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 속의 비밀》 프레드릭 비크너 지음 / 홍종락 옮김 / 포이에마 펴냄 / 20,000원

때로는 한 줄의 문장으로도 뇌리에 깊이 새겨지는 작가가 있다.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할지 모르는데, 살아 있다는 것은 고통이었다.”

미우라 아야코의 이 문장은 나의 20대를 사로잡았더랬다. 

“하나님이 당신을 부르시는 장소는 당신의 깊은 기쁨과 세상의 절실한 필요가 만나는 곳이다.”

이 한 문장으로 새겨진 이가 바로 프레드릭 비크너(Frederick Buechner)다. (작가의 말에 따르면, ‘뷰크너’가 아니라 ‘비크너’가 맞는 발음이란다.) 작가이면서 장로교 목사인 비크너는 소설, 회고록, 에세이, 설교집 등을 넘나드는 여러 장르의 책을 썼다. 

그의 대표작 중 하나로 꼽히는 《어둠 속의 비밀》(Secrets in the Dark)은 출판사가 번역 출간하는 ‘비크너 선집’ 시리즈 첫 책이다. 설교집으로 소개되어 있으나, 읽다 보면 자주 문학서 느낌이 든다.
 
설교란 모름지기 나 자신의 어떠함이 아니라 하나님의 어떠하심에 더 깊이 다가가게 해야 하는 것이리라. 나의 자아를 내려놓고, 오직 그분께 집중하도록 이끌어주어야 하는 것이리라. 자기 자신에게 몰두하게 하는 건 결국 자기계발 강연이 아니겠는가. 그런 점에서 《어둠 속의 비밀》에서 진짜 설교를 듣는다.
 
책을 읽으면서 자주 멈춘다. 밑줄 긋는 오랜 버릇도 잊은 채 숨을 고르며 짧은 기도에 잠긴다. 울림 깊은 대목을 거듭 되풀이 읽는다. 오랜만에 내 안의 ‘얼어붙은 바다’가 쪼개져 갈라지는 소리를 듣는다. 글(말)은 평이한 듯하면서 웅숭깊게 다가오고, 글(말)투는 잔잔하되 울림은 강렬하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하나님의 존재에 대한 객관적 증거가 아니라, 하나님의 임재에 대한 경험입니다. 그 경험을 종교적 언어로 표현하고 말고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이것이 우리가 정말로 추구하는 기적입니다.”(52~5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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