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2호 커버스토리]

   
▲ 가운데 모자 쓴 이가 필자의 아내. (사진: '산별아 마을학교' 블로그)

아내의 절망
2002년 영국의 브루더호프 공동체에서 돌아온 후 아내는 10년 간 강남의 모 대형교회에서 미취학 자녀를 둔 부모들에게 부모교육을 하며 공동체적인 삶을 만들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자녀가 초등학교에 들어가는 순간 세상 흐름에 휩쓸리는 엄마들을 보며 첫 번째 절망을 경험했다. 그래서 2012년 막 시작되던 서울시의 마을공동체운동에 합류하여 부모커뮤니티 ‘산별아’ 모임을 운영했다. 그러나 4년이 지난 지금 아내는 두 번째 절망과 마주쳤다. 삶은 그대로 둔 채 공동체 프로그램에서 얻는 ‘단기적 유익’만을 기대하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삶이 소비되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근에 참여한 ‘서울시 마을학교 사업’은 다른 방식으로 접근했다. ‘산별아마을학교’라는 이름 아래 총 4개의 프로그램을 6개월 간 운영했는데, 그중 산별아글쓰기학교에 깊은 애정을 가졌다. 이 학교가 추구하는 바는 다음과 같다.

“참된 삶이란 자립, 고유함, 공동체성이란 가치를 진지하고 철저하게 실천하는 것이며 그럴 때 사람은 인간다운 일상생활을 할 수 있다.”

이런 삶은 개인이 자발적으로 선택하는 것이지 가르칠 수 없다. 그래서 글쓰기학교는 참가자가 어린이 놀이를 관찰하고 자신의 삶을 성찰하여 그 내용을 글로 써서 나누며 서로를 확인한다. 그런데 이런 진지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과연 우리 부부가 기대하던 사람을 만났을까? 솔직히 잘 모르겠다. 아내는 말했다. “여보! 도대체 길이 보이지 않아요.”

글쓰기학교를 마무리하기 얼마 전의 일이다. 아내는 대학시절 모 기독학생단체에서 활동했는데, 그 단체에서 주최한 컨퍼런스에서 대안적인 자녀양육 방법에 대한 사례 발표를 했다. 그런데 그 단체의 지역 대표간사 한 분의 발표를 듣고 크게 당황했다. 그분은 교회와 선교단체에서 쌓은 인맥을 활용해서 자녀를 저렴하게 유학 보냈는데, 협동조합 형태로 그 방법을 더욱 발전시키자고 제안했다. 그리고 얼마 뒤, 아내는 진보 진영을 대표하는 모 신문사로부터 인터뷰 요청을 받았다. 인터뷰가 끝날 무렵 기자에게 아내는 ‘놀이와 놀이터의 중요성’을 알리는 특집기사를 써달라고 부탁했다. 하지만 기자는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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