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7호 무브먼트 투게더1] 청어람아카데미 제7회 청년사역 콘퍼런스

   
▲ ⓒ복음과상황 이범진

청어람 청년사역 콘퍼런스가 지난 4월 25일 창천교회에서 있었다. 7회차인 이번 콘퍼런스 주제는 “공동체에서 연대로”였다. 김성윤 문화사회연구소 소장이 주제 강의를 하고, 이후엔 청년들의 경제, 주거와 공간, 교육과 소통 문제에 대한 세션 발제가 이어졌다. 설성호 청년지갑트레이닝센터(청지트) 이사, 임경지 민달팽이유니온 위원장, 조금득 무중력지대 대방동 센터장, 문아영 평화교육프로젝트 모모 대표, 이한일 높은뜻광성교회 청년마을 전도사, 홍정환 일상학교 PD가 차례로 이야기했다.

현실 붕괴, 그러나 아직 먼 새로운 시작
김성윤 소장의 강의 주제는 “청년들의 어떤 공동체”였다. 그는 일명 ‘과잠’ 문화에 투영된 학벌 표식의 속성, 차별감과 또는 소속감을 설명하면서 한국사회, 그리고 대학문화를 짚었다.

“만약 정말로 대학생들 말처럼 과잠이 그들에게 소속감을 선사하는 것이라면, 그 실체는 자기 자신이 지식노동자로의 길을 걷는 가운데 마주하게 되는 일종의 거울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과잠의 학벌 표식은 단순히 어딘가에 안착했다는 정적인 안도감만 주는 데 그치지 않고 앞으로도 자기 자신이 성장할 것이라는 동적인 성취감을 제공하는 것처럼 보인다. 한국사회에서 학벌이란 게 그렇지 않은가. 이것만 있으면 행복해질 수 있을 것 같지 않은가.”

그는 또한 선택지를 차단당하고 있는 ‘N포’ 청년 세대가 처한 한국사회 속에서 피해자이기만 하지 않은 청년들의 모습에 대해 “양자택일의 선택지” 앞에 놓였다고 설명하며 “N포 세대의 고루한 현실에 N포 세대라 불리는 당사자 청년들의 공로 역시 혁혁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떤 청년은 정규직 되기와 고임금 수령자가 되기를 희망하기도 하지만, 또 다른 어떤 청년은 불가능에 대한 체념을 원한으로 바꿔내어 헬조선이니 흙수저니 하는 유행어를 사용하면서 분노할 준비를 벼리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청년들이 알고 있는 자신들의 현실을 돌파하지 않는 이상 “N포 세대로 남게 된다”라고 했다.

김 소장은 청년의 문제의 본질은 사실 우리 시대의 문제와 닿아 있다고 보았다. 그는 청년 담론 과잉의 시대에 “이게 어디 20대들만의 문제일까” 물으며 “비정규직화, 불안정한 삶, 정신적 취약함, 절망에서 비롯된 원한과 냉소. 이런 문제들은 모든 세대의 문제이며, 차라리 우리 시대의 문제, 그러니까 우리들이 처한 역사적 국면의 문제에 해당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김 소장은 “기성세대가 알던 세계와 질적으로 다른” 청년들이 사는 지금의 세계의 이중성도 지적했다. “세계를 만들어가면서 성장했던 어른들과 달리, 이들은 첫 출발에서부터 세계가 이미 붕괴되어 있었다.… 거의 모든 이야기들이 무너져버린 세계 위에서 시작한다. 그러나 정작 이 세계가 제법 안주할 만하다는 건 아이러니하다. 다들 말하지 않던가. 경제적으로 이만 하면 살기 좋은 축이고, 정치적으로도 이만 하면 악독한 것만은 아니라고.” 그는 현실 돌파 방안에 대해서는 “현재진행형이어서 아직은 틈입할 여지가 있어 보인다”고 했고, 동시에 “지금 상황이 표적의 상실을 가리키는 것이어서 실상은 표적을 가리지 않는 분노와 혐오가 넘치는 것일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청년들의 경제, 주거와 공간, 교육과 소통 문제
첫 세션 발표를 맡은 설성호 청지트 이사는 “가계 부채가 1,200조 원을 넘어 서고, 대학 졸업생들이 1인 평균 1,321만 원의 부채를 안고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시대에 (교회가) 청년들을 돕지 않을 이유가 있느냐”며, 신용위기에 빠진 청년들의 빚 문제 해결에 교회가 나서달라고 호소했다. 이미 기독교시민단체인 희년함께와 이미 청년들의 부채탕감운동을 함께 해오고 있는 그는 “‘어려운 지체를 도와주는’ 교회의 구제나 장학금을 이제는 조금 다른 방향으로 접근할 때가 되었다”라고 말했다.

