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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 10년, 방어만이 살 길"
[290호 커버스토리] 'C급 경제학자' 우석훈 박사 인터뷰
[290호] 2014년 12월 26일 (금) 15:40:23 이범진 기자 poemgene@goscon.co.kr

 

   
▲ ⓒ복음과상황 오지은

‘일본식 장기불황’이 곧 한국을 덮칠 것이다! 많은 경제전문가의 예상이다. 《88만 원 세대》의 저자 우석훈 박사(민주정책연구원 부원장)도 장기불황의 도래를 확신한다. 그의 말은 더 섬뜩하다. “일본 정도로만 버텨도 다행이다.” 일본만큼의 기초체력을 갖추지 못한 한국이 불황을 맞닥뜨리면, 더 치명적 결과로 이어진다는 예측이다. 그가 말하길, 아직 일본이 망하지 않은 이유는 국민 개개인이 자신의 삶을 지키기 위해 절약과 저축으로 허리띠를 졸라맸기 때문이다. 그러니 소비와 대출을 부추기는 오늘의 한국경제에 장기불황이 오면, 일본만큼 버티기도 힘들다.

그래서 우 박사는 한 사람이라도 신용불량자가 되는 것을 막고자 《불황 10년》을 썼다. 우리 개개인이 하루라도 빨리 ‘방어’ 모드에 돌입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개인에게 초점을 맞춘 ‘생활경제 안내서’이지만, 깊이 들여다보면 욕망을 비우라는 영성 메시지도 전해진다. 지난 12월 8일 오후, 서울 여의도동 민주정책연구원 부원장실에서 그를 만나 ‘불황 10년’에 맞서는 전략을 물었다. ‘비움’에 관한 답이 돌아왔다.

- 지난여름 《불황 10년》을 출간하고, 며칠 전까지 전국 투어 강연회를 다녔다. 어떤 책인가?
2010년대, 한국 경제 흐름은 매우 좋지 않다. 흔히 사람들이 ‘일본식 장기불황’이라고 표현하는 데 지표로 보면 우리나라는 일본보다 상황이 더 나쁘다. 우리는 일본만큼 내수기반을 갖추지 못했다. 수출만 있는 경제, 모든 게 서울에 몰린 체제에서 불황을 맞으면 그 충격은 더 깊고 클 것이다. 정책을 바꿔 이를 극복하기에도 지금의 정치 지형에선 어렵다. 우리는 ‘불황 10년’이라 부르는 충격을 버텨내고 살아내야 한다. 이 책은 특별히 30대와 40대 초반 사람들을 떠올리면서 썼다. 이들 중 한 명이라도 신용불량자가 덜 되고, 자살률을 낮출 수만 있다면 역전의 기회는 있다. ‘불황 10년’에 생존할 수 있는 엄청난 비밀이 담기진 않았다. 부동산, 개인 재무구조, 고용 문제와 창업, 육아와 교육 분야에서 잘 방어하는 방법을 썼다.

- ‘방어’라는 표현이 인상 깊다.
경제학에선 잘 쓰지 않는 용어이지만, 개인적으로 자주 쓴다. 돈을 벌고 그걸 투자해서 불리는 것 등을 ‘공격’, 번 돈을 지키고 장기적으로 자기 형편에 맞게 재무구조를 만드는 것을 ‘방어’라고 한다. 어려서부터 공격은 못했고, 방어만 했다. 원래 나는 공격은 못하는 사람이다.(웃음)

- 소비를 미덕으로 추켜세우는 사회에서, 방어를 하기란 쉽지 않다. 욕망을 다스리는 게 관건이라는 생각이 든다. 책에 쓴 자동차 이야기가 와 닿았다. 그랜저-하이브리드(2,395cc)를 사려다가 경차 모닝(998cc)을 사셨다. 담백하게 서술했으나, 엄청난 고민의 결과로 보인다.
정말 어려운 결정이었다. 요즘도 돈만 생기면 그랜저 살까 생각한다. 마음으로는 수십 번도 더 샀을 거다. 대출을 받을까, 리스를 할까 따져봤는데 현금으로 사는 게 가장 손해를 안 보더라. 그랜저를 사기 위해선 통장에서 돈을 빼야 했는데 막판에 마음이 약해졌다. 그랜저 대신 모닝을 사면 3천만 원 정도가 남더라. 나중에라도 3천만 원 없어서 굶어 죽을 때가 오지 않으리라 보장할 수 없었다. 결국 모닝을 샀다. 남은 돈은 모두 아내에게 돌려줬다. 마음으로는 안 사본 차가 없다. 그런데 현금으로 사려고 하면 결론은 ‘모닝’이더라. 

