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5호 커버스토리]

누가, 왜 일베가 되는가?
나는 ‘일베’를 잘 모른다. 잘 모른다는 것은 그 단어의 정의나 사회적 현상과 그 파장 등을 잘 모른다는 게 아니라, 실제 일베에서 활동하는 이들이 누구며, 그들이 어떻게 자라왔고,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잘 모른다는 말이다. 이 이야기를 먼저 하는 이유는 어쩌면 이게 바로 일베 현상이 생기는 가장 중요한 요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다. 혹시 우리는 일베가 누구이고, 왜 일베가 되었는지는 전혀 모르면서, 그저 일베 현상만 탓하고 있지 않은가 말이다. 

그러나 일베 현상은 비교적 최근의 일인데다가, 대개 일베에 대한 비판과 염려만 있을 뿐 진지한 연구와 정밀한 분석이 담긴 객관적 자료가 많지 않다. 나 역시 눈에 띄는 몇몇 기사 및 인터넷 자료들을 주로 참고하여 이 글을 쓰고 있음을 밝힌다. 과연 일베는 무엇이며, 누구인가?

원래 일베는 ‘일간베스트저장소’의 줄임말이라는 사실에서 알 수 있듯 그저 재미있고, 인기 있는 글을 모아놓는 단순한 게시판이었다. 거기에는 유머나 방송, 연예계 이야기, 정치풍자 등 가벼운 흥미에 따른 구분들이 많았는데, 자연발생적인 몇 번의 진화를 거치다가 2008년 촛불정국 즈음 정치사회갤러리(정사갤)가 본격적으로 진보에 대한 비판을 드러내기 시작했고, 2012년 대선을 전후해서는 분명히 그 존재감이 나타났으며, 작년 세월호 참사 이후에는 비난받을수록 더욱 파장을 키우며 지금에 이르고 있다.

일반적으로 정치사회 의제에 관한 한 일베는 여성·진보·호남·야당(옛 민주당), 그리고 최근에는 세월호 가족에 대한 혐오를 드러내고 있기에, 그들을 그저 인터넷 공간의 익명성에 기생하는 젊은 보수꼴통세력 정도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그렇게만 판단하면 이들이 왜 모든 진보·개혁 의제에 극단적인 증오심을 보이는 보수꼴통세력이 되었는지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

잘 알다시피 일베의 확산 조건은 익명성이기에 일반적 분석이 쉽지 않지만, 그들은 대개 10대 후반에서 30대 이하가 대부분으로 추정된다. 아무리 세상이 변했다고 한들 일반적으로 젊은 세대는 기성세대에 비해 모든 면에서 약자이기에 사회변화에 대해 일단 긍정적이다. 더구나 그들을 1990~2000년생 정도의 나이로 더 좁혀 본다면, 우리나라에서 급진적 개혁진보 의제를 사회화해낸 소위 386세대(거의 1960~70년 생)의 자녀세대 아닌가? 한국현대사에서 가장 개혁진보적인 세대의 자녀들이 그들과 가장 반대되는 일베 세대라는 게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답하지 못한다면, 단지 일베들에 대한 비난도 그저 화풀이일 뿐 문제해결에는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 그러면 일베는 왜 일베가 되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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