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5호 거꾸로 읽는 성경] 출애굽기 4:24~26
십보라는 모세가 미디안 광야에서 피난생활을 할 때 만나 결혼한 여인이다. 모세는 이스라엘 민족의 토대를 놓은 인물로 유명하지만, 그의 아내 십보라는 알려진 바가 거의 없다. 아버지가 이드로 혹은 호밥으로 불리는 미디안의 제사장이며, 모세와 결혼한 후 게르솜과 엘리에셀을 낳았다는 것이 전부다.
성경 본문이 고대 세계의 남성 중심적 세계관에 영향받았다고 믿는 여성 신학자들은 십보라 역시 ‘성경 서술의 피해자’임을 주장한다. 예를 들어, 모세와 십보라의 결혼을 묘사하는 출애굽기 2장이나 모세와 십보라의 재회를 묘사하는 출애굽기 18장은 모두 모세와 십보라의 관계보다는 모세와 그의 장인 이드로의 관계에 초점을 맞춘다. 즉 모세의 결혼에서 의미 있는 것은 아내의 집안(미디안의 제사장 집안)인 것 같다. 이는 아내 십보라가 남편 모세에게 끼친 영향력을 최소화하는 결과를 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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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구원 개신대학원대학교 구약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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