- ‘현금’ 사용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가?
정확한 잔고를 확인할 수 있으면 욕망을 다스리기가 쉽다. 지출 시 잔고가 주는 슬픔이 있다. 그랜저-하이브리드가 약 4천만 원이다. 4천만 원? 내가 그 돈을 얼마나 어렵게 모았나 생각하면 돈 없어지는 게 뼛골이 빠지는 느낌이다. 보통 책 1만 부가 팔리면 1천만 원 번다. 밤새워 글 써서 번 돈인데…. 현금을 사용하면 마음이 약해지게 되어있다.

- 자동차나 백(가방)은 ‘투자’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래서 빚을 지고도 ‘투자’를 한다.
명품 가방 하나 사면 그에 맞는 의류나 신발도 사게 된다. 금융의 도움을 받으면 계속 비싼 것을 살 수밖에 없다. 투자는 그런 게 아니다. 영화 보고, 책 읽고, 친구들 만나는 데 돈 쓰는 게 진정한 투자다. 외제차 타고 다니지만 1억 원 빚진 남자와 누가 결혼하고 싶겠나? 10년 넘게 ‘투자’를 부추기는 마케팅 사회가 지속됐다. 빚도 자산이라고? 기업에겐 맞는 말이지만 가계에는 재앙이다! 자기를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지혜가 필요하다. 조금 없어 보이고 창피하더라도 지갑이 강해지는 게 좋다. 

- ‘자기를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지혜’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가?
직장을 그만두고도 1년 정도 생활할 수 있는 돈은 갖고 있어야 한다. 회사에서 쫓겨나도 1년은 먹고살 수 있을 때 사람이 당당해진다. 예전에는 권모술수형 인간들이 많이 승진했지만, 요즘은 당당한 유형이 더 유리하다. 규모와 상관없이 찌질하지 않게 살 수 있기 때문이다. 몇 억을 만들라는 게 아니다. 1년 생활비 정도를 모으라는 말이다.

 

   
 

- 책에서도 저축을 강조하더라.
일단 1년 치 생활비를 1년 동안 모아봐라. 잘 모았을 경우, 10년을 모으면 10년 치가 모이기도 할 거다. 일본의 청년들이 지금 그렇게 하고 있다. 10년 후, 뭔가 해볼 수 있지 않을까. 분명 역전의 기회가 생긴다.

- 현실적으로 1년 치 생활비를 모을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20대는 재무구조 개선이 의미가 없다. 줄이려고 해도 구조적으로 줄일 여지가 거의 없다. 내 또래인 40대들은 평균적으로 재무구조가 이미 완성된 상태다. 좋건 나쁘건 현 상황을 바꾸긴 어렵다. 인생의 중요한 전환점이기는 하나 중요한 결정을 하기엔 엄청난 에너지가 소요된다. 30대~40대 초반(90년대 학번)은 다르다. 선택의 여지가 많고, 재무구조가 좋아질 수 있다. 그래서 한국경제 전체적으로 ‘철수’(방어)를 해야 할 때인데, 내가 생각하는 본대는 30대다.