임경지 민달팽이유니온 위원장은 청년의 주거권 문제에 대해 전반적으로 짚었다. 임 위원장은 특히 “새롭게 사회의 경제활동 인구로 유입되어야 할 청년들은 높은 주택 가격과 불안정한 노동 시장에 놓인 채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며 사회 진입이 이중으로 막히는 청년들의 어려움을 말했다.

임 위원장은 “한국교회는 이미 다양한 형태의 공동생활공간을 통해 주거와 교회의 사역을 결합시켜온 사례를 많이 갖고 있다”며 청년들의 주거권을 교회 사역과 결합시켜온 한국교회 사례도 언급했다. 하지만 “수혜 조건이나 공동생활로 청년들을 유인하여 양육 훈련하고자 하는 목적이 있다”고 아쉬움을 표하면서 “청년들의 주거, 집 문제를 교회 필요 관점에서만 생각하지 말고 청년들의 인권, 주거권으로까지 넓게 생각해보면 어떻겠냐”고 물었다.

조금득 무중력지대 대방동 센터장은, 주거에 이어 공간의 관점에서도 한국교회에 변화를 제안했다. 조 센터장은 “교회에는 필연적으로 남는 공간이 있다. 남는 공간을 활용하기 위해 주 중에 자체적으로 프로그램을 만들기도 하고, 다양한 사업을 시도하기도 한다”면서도 “청년들에게 개방되고 운영되는 사례가 상대적으로 적다”며 역시 아쉬움을 표했다. 그는 “무중력지대 대방동은 한국교회 예배당 규모에 비하면 지극히 작은 공간”이라면서 “지역사회-청년-교회가 공존하는 ‘공간’을 상상하자”고 요청했다.

다음으로는 문아영 평화교육프로젝트 모모 대표가 청년에 대한 교회의 교육 방향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문 대표는 “그동안 한국교회, 특히 청년부에서는 큰 꿈, 큰 비전을 품고 사회적으로 성공한 인재를 길러 내는 일에 집중해왔다”며 “고지론이라는 이름으로 사회과 같은 방식의 수월성 교육을 수행하고, 욕망의 크기를 부추겨온 교회가 과연 무한경쟁, 적자생존 사회를 비판하며 대안적 가치를 논할 수 있겠느냐”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면서 모모의 평화교육프로젝트를 자세하게 설명하고, “평화의 왕이신 예수를 믿는 교회는 어떤 가치를 어떻게 가르쳐 이 사회와 청년세대의 평화에 기여할 수 있을지” 상상해보자고 촉구했다.

이한일 높은뜻광성교회 청년마을 전도사는 교회 내에서 고민하면서 새롭게 진행하고 있는 청년 양육, 공동체 모습의 고민을 공유했다. 이 전도사는 “청년사역에서 프로그램보다 중요한 것은 청년들과 함께 고민하고 시행착오를 거치는 과정에서 얻어진 교훈이라 생각한다”며 청년들과 상호 소통을 강조했다.

일상학교 운동을 하고 있는 정한신 일상학교 PD 역시 양육 과정에서 자발성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정 PD는 “어쩌면 목사의 마음으로 양들에게 영적 진리를 가르치고 키우는 양육 과정보다 중요한 것은, 삶의 모든 영역에서 마주하는 문제들에 대해 스스로 묻고 고민하는 청년 학습공동체를 이루는 것이 아닐까”라고 말했다. 

※ 더 자세한 내용은 청어람 아카데미 홈페이지(http://www.ichungeoram.com)나 자료집을 참고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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