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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 출판사의 새로운 도전, 새물결아카데미
[308호 커버스토리]
[308호] 2016년 06월 27일 (월) 13:12:22 최경환 새물결아카데미 연구원 goscon@goscon.co.kr

오랜 기억의 출발점
정확하게 기억이 나진 않지만, 학교 공부에 점점 흥미를 잃어가던 시점과 자꾸만 외부 아카데미에 기웃거리게 된 시점이 얼추 겹친다. 대학원이라고는 하지만 70명도 넘는 학생들이 좁은 강의실에 구겨지듯 들어가 수업을 듣고, 질문 하나 제대로 못 하면서, 권위적인 교수에게 일방적인 교육을 받는 것 자체가 너무나 싫었다. 현실로부터 터져 나오는 신학적 고민과 물음들은 모두 거세당하고, 미리 정해진 정답의 테두리 속에서만 이야기를 전개하는 토론과 가르침에 숨이 턱턱 막혔다. 교단의 목회자를 양성하는 교육기관의 태생적 한계를 모르는 바 아니었으나, 급변하는 한국사회의 필요와 목소리를 전혀 파악하지 못하는 커리큘럼이나 시스템은 교수나 학생을 서로 피곤하게 만들었다.

그러던 어느 날 마치 친구 손에 이끌려 교회에 가듯, 허름한 상가 2층에서 모이는 신학 공부 모임에 참석했다. 엄청난 스펙을 자랑하며 탁월한 학문적 역량을 자랑하는 강사가 있는 것도 아니고, 비슷한 신앙 배경과 전통을 가진 사람들이 모인 것도 아니었으나,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쭈뼛거리며 공부하는 모임 속에 묘한 매력이 있었다. 그곳에서 속에서부터 곪아 터진 나만의 목소리를 끄집어낼 수 있었고, 비슷한 고민을 하는 신앙의 동지들이 의외로 많다는 사실에  위로를 경험할 수 있었다. 함께 책을 읽고 토론하면서 좁디좁은 신학의 외연이 넓어지고, 사유의 깊이가 깊어짐을 경험할 수 있었다. 그렇게 아카데미와의 만남이 시작됐고, 10년 동안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며 나만의 ‘아카데미 커리어’를 쌓았다. 

수강생에서 아카데미 스태프가 된 건, 기독지성운동의 효시라 할 수 있는 ‘기독교학문연구회’(기학연) 간사가 시작이었다. 10년 전만 해도 기독교세계관운동이 여전히 인기 있는 담론이었고, 관련된 책들도 지속적으로 쏟아지던 시절이었다. 그러다가 박총 선생이 <복음과상황>에 기독교세계관 논쟁을 촉발시켰고, 이후에 젊은 복음주의자들 사이에서 다양한 논쟁이 봇물 터지듯 시작됐다. 꼭 이 사건 때문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이때부터 기학연은 점차 후속세대로부터 외면을 당하고, 새로운 담론을 생산할 수 있는 역량을 상실했던 것 같다. 인문학을 공부하는 기독 청년들은 새로운 플랫폼의 출현을 기대했고, 자연과학을 공부하는 이들의 모임은 눈에 띄게 축소됐다. 비슷한 시기에 현대기독교아카데미, 기독청년아카데미, 청어람아카데미가 생기면서 새로운 아카데미운동이 시작됐고, 각각 자신의 장점을 살려 나름대로 감각적이고 현대적인 담론들을 만들어냈다.

이후 다양한 아카데미운동이 이곳저곳에서 생겨났고, 여러 가지 방식으로 대중들과 소통하며 기독지성운동을 이끌어 왔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났으니, 이쯤에서 그동안 기독 아카데미의 지형도가 어떻게 변했고, 어떤 필요에 직면했는지 진단해보는 것도 의미 있는 작업이라 생각한다.

‘환상’을 ‘현실’로 만든 새물결
개인적으로는 작년 신학 전문 출판사 새물결플러스에 입사해서 1년간 편집자로 일했다. 평소 책에 관심이 많았고, 또 즐겨 읽었기에 책을 만드는 일은 꼭 한번 해보고 싶은 일이었다. 하지만 현장에서 경험한 기독 출판의 현실은 생각보다 훨씬 힘들고 어려웠다. 굳이 데이터를 제시하지 않더라도 국내 출판 시장의 하락세와 신학 서적의 소비 감소는 잘 알려진 사실이다. 요즘에는 유명 목사의 설교집이나 말랑말랑한 간증집조차 장사가 안 되는 현실이니 전문적인 신학 서적의 판매 저조는 말하나마나다.

