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7호 무브먼트 투게더2] 2016 기윤실 포럼, 주거·교육·세대·노동의 양극화

   
▲ ⓒ복음과상황 이범진

2016 기윤실 포럼이 “양극화와 한국사회 갈등현상: 주거 교육 세대 노동” 주제로 지난 4월 25일 기독연구원 느헤미야에서 열렸다.

“모두를 위한 교육으로”
이날 안상진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대안연구소 부소장은 “교육의 양극화를 극복하고 모두를 위한 교육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에 대해 발제했다. 그는 양극화 현상이 일어나는 원인을 두 가지, 고교입시와 대학입시의 관점에서 살펴보고 각각 개선 방안을 논했다.

안 부소장은 “2008년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이후 시행한 ‘고교다양화 300’ 프로젝트로, 정책적 목표였던 수평적 다양성이 아니라 수직적 다양성으로 고교가 서열화되었다”며 만성으로 과열된 고입 경쟁을 교육양극화의 원인으로 우선 언급했다. 그리고 “고입 경쟁의 또 한 가지 문제는 소위 좋은 고등학교의 입학금과 입시를 대비하기 위해서도 부모의 경제력이 필요하다는 점이다”라면서 사교육에 의존하게 깊이 의존하게 되는 교육정책의 문제를 지적했다.

부모 경제 지위에 기반한 사교육의 영향은 이미 고입에서부터 뚜렷하게 나타난다. 안 부소장이 내놓은 자료인 ‘2012년 A 자사고 강남4구 지원자수 대비 합격자수 비율’을 보면, 강남4구의 A 자사고 지원학생은 서울시에서 지원한 학생의 66.5%이지만, 그 합격률을 81.5%로 크게 상승했다.

안 부소장은 교육양극화의 두 번째 원인으로 대학입학전형 중 수능 정책의 문제를 세 가지로 말했다. 그는 “첫 째는 수능이 사교육 시스템에서 가장 대비하기 좋기 때문이다”라며 역시 사교육 과열을 일으키는 문제를 지적했다.

또한 “수능 점수로 대학 간 서열화가 공고해진다”면서 대학 서열화 자체보다는 서열화의 기준을 문제로 삼았다. 그는 “신입생의 수능 성적으로 대학 순위가 정해지는 것은 매우 불합리하다”며 “이렇게 서열이 정해지면 대학 구성원의 노력으로 그 서열이 바뀔 수 없다. 지방대에 들어가는 순간 이미 하류대생이 되어 버리고, 그 학생의 적극적인 노력이 있어도 대부분의 경우 지방 하류대라는 굴레 속에서 힘을 잃어버린다”라고 말했다.

안 부소장은 세 번째로 “대학 서열화의 굴레가 채용의 차별까지 이어진다”고 강조했다. 그는 2013년, 변별력이 높은 대학입시가 채용과정의 차별을 가져온다는 사실을 밝힌 김영철 상명대 금융경제학부 교수의 〈노동시장 신호와 선별에 기반한 입시체제의 문석과 평가〉 연구 결과를 들며 “우리나라 노동시장을 이중 선별구조(two-staged screening process)로 이해하고 일차적 선별(대학입시)의 변별력이 강할수록 이차적 선별(채용), 즉 학벌에 따른 노동시장의 ‘통계적 차별’ 행위 역시 증대함을 보인다”라고 말했다.

안 부소장은 마지막으로 “이번 발제의 주제는 다시 개천에서 용 나도록 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소수 특출난 사람이 아니라 다수가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가는 세상의 당위성을 설명했다. 그는 “우리는 용을 기대하면 안 된다”면서 “우리 교육제도에서는 학생들을 모두 줄 세우고 앞에서부터 잘라서 등급을 매기며 성공을 부여하는 데 익숙하다. 그 가운데 소수의 용이 있었지만, 다수의 이무기는 조용히 사라져 갔다. 이 같은 정책을 계속 고집하면 우리는 심각한 미래에 직면한다”고 했다. 이어서 “지역별로 초고령화 사회까지 접어든 저출산 국가인 한국에서 소수의 천재가 아닌 모든 학생을 사회의 일꾼이 되어 사회를 지탱하도록 해야 한다”며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말했다.

“일상에 대해 문제제기 해야”
이날 세대 양극화의 발제 제목은 “자식들이 살아가야 할 세상은 천지개벽했다”였다. 강의는 《우리는 차별에 찬성합니다》 《진격의 대학교》를 쓴 오찬호 박사가 맡았다.

그는 “지금세대가 과거와 얼마나 다른 환경에 처한 지를 수치적으로 확인하는 건 구글 검색 몇 분이면 가능하다”면서, 25년 만에 열 배가 뛴 분당 아파트 값의 예를 들며 “공인중계소 앞에서 한번이라도 머뭇거려 보았다면 ‘달라짐’을 느껴야 당연하다”라고 했다.

오 박사는 직접 만나서 인터뷰한 청년들의 사례를 중심으로 발제를 이어갔다. 그는 “지난 2004년 ‘스펙’이란 단어가 국립어학원 신조어가 될 때 등장한 취업세트는 고작(?) 3종(학벌, 학점, 영어점수)이었다”며 “지난 십년간 취업세트가 3배고 진화했다”고 했다. 이어 “그만큼 ‘어떤 부모’ 밑에서 태어났는지가 더 중요해졌다”며 “고난을 극복한다는 건 인간으로서 감당해야 할 삶의 무게지만, 그 임계치를 넘자 ‘헬조선’이란 말이 등장하게 된 것이다. 문제는 노력해도 나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미 긍정적인 답변이 과반수에 훨씬 미치지 못하는 통계청의 2015년 사회조사 ‘노력하면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아질 것인가’ 결과를 들어 우리 사회의 절망의 정도를 가늠했다.

오 박사는 우리사회가 점점 더 양극, 절망으로 치닫는 것에 대해서 “제도적 도움을 넓은 의미에서 정책이라 본다면 이는 어떻게 형성되는가” 물었다. 그러면서 “청치인들이 어떻게 하느냐의 문제, 그 정치인이 ‘대변하는’ 민심은 결국 개인이 평소 어떤 여론을 생산하기 위해 노력했는가와 무관치 않다”고 말했다. 또한 “개인들은 자기 삶을 늘 비판적으로 성찰하면서 일상에 대한 문제제기를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며 “‘비판적 사고’를 ‘내 먹고사는 문제부터 해결한 다음’으로 고려하면 ‘현실성’이라는 덩어리가 집요하게 일상을 지배한다. 그렇게 두면 결국 ‘영원히’ 먹고사는 문제에만 개인을 집중시키게 되고, 좀처럼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한편, 고석동 전국세입자협회 사무국장이 “저성장시대 서민의 주거비 부담”이라는 주제로 주거양극화 문제를, 우상범 한양대학교 겸임교수가 “노동 양극화 현황, 문제점 그리고 실천방안”이라는 주제로 노동 양극화 문제를 다뤘다. 

※ 더 자세한 내용은 기윤실 홈페이지(http://www.cemk.org)에 공개된 자료집을 참고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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