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1호 메멘토 0416]

   
▲ '타인의 고통이 나를 괴롭히더라도 도망가지 마라' (전이루 제공)

부끄럽지 않기 위하여
세월호 사건이 일어난 후, 장신대 안팎에서 뭔가를 해 보려고 노력했어요. 부끄럽지 않기 위해서요. 개인적으로 여러 모임과 기도회에도 참석하고, 장신대 친구들과 함께 학교 안에서와 신촌에서 ‘플래시몹’도 했죠. 그렇게 시간이 날 때마다 이리저리 돌아다녔습니다.

유가족을 개인적으로 만나기는 쉽지 않았어요. 왜냐면 그분들은 정신없이 고군분투하고 있던 때였으니까요. 그러다가 작년 연말쯤에 연락이 왔어요. 안산 합동분향소 개신교 컨테이너에서 기도회를 하자고요. 그래서 안산으로 가서 예은엄마와 다영아빠를 만나게 되었어요.

안산 합동분향소에는 유가족협의회 사무실, 여러 단체와 종교별 컨테이너 부스가 설치되어 있었어요. 그런데 개신교 부스는 계속 비어 있어서 그걸 없애려고 했는데, 예은엄마가 요청해서 겨우 유지를 해놓은 상태였어요. 참 의아했지요. 그 당시 세월호 희생자 중 태반이 개신교인이고, 안산에 교회도 많은데, 그곳에서 정기적인 모임 하나 열어줄 교회가 없는가 하는 생각이 저를 많이 힘들게 했어요.

이런 연유로 몇몇 뜻있는 분들과 함께 작년 연말부터 목요일마다 기도회를 시작하게 됐어요. 거기서 여러 가족들을 만날 수 있었지요. 예은엄마와 다영아빠를 비롯해서 창현아빠와 엄마, 영만엄마, 순영엄마, 예진엄마, 시찬아빠와 엄마, 아라엄마, 지현엄마 등 많은 분들을 만났어요. 참 좋은 분들이었고, 매주 목요일마다 안산에 가서 그분들을 만나는 것이 오히려 저에게 큰 힘이 되었지요.

그분들은 모두 개신교인인데, 거의 교회에 나가지 못하고 있었어요. 쫓겨나다시피 한 분들도 있었지요. 이웃과 함께해야 하는 교회가, 게다가 안산에 있는 교회들이 희생자들의 상처를 치유하지는 못할망정, 가족들에게 ‘그만하라’고, ‘이쯤 하면 된 것 아니냐’고, ‘하나님의 뜻이 있을 것’이라고, ‘부활하면 다시 만난다’고… 그렇게 함부로 지껄이는 교회의 사람들 때문에 유가족이 더 이상 교회에 있을 수 없게 된 것이지요. 아직도 화가 나요. 결국 교회가 가족들에게 ‘가만히 있으라’고 한 겁니다. 암튼 그런 가족들이 모여서, 매주 다른 교회들을 초청하는 방식으로 목요기도회가 시작되어 지금까지 계속 이어져 오고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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