이제는 출판사가 단순히 책을 제작해서 서점에 배포하는 역할만 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관련된 콘텐츠를 생산하고 공격적으로 마케팅을 해야만 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사람들이 책을 읽지 않고 구매하지 않으니, 직접 찾아가 책을 읽어주고 알려야 하는 수고를 해야 한다. 아무리 좋은 책을 만들어도 읽히지 않고 유통되지 않는다면, 한국교회의 기형적인 신학과 복음이 변화될 리 없다. 결국 양질의 콘텐츠를 보급하고 유통시킬 매체와 플랫폼이 필요하고, 신학을 대중과 연결시켜 줄 유능한 커뮤니케이터가 필요했다. 그런 고민의 일환으로 새물결아카데미가 작년 겨울에 시작됐다.

솔직히 새물결아카데미가 이렇게 짧은 시간에 많은 이들의 관심과 참여를 끌어낼 줄은 몰랐다. 출판사를 기반으로 시작했다고는 하지만 새물결아카데미는 지난 6개월 동안 많은 분들의 후원과 사랑으로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다. 한편으로는 현재 기독교아카데미에 대한 대중들의 필요와 수요가 상당히 높다는 것을 감지할 수 있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제도권 신학에 실망하고 재야에서 새로운 희망을 발견했던 지난날의 내 모습이 오버랩 되면서 씁쓸하기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한국교회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나 목회자의 추문은 말할 것도 없고, 최근에는 ‘가나안 성도’ ‘목회자의 이중직’ ‘신학교육의 대중화’ ‘인터넷 강의의 보편화’ 같은 현상들이 급속도로 확산되면서 아카데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도 한몫한 것 같다.

아카데미운동을 하는 사람들은 대다수 비슷한 ‘환상’을 공유하고 있다. 자본과 이념에 휘둘리지 않으면서 우정에 근거한 학습 공동체를 지향하고, 함께 모여 이야기하고 떠들면서 새로운 대안과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다. 다만 이런 ‘환상’이 현실화되려면 누군가는 상당한 헌신을 해야만 하고, 용기 있게 투자해야 한다는 현실의 벽 앞에서 주춤하게 된다.

그런 점에서 새물결플러스의 김요한 대표는 뚝심과 용기를 가지고 과감하게 기독지성운동의 큰 판을 만들었다고 할 수 있다. 새물결아카데미는 진영 논리에 휘둘리지 않고 젊고 유능한 신학자들이 눈치 보지 않고 자신의 연구 성과와 관심사를 맘껏 강의할 수 있도록 판을 깔아줬다. 전문적인 신학이 대중과 소통하는 방법을 고민하고, 가능하면 한국교회의 현실과 사회적 현안들을 담아낼 수 있도록 강사들과 조율해서 강의를 만들었다. 수강 인원을 15~20명으로 제한해서 가능한 강사와 긴밀하게 소통하고 인격적인 만남이 가능하게 한 것도 큰 장점이다.

아카데미를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수강료를 정하고, 강사료를 지급하는 문제가 늘 골칫거리지만, 다행히도 아직은 수강자와 강사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수준에서 운영하고 있다. 무엇보다 대표의 든든한 지원 아래 아카데미 직원들이 맘껏 자신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었던 것도 새물결아카데미의 큰 자랑이다.

풀어야 할 숙제
오랜 시간 아카데미 간사를 하면서 늘 고민했던 문제 중 하나는 좋은 콘텐츠와 강의가 현장에서 모두 소진된 후 결과물을 생산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예를 들어, 좋은 강의가 개설되면 수강인원이 많거나 적거나 그 내용이 이후에 출판으로 연결되거나 미디어로 제작되어 많은 사람들에게 보급되면 더 큰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새물결아카데미는 최상의 하드웨어를 마련했다고 볼 수 있다. 출판사와 아카데미가 선순환 구조로 돌아가기 때문에 출판사 책으로 함께 스터디를 할 수 있고, 반대로 강의 내용을 출판으로 연결할 수도 있다. 또한 모든 강의를 영상으로 제작해 후원자들에게는 무료로 공개하기 때문에 전 세계 어디에서도 아카데미 강의를 들을 수 있다. 결국 출판이나 아카데미나 중요한 것은 좋은 콘텐츠를 개발하고 그것이 소비자에게 공급되는 과정을 유기적으로 연결해 서로의 필요를 넉넉하게 채워줄 수 있는 담론의 장이다. 

