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5호 권서, 첫 사랑을 메고 떠난 사람들]

함경도의 초기 교회들 가운데 하나인 경성교회를 설립한 분이 캐나다 출신의 그리어슨(R. Grierson, 具禮善) 선교사이다. 함경도와 북간도 선교는 그를 빼고는 이야기할 수 없을 정도로 중요한 역할을 한 분이다. 1899년에 조선에 온 그는 목사로서 교회를 개척하였고, 의사로서 병원을 열었으며, 음악가와 스포츠맨으로서 학교를 세우고 근대 교육과 스포츠 보급에도 기여했다. 그리어슨 선교사를 도와 교회를 개척한 사람들 또한 권서들이었다. 영국성서공회 연례보고서(1911년)에 기록된 권서들에 대한 그의 평가는 다른 어떤 문장들보다 더 와 닿는다.

“위대함이란 작고 보잘것없는 의무를 싫증내지 않고 끊임없이 순전한 인내로 함으로써 바라던 목표가 이루어지고 위대한 목적이 달성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우리 권서들은 진실로 위대한 자들이다. 그들은 이교주의의 굳센 바위를 망치로 깨는 석수장이들로서, 강하게 반발하는 큰 바위에서 다른 사역자들이 쓸 수 있는 돌을 채석해준다. 그들은 결과가 나타나기 전에 오랫동안 버티지 않을 수 없다. 오래된 선교사도 외친다. ‘오 바위, 바위, 언제 열릴 것인가?’ 이것은 권서들이 의식 깊숙한 곳에서 매일 외치는 말이다.”

위대한 목적과 작고 보잘것없는 의무. 서로 대조되는 이 구절은 권서들이라면 누구나 가졌을 법한 마음가짐을 잘 표현해준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리어슨 선교사의 기록을 보면 ‘위대한 목적’에 방점을 찍기보다, 보잘것없는 의무를 싫증내지 않고 끊임없이 순전하게 인내함으로써 바라던 목표를 이루어가는 그 과정이야말로 참된 ‘위대함’이라고 강조한다. 그래서 권서란 ‘싫증내지 않고 끊임없이, 순전하게, 인내하는’ 삶의 결을 가진 사람들이어서 비로소 위대한 존재였음을 알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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