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5호 커버스토리]
예배당 십자가 밑에 앉아 가만히 머리를 숙이고, 함께 살아가는 이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떠올리며 기도를 아룁니다. 얼굴 하나에 고통 한 아름, 이름 하나에 눈물이 고이는 까닭은 지금이 사순절 때문만은 아닐 것입니다. 죽음의 문턱 앞에서 흐려진 눈동자, 거절과 배신, 상실의 잔을 마셔야 하는 그 씁쓸한 입맛 다심, 세속의 거센 물결에 휩쓸리지 않으려고 자기를 자꾸 격려하며 수줍은 미소로 괜찮은 듯 돌아서는 그 뒷모습은 마치 그림자를 보는 것 같습니다. 각기 모습은 천차만별이지만 사람인 이상 따라붙는 그림자가 다 비슷비슷한 것처럼, 우리는 여러모로 닮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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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선영 영성고전학당 ‘산책길’ 연구원, 모새골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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