앞으로 새물결아카데미가 더 신경 쓰고 투자하고 싶은 분야는 역량 있는 학문 후속 세대를 양성하고 지원하는 일이다. 예전에는 인문학을 공부하는 기독 청년들의 모임이나 학술대회가 종종 있었는데 최근에는 좀처럼 그런 모임을 찾아보기 힘들다. 당장 수익이 창출되거나 이득을 볼 수 있는 영역이 아니기 때문에 소규모의 아카데미나 단체에서 밀어주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교회들이 나서서 할 수 있는 영역도 아니다. 결국, 우리는 그들을 키우지 않은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지 않은가. 기독교는 윤리와 실천의 영역에서 실패했을 뿐 아니라 지적인 담론장에서도 철저하게 외면당하고 패배했다. 이제라도 젊은 청년들이 기독교신학에 근거해서 창의적이고 실험적인 학문을 구축할 수 있도록 후원하고 지원해야 할 것이다. 새물결아카데미가 작게라도 이런 운동의 모판이 되길 기대해본다.

모든 아카데미가 공통으로 고민하는 부분은 아마도 후원과 동원에 대한 것이라 생각한다. 한국의 그리스도인들은 사회봉사도 많이 하고 좋은 단체들에 후원도 많이 하지만, 정작 한국 기독교의 근본을 바꾸고 신학의 미래를 만들어갈 아카데미에는 후원이 인색하다. 또 돈을 내고 강의를 듣는 것에도 상당한 편견을 가지고 있다. 조금만 관심을 갖고 일반 아카데미에서 어느 정도의 수강료를 받는지 알면 기독교 아카데미가 얼마나 저렴한 수강료를 받는지 알 텐데 말이다. 좋은 열매를 맺기 위해서는 좋은 토양을 만들어야 한다. 한국교회의 미래가 진심으로 걱정된다면 기독지성운동과 아카데미운동에 적극적으로 후원하고 동참해주길 바란다.

끝으로 새물결아카데미의 학제와 운영에 대해 간단히 소개하려 한다. 새물결아카데미는 1~2월, 4~5월, 7~8월, 10~11월에 정기 강좌가 8주간 개설된다. 정기 강좌에서는 성서학, 기독교사상, 인문교양 과목이 각각 5~8개씩 개설된다. 대부분 박사학위를 소지한 전문 강사들이 자신의 전공을 살려서 창의적인 강의를 개설하고, 대학원생들이 진행하는 세미나도 다수 개설된다. 자발적인 독서모임이나 스터디도 언제든 환영한다. 3, 6, 9, 12월에는 특별 강좌 및 대중 강좌가 개설되는데, 그때그때 시의적절한 신학 강의와 인문학 강의가 대부분 무료로 열린다. 지난 3월에는 총선을 앞두고 그리스도인들을 위한 정치 특강을 개설했고, 6월에는 정혜신 박사와 이명수 선생으로부터 사회적 희생자들을 어떻게 돌봐야 하는지를 들었다.

올여름에도 대략 30개의 강의와 세미나들이 개설되었으니 홈페이지를 통해서 관심 있는 과목들을 체크하길 바란다. 최근에 학위를 받은 전문 신학자들의 강의에서부터 교회 여름 사역에 필요한 실용적인 강의까지 다양한 과목들이 개설됐다.

■ 새물결 7~8월 강좌
    이번 새물결아카데미 정기 강좌는 여름철 휴가와 수련회를 고려해서 4주간 집중적으로 공부할 수 있는 Mini Wave로 준비했다. 대중 강좌와 일일 특강도 여러 개 마련되어 있다. 아래의 링크를 통해 자세한 일정을 확인할 수 있다. 
    - 새물결 대중 강좌 안내:
http://hwacademy.kr/?cat=4
    - 새물결 Mini Wave 안내: http://hwacademy.kr/?page_id=4384

■ 새물결아카데미
    강의실: 서울시 영등포구 양평로 11 (당산동5가 11-32)
    연락처: 02-2652-3161
    누리집: hwacadem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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