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2호 권서, 첫 사랑을 메고 떠난 사람들]
#부고
김순덕 자매의 부고를 듣고 빈소로 가는 길에 박씨는 하늘이 원망스러웠다. 지난 몇 달 사이 그녀와 두 번 만났다. 박씨는 그녀가 예수를 영접한 뒤로 겪은 핍박을 잘 알았다. 그 핍박이 어찌 보면 복음을 전해준 자신 때문이라는, 인간적인 애처로움도 없지 않았다.
영정 사진조차 없는 빈소에서 박씨는 두 눈을 감았다. 먼저 떠난 젊은 아내의 빈소를 지키는 남편의 눈이 퉁퉁 부어 있었다. 남편의 얼굴을 보자 알 수 없는 저 심연에서 솟구치는 눈물이 박씨의 눈가를 적셨다. 아직 마흔이 안 된 그녀의 느리고도 둥근 목소리가 귀에 맴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