- 신자유주의 사상 또는 금융자본과 맞서야 하고, 판(체제)을 바꿔야 한다는 기존의 저서(주장)들과는 차이가 있다.
인생에 한 번은 개인을 위한 책을 쓰고 싶었다. 이번이 그 한 번이다. 지금의 30대들이 버텼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썼다. (20대에게는 격려와 위로, 지원이 필요하다. 저축하라는 말도 너무 잔인하다.) 지금 방어하지 못하면, 지금의 30대가 40대 때 빚더미에 안고 신용불량자가 된다. 30대가 개별적으로 무너지면 이 나라의 미래는 없다. 더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 불황을 이기는 주된 방법이 저축과 절약이라니, 체제 개혁을 주장하는 사람들에겐 책임을 개인에게 환원시키는 소극적인 대처라는 비판도 있겠다.
여기의 문제를 이야기하지 않고 세상을 이야기한다? 지금 여기의 고통이 제일 큰데 이념을 이야기한다? 이 책은 우리의 고통에 대해 말한다. 스웨덴 같은 복지국가들을 계속 언급하면 뭐하나? ‘이민’이라는 답밖에 안 나오는데. 북콘서트로 전국 투어를 다니면서 20~30대 여성들 참여가 높아서 놀랐다. 한국의 모든 정치사회 집단이 만나고 싶어 하는 대상이다. 지금 여기의 시각에서 이야기해야지, ‘신자유주의를 타도하자!’ 이런 말이 통하지 않는 시대다. 나와 가족, 함께 일하는 사람들부터 행복해야 한다. 식구와 주변 사람들이 이렇게 힘들어하는데 갑자기 좋은 세상이 만들어질까? 글쎄…?

- 불황 10년을 방어로 버틴 30~40대에게 찾아오는 ‘역전의 기회’라는 것은?
10년을 그렇게 살면 지혜가 늘어날 것이다. 자기가 가진 욕심과 집착 등을 많이 내려놓은 사람이 되어 있을 거다. 그럼 지금보다 더 똑똑해지고 무엇이 하고 싶은지도 명확해질 것이다.

- 좀더 구체적으로 얘기해 달라.
내가 쓰는 ‘지혜’는 녹색당 용어이다. 녹색당 이전의 정당들은 ‘지식’(knowledge, science)이라는 말을 썼다. ‘지혜’는 생태학적인 용어에 가깝다. 지식이나 과학과는 지평이 다른 뜻이다. 과학 문명사에 대한 반성의 의미도 있고, 생태학과 홀리즘(holism)에 입각한 녹색당 시절의 언어를 던지고 있다.

- 그 지혜에는 정치적인 판단력도 포함되나?
물론이다. 서울에 반지하 거주가 전체 가구의 8.8퍼센트다. 대단히 큰 비중인데, 이들을 보살피는 일은 개인의 기부와 나눔, 이런 것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그런데 아무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나도 이 책을 쓰면서 처음 들여다봤다. 반지하법이라도 만들어서 가장 밑바닥부터 다져야 한다. 정치가 해결해야 하는 부분이다. 새정치민주연합에 법안을 제안하며 정치로 풀어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이 과정에서 불황을 방어로 견디며 지혜로워진 시민들의 지혜로운 판단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결국, 세상은 투표로 바꿔야 한다는 생각에 동의한다. 투표로도 안 바뀐다는 게 보편적인 상식이지만, 사람들이 지혜를 갖춘다면 난 가능하다고 본다.

- 10월 통계청에서 발표한 자료를 보면, 대한민국 임금근로자 1,800만 명 중 37.3%가 100만 원대 월급을 받았고, 100만 원 미만이 12.4%였다. 합하면 근로자 절반이다. 이 안에는 대다수 기독 활동가들도 포함되어 있다. 방어는커녕 생활 자체도 팍팍한 사람들이다.
알고 있다. 지인 중에도 몇몇 있다. 그런 분들에겐 이 책이 조금 비겁한 책이다. 사회를 바꾸면 좋아지는데, 사회가 안 바뀐다고 가정하고 개인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쓴 책이니 말이다. 세상을 좋게 만들 수 있다는 낙관을 잃으면 우린 희망을 가질 수 없다. 그들이 사회를 변화시키겠다는 용기를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 기독교에서 만든 용어 중 ‘소명의식’이란 말 좋아한다. 잘 만든 말 같다. 어려운 시대일수록 그런 것 없이는 살 수가 없다. 특히나 요즘처럼 기독교가 주적(主敵)이 된 세상에서는 더욱 소명의식으로 살아내야 한다. 살면서 목숨 걸고 할 건, 돈 버는 게 아니라 ‘사랑’이다. 내가 성경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가 모든 사람의 영혼을 평등하게 여기기 때문이다. 돈이 많든 적든 소명의식에 따른 자부심이 필요하다.

