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9호 은수연의 네버엔딩Q]

‘인복’ 많은 사람?
저는 인복(人福)이 많은 사람이라고 늘 자랑하며 살아왔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망치로 얻어맞는 것 같은 경험을 했습니다.

“다른 사람 걱정은 해봤어?”
“으응…? 걱정?”
“저 사람이 무슨 힘든 일이 있나? 요즘은 어떻게 지내나? 염려되고 그러는 거 말이야.”

질문을 망치로 하는 줄 알았습니다. 머리를 망치로 가격당한 듯 띵합니다. 친구가 훅 치고 들어온 질문에 어찌할 바를 모르겠습니다.

“나는 어릴 때부터 엄마가 김치를 담그고 있으면 곁에서 지켜보다가 ‘아 이때쯤에는 설탕을 딱 내놓으면 좋아하겠구나, 지금은 소매가 자꾸 내려오네, 소매를 흘러내리지 않게 걷어드려야겠구나’ 뭐 이런 생각을 하고 딱 해주곤 했어. 그럼 어떻게 알았냐며 좋아들 했지. 난 늘 사람들을 멀리서 지켜보고, 관찰하다가 뭐가 필요하겠다 싶은 게 보이면 그걸 해주곤 했던 거야, 어릴 때부터. 커서도 계속 그러고. 그러다 나는 왜 이러나 계속 생각하는데, 관찰을 하는 거 같아, 떨어져서, 상대방을.”
“그런 거 안 해본 거 같은데 나는….”

얼굴이 화끈거립니다. 나이 마흔이 넘어 이걸 알고, 이제야 생각하기 시작하다니 답답합니다. 내 속에 가득 찬 ‘나’를 봅니다.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서 딴 사람은 둘 곳이 없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거짓말하는 동료를 대하는 태도나 방법도 이 친구는 참 다릅니다. 친구가 저에게 묻습니다.

“그래서 너는 어떻게 했어?”
“거짓말 하지 않아주면 좋겠다고 직접 말했지. 동료로서 기본적인 신뢰를 할 수 있게.”
할 말을 잃은 듯 잠시 멍하니 저를 바라봅니다.
“나라면 그 사람이랑 어차피 일을 같이 하고, 일을 잘하게 하고 싶은 거니까, 거짓말이라는 단어는 아예 꺼내지도 않았을 거야. 저 사람이 지금 일이 버거운가? 일이 많나? 집에 무슨 일이 있나? 등등을 살피며 이야기 나눌 것 같아. 잘못을 지적하기보다는 어떻게 하면 일을 잘 하게 할까에 초점을 맞춰서. 그렇다고 그 사람이 잘 했다는 건 아니고, 그런 사람 많거든.”
“많다고?”
“아마 절반? 절반은 되지 않을까 싶은데. 그럼 너는 주변에 거짓말 하나도 안 하고, 뒷담화 하나도 안 하는 그런 사람들만 두고 지내? 니가 말하는 좋은 사람들만?”
“아니 뭐, 잘 모르겠어. 집 나와서 지내면서 인복이 있었지. 부모복은 없어도 인복은 많다고 하면서 살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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