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7호 백투더클래식] 잔느 귀용의 《아가서 주석》

아주 오래된 연인
설교와 성경공부 인도 등 바쁜 주일 사역을 다 마치고 한 성도님의 차를 얻어 타고 집으로 가는 길이었다. 홀가분한 한편 피곤하기도 해서 마음속으로는 온통 집에 가서 편히 쉬고 싶은 생각뿐이었다. 이 때 차 안의 오디오에서 귀에 익은 오래된 노래가 흘러나왔다. 귀 기울여 듣지 않았는데도 유행가 가사가 낯익은 멜로디와 함께 갑자기 마음에 새겨졌다.

“저녁이 되면 의무감으로 전화를 하고/ 관심도 없는 서로의 일과를 묻곤 하지/ 가끔씩은 사랑한단 말로 서로에게 위로하겠지만/ 그런 것도 예전에 가졌던 두근거림은 아니야⋯.”(정석원 작사·작곡, <아주 오래된 연인들>)

노래를 듣다 보니 문득 하나님과 나와의 관계가 그저 습관적으로 이어지는 ‘너무 오래된 연인’이 되어버린 생각이 들었다. 의무감으로 설교와 성경공부를 준비하고, 사랑한다고 고백하지만 어느덧 그야말로 직업인이 되어 버린 목사로서의 삶, 생동감을 잃은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삶을 살고 있는 것은 아닌가?

“주말이 되면 습관적으로 약속을 하고/ 서로를 위해 봉사한다고 생각하지⋯.” 노래가 이어질수록 유행가의 가사는 어느덧 내 신앙의 껍데기를 지적하는 회초리가 된 듯한 느낌이었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사이 차는 집 앞에 도착했고, 성도님이 나를 내려주면서 말했다. “목사님은 행복하시겠어요. 평생 하나님과 연애하는 직업을 가지셨으니 말이에요!”

이 마지막 말이 가슴에 박혔다. “하나님과 연애하는 직업!” 밤에 책상 앞에 앉았는데 낮에 들은 노랫말의 가사와 성도님의 마지막 말이 귓가에 맴돌았다. 그때 책꽂이에 꽂힌 책 하나가 눈에 띄었다. 잔느 귀용이 쓴 《아가서 주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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