- 신앙생활은 어떻게 해왔나?
오래전부터 해왔다. 그런데 일요일 아침에 일어나는 건 못하겠다. 일요일은 자야지.(웃음) 소망교회 다니다가 요즘엔 나가지 않는다. 유학시절엔 정명훈과 같은 침례교회에 다녔다. 그와 식사를 한 번 하고 나는 저렇게 살지 말아야지 마음먹었다. 난 소박하게 살기로 했다. 

- 월세 사는 사람들의 눈으로 세상을 보기 위해 개인 작업실은 월세로 얻겠다는 다짐을 하기도 했다.
아이들이 조금 더 크면 집에서 집필활동을 할 수 없으니까 개인 작업실을 얻어야 할 때가 곧 온다. 이 책을 쓰면서 월세 사는 사람들을 대변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사실 나는 집이 있기 때문에 월세로 작업실을 얻어 월세 사는 사람들의 심정을 이해한다는 것 자체가 위선이다. 그럼에도 월세 사는 최소한의 경험 없이는, 최소한의 이해 없이는, 한국에서 절대로 풀리지 않는 월세 문제의 실마리마저 볼 수 없게 된다. 

- 스스로 ‘C급 경제학자’를 표방하고 있다.
C급으로 살려고 한다. 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 말하거나 이론을 만들려고 하지 않고, 굉장한 경제학자가 되려는 생각을 접고, 시민들과 함께한 경제학자였다는 평가를 받으면 참 행복할 것 같다. 기독교에서 말하는 ‘임재’가 굉장히 중요한 의미로 다가왔다. 높은 곳에 있는 게 아니라, 고통을 함께 겪는 것만큼 중요한 게 없더라.

 

   
 

- 세월호 참사 후 《내릴 수 없는 배》라는 책을 펴냈다. 부제가 ‘세월호로 드러난 부끄러운 대한민국을 말하다’이다.  
나의 양심 같은 책이다. 다른 일정 다 접고 한 달 동안 집중해서 썼다. 슬픔, 진실과 직면하는 시간이었기에 몹시 힘들게 썼다. 우리가 슬픔과 마주하는 두려움을 극복하지 못하면 세상이 좋아지지 않는다. 나중에 학자 생활을 돌아볼 때 내가 두려움에 맞선 적이 있었다, 하고 증명할 수 있는 책이다.

- 개인적으로 가장 취약한 방어 영역은 어디인가?
자식들에게 쓰는 돈이다. 대형서점 데려가면 이 책 저 책 막 집는다. 내 책은 거의 못 사고 애들 책만 산다. 말을 하기 시작하니까 사달라고 한다. 크리스마스 선물로 무엇 받았으면 좋겠느냐 물으니, ‘로보카 폴리’ 캐릭터 중 헬리를 사달라고 하더라. 남은 세 캐릭터인 폴리, 로이, 엠버는 이미 사줬다.

- 《88만 원 세대》에서 ‘인질’이라는 표현을 썼었다. 자식들은 학원에 인질로 잡혀 있고, 부모들은 볼모로 잡힌 자식을 위해 적지 않은 돈을 쓴다.
홈스쿨링 할 수 있는 여건이 안 되기 때문에 어린이집에 보내는데 마음이 아플 때가 많다. 또 과외를 안 시키고 학원에 안 보낸다고 돈이 안 드는 건 아니다. 아이들이 사고 싶은 것은 아마 끝나지 않을 것이다. 절약을 한다고 해도 아이들이 엄청 많이 먹는다. 돈을 써야 할 때 우선순위를 정해야 한다. 나는 아무리 계산해도 답이 안 나와서, 7~8년 동안은 거의 옷을 사지 않았다. 추리닝만 입고 다녔다. 그러다 보니 추리닝이 제일 편해졌다.(웃음)

