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8호 백투더클래식] 바실리우스와 ‘부의 공공성’

또 하나의 가족?
대학생 시절 전도할 때 묘하게 모순된 상황을 경험한 일이 있다. 복음을 받아들인 분과 영접 기도를 떨리는 마음으로 함께 드린 직후였다. “이제 하나님이 당신과 나 모두의 아버지 되십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한 형제와 자매가 된 것입니다.” 이렇게 지금이 인생에서 가장 복된 순간임을 선포하고, 이제 함께 기뻐하며 축제를 벌일 차례였다.

그런데 이 사실을 믿고 기뻐하던 순수한 ‘새 가족’과 눈이 마주친 순간, 필자는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갑자기 다음과 같은 질문이 속에서 들려왔던 것이다. ‘이 분에게 나는 참 형제이자 가족이 될 수 있는가? 내가 지금 속해 있는 공동체는 나에게 진정 가족인가?’ 그 후로도 신앙의 여정이 계속 이어질수록 나는 공동체와 한 가족이 되기 어려운 이유들을 더 많이 발견하게 되었다.  신앙 공동체가 가족이 되는 것을 방해하는 가장 큰 요소들 중 하나는 ‘부와 가난’의 문제였다.

물론 이 돈의 문제는 혈연으로 맺어진 가족들마저도 등 돌리게 만들 수 있는 거대한 힘을 가진 것이기에, 교회 공동체쯤이야(?) 뒤흔들고 갈라지게 하기 그다지 어렵지 않을 수 있다. 심각한 것은 근래에 이르러 이 돈의 위력 앞에서 씨름하는 그리스도인들의 모습은 점차 찾아보기 힘들어지고, 어느 수준에서 타협하거나 공개적으로 돈의 힘을 받아들이려는 움직임이 교회 안에 나타난다는 것이다. 교회 안의 부자들은 영적인 면에서도 부유한 자로 인정받고, 두 렙돈을 드린 과부를 향한 칭찬은 상당한 금액을 드린 이들에게 주어진다. 또한 가난하고 연약한 자들을 위한 재정 사용은 그 효용과 효과성, 즉 ‘투자회수율’에 따라 결정되는 분위기가 만연하다. 이 정도면 성도의 모임인 교회는 가족 공동체가 아니라, 기부금에 따른 차등 회원제를 운용하는 단체나, 조건적이며 계약적인 조직에 더 가깝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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