoeffer)의?옥중서간?은 우리에게 참 기독교, 순수한 기독교가 무엇인지 보여주는 다림줄과 같다. 그런 점에서 본회퍼가 나치 치하에서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지 벌써 69년이 되었지만, 그의 사상과 신학이 녹아있는?옥중서간?은 작금의 한국교회와 신앙인들에게 더욱 회람되어야 하는 책이 아닌가 한다.

이 글에서는 먼저 본회퍼의 생애와 배경을 다루고, 그의 신학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살펴보려 한다. 그런 다음 ?옥중서간?에 나타난 그의 ‘경건과 저항’의 영성이 오늘날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다루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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