- 우석훈이 모닝을 타고 추리닝만 입고 다니는 건 뭔가 근사해 보이는데, 일반인들이 그렇게 다니는 건 없어 보일 것 같다.
나도 모닝 타고 다니면서 멘탈이 많이 강해졌다. 항상 약한 선택을 하고, 지는 선택을 했다. 누가 갑자기 끼어들어도 자리 내어주며 ‘먼저 가세요’ 한다. 이렇게 쌓인 감정은 주로 술 먹으며 푼다.(웃음) 마음이 약해져야 지갑이 강해진다. 앞서 말했듯, 모든 사람은 평등하다. 영혼의 무게가 같다.

- 다시 사교육 이야기로 돌아가서, 학부모들에게 조언한다면?
부모가 두려움을 내려놓고, 자식에 대한 욕망을 비우라고 하고 싶다. 그렇다고 방치하라는 말이 아니다. 엄마들은 시간이 빽빽하게 짜여 있어서 더이상 낼 시간이 없지만, 아빠들은 시간을 낼 수 있다. 남자들은 가사 노동 참여율이 16%이다. OECD 평균이 32%, 보수적이라는 일본도 18.5%인 것을 감안하면 한국의 아빠들은 시간을 더 내야 한다. 1년 치 학원비로 차라리 해외여행을 같이 다녀오는 게 낫고, 하다못해 일주일에 책 한 권 같이 읽어주면 된다. 아빠와 놀고 이야기하는 것만으로도 극복할 수 있다.

- 대학생들도 많이 가르쳐왔다. 주로 어떨 때 혼내나?
기본적으로 혼은 잘 안 낸다. 청년들이 약자한테 강하고, 강자한테 약한 모습을 점점 자주 보이는 것 같다. 강한 놈 앞에서 당당하게, 약한 사람 앞에서 부드러워야 하는데 청년들이 그런 훈련을 받을 곳이 없으니 안타깝다. 비굴할 땐 비굴하더라도 성령이 임하는 순간엔 용기를 내야 하는데 그런 여지가 없어서 안타깝다. 정의로워질 수 있는 한순간은 열어놓아야 하는데, 성령이 임하면 “바빠서요” 한다. 아픈 현실이다.

- 부동산이든, 주식이든, 창업이든 ‘한방’을 노리는 사람들도 여전하다.
확률적으로 보면 불황의 시기엔 저축이 가장 빠른 길이다. 특히 90년대 학번들, 주식 승률 높다고 하던 사람들 2008년에 다 망했다. 치고 빠지기? 제대로 빠진 사람은 0.1%밖에 없었다. 창업? 6개월 안에 안 망하면 1년 안에 망한다. 버텨도 3년 안엔 거의 망한다. 통계가 말해준다. 물론 성공 확률이 아주 없는 건 아니다. 그러나 나만 운이 좋을 수는 없다. 확률은 과학이라고 생각하면서, 자기한테만 운이 좋을 거라고 믿는 것은 신화다. 쓸데없는 생각 말고 편하게 마음먹고 열심히 저축하라. 그러다 보면 지금보다 나은 시절이 온다.

- 새해를 계획할 때 우리가 비워야 할 것으로 하나만 꼽는다면?
광고쟁이들이 우리 뇌에 주입한 생각들을 비워야 한다. 무엇이 원래 내 생각이었고, 무엇이 주입된 생각인지 고민했으면 좋겠다. 나의 선호, 기호, 생각들이 마케팅에 의해 주입된 기준일 수 있다. 대표적으로 샤넬 백을 사면서 투자라고 생각하게 하거나, 자동차로 자존심을 세우게 하는 판단은 모두 마케팅이 주입한 거다. 일본인들은 불황을 겪으면서 마케팅으로부터 주입된 생각을 많이 덜어냈다. 우리도 주입된 생각을 덜어내고 욕심을 내려놓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렇게 불황의 시기를 견디고 나면 우리는 한층 더 지혜로운 사람이 되어 있을 것이다.

진행 _ 이범진 기자 poemgene@gosco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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