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교 흑역사 / 강성호 지음 / 짓다 펴냄 / 15,000원

저자는 기독교가 왜 ‘개독교’라는 비판을 듣게 되었는지, 192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의 역사적 사건을 중심으로 살핀다. 이 책은 “과거의 치부를 드러내는 작업은 한국기독교의 현실에 대한 풍자이자 고발”인 동시에 오늘의 ‘문제적 기독교’ 문화가 배태되는 과정을 담아냈다.

“과거는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층위를 두텁게 만들면서 현재에 남아있기 때문이다. 역사학은 과거가 현재의 우리에게 제기하는 의미를 해석하는 작업이다.”(17쪽)

그래서인지 책은 ‘과거’를 말하고 있으나 읽는 내내 ‘현재’를 직면하게 한다. 식민지, 전쟁, 냉전, 군사독재, 산업화를 지나오며 한국기독교가 남긴 발자취는 위태위태함을 넘어 길을 잃은 것으로 보인다. 한국기독교는 일본의 침략전쟁을 능동적으로 지원하고, 민간인 학살에 가담하고, 노동자들을 탄압하면서 오늘에 이르렀다. 그러나 한국교회사는 호교론(護敎論)의 관점에서 이러한 역사를 회피해왔다.

“이러한 호교론은 현재를 위한 신화적인 정당화로 한국교회사를 재구성하였다. 여기에는 최소 생략, 부정, 책임 전가, 합리화라는 네 가지의 프레임이 존재한다. … 이러한 프레임으로는 한국기독교의 과거 청산 문제를 전혀 물을 수가 없다. 따라서 이 책은 호교론의 프레임에 맞서기 위한 대항기억을 제시하려고 한다.”(23쪽)

크게 3부(식민지 경험, 왜곡된 정치참여, 사회적 추문)로 구성돼 열두 가지의 ‘대항기억’을 제시하는 이 책은, 그동안 숱한 과오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회개 없이 구렁이 담 넘듯 지나온 교회의 ‘흑역사’를 다시 직면하게 한다. 실증 자료에 덧붙여지는 저자의 해석은 뼈아프다.

“지난 현대사에서 한국기독교는 적대적 타자를 증오하는 것을 신앙의 중요한 가치로 여겼다. 거기다 현재 한국기독교는 반공주의의 망령 위에 이슬람포비아와 호모포비아를 얹어 혐오의 종교로 굳어져 가고 있다. 한국기독교는 무언가를 반대하고 미워하는 태도가 자신들의 정체성을 규명해 준다고 여기는 듯하다.”(209쪽)

그동안 교권과 학계의 눈치를 보거나, 혹은 여러 가지 이유로 역사학자들이 회피한 주제들도 단단하게 실려 있어 더 반갑다. ‘흑역사’를 직면하지 않는 한 한국교회는 더 암울해질 것이다. 같은 잘못을 되풀이하면서도 회피를 거듭하며 길을 잃을 것이다. 남의 이야기라 생각하고 읽었으나 나의 민낯을 보는 듯 강한 찔림이 있는 책이다. 나도 흑역사 언저리에 발을 딛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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