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5호 커버스토리]

“사람을 죽이는 것이 어떻게 애국이에요?” 
“이거, 완전히 빨갱이 사상에 물들었구먼!” 

요즘 청년들 표현으로 진정한 ‘기승전병(병맛)’ 구조를 가진 독립영화 <이상한 나라의 김민수>에 나오는 한 장면이다. 인도네시아에서 13년을 살다가 고향에 돌아온 고등학생 ‘민수’가 바라보는 21세기 대한민국의 현실을 그리고 있는 청(소)년 영화다. 상상 속 나라도 아니고, 저 멀리 타국도 아닌, 실은 가장 익숙하고 이해 가능해야 하는 ‘모국’이 민수에게는 가장 ‘낯선’ 공간이 되어 있었다. 

이 ‘이상한 나라’ 사람들은 인간을 항상 ‘적대적인 둘’로 나눈다. 일베 아니면 종북, 애국자 아니면 빨갱이, 한국인 아니면 이주노동자, 개념녀 아니면 김치녀…. 도대체 이 이름들이 어떻게 양 극단으로 배치되어야 하는지도 의문이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서로 제일 반대편 끝에 놓여 결코 함께 만날 수 없는 이 이름들 사이에 ‘중간’이나 ‘사이’ 지점이 없다는 것에, 민수는 놀란다. 기호나 취향에 따른 다양하고 자유로운 답을 원치 않는 사회, 둘 중 하나로 자신의 정체성을 증명하라고 강요하는 사회, 이것이 오늘날의 한국사회라는 한 ‘고등학생’의 고발이었는데, 그 관찰이 잘못되었다고 반박할 수가 없는 현실이라 어른인 나는 슬펐다.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적대적인 둘’이라는 분류방식을 가장 열정적으로 생산하고 실천하는 집단은 어디일까? 일간베스트저장소(일명 ‘일베’)와 한국교회를 ‘와’로 연결하여 생각해본 적은 없었는데, 이 질문을 묻고 보니 어라? 슬프게도 이 두 집단이 얼른 머릿속에서 떠오른다. 분명 기원이 다르고 추구하는 바가 다르며 구성원들이 다른데도, 세상을 보는 시각을 비롯하여 그들이 신념에 사로잡혀 적대감을 가지고 싸우는 ‘대상’까지 닮아있다는 생각에 미치니, 그 ‘닮음’ 때문에 당혹스럽다. 

물론 ‘일베’나 ‘한국교회’라는 집합적 이름을 하나로 싸잡아 평가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하여 ‘일베는 다 그렇다’거나 ‘한국교회가 모두 그렇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오늘날 한국에서 두 집단의 이름으로 드러나는 사건들이 ‘흡사’한 지형을 그리고 있음은 부인할 수 없다. 안타깝지만 외면하면 안 되는 ‘친화성’(affinity)이다.

구독안내

이 기사는 유료회원만 볼 수 있습니다.

후원구독, 온라인구독 회원은 로그인을 해주시고 인증 절차를 거치면 유료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후원구독(월 1만 원 이상), 온라인구독(1년 5만 원) 회원이 아니시면 이번 기회에 〈복음과상황〉을 후원, 구독 해보세요.

저작권자 © 복음과상황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