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의 아픔에 눈뜨기 시작한 20대의 고백

   
▲ 피켓시위 중인 이소은 씨.(사진: 이소은 제공)

‘가만히 있으라’고 하면, 아마 가장 가만히 잘 있는 사람이 나였을 것이다. 착한 사람은 아니지만, 하라는 대로 하는 사람. 대학을 다니지만 그냥 공부를 잘했을 뿐이지 똑똑하거나 또렷한 생각을 가지고 있진 않은 사람. 내 생각은 없고 배운 것을 되풀이하기에 능통한 사람이 나였다. 가만히 있으라 했을 때 가장 가만히 잘 있는 사람이 성공하는 세상에서, 움직이는 것은 굉장히 어렵고, 또 바보 같은 행동으로 보였다. 그래서인지 부끄럽게도 내가 세월호 사건에 제대로 관심을 갖고, 아파하게 된 것은 몇 개월이 채 되지 않았다. 

지난 겨울 즈음부터 내 신앙에 강한 스파이크를 날리는 책들을 몇 권 읽으면서, 내 신앙이 다시 정립되기 시작했다. 순종해야 해, 기도 많이 해야 해, 믿음으로 행해야 해, 술 마시면 안 돼, 자살하면 지옥 가 등 단편적이고 수동적이었던 내 신앙이 산산이 조각났고, ‘과연 하나님 나라는 무엇인가?’를 다시 생각해보게 됐다. 자연스럽게 사회의 아픔에 관심이 생겼다. 신앙이 삶과 분리된 영적 관계에만 머무르는 것이 아님을 깨닫게 되면서, 내 신앙은 뿌리째 뽑혀 갈아엎어지고, 새로운 시각으로 신앙과 삶을 바라보게 됐다. 이 시기에 ‘전태일’을 접하면서 고민이 극에 달했다. 몇 번이나 책을 덮으면서 읽었는지 모른다. 그 시대의 아픔을 마주할 자신이 없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세월호 사건에 내 눈을 두게 되었다. 내가 사는 시대의 아픔인데, 똑바로 마주할 자신이 없어서, 계속 외면하고 있었던 문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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