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0호 거꾸로 읽는 성경] 다윗의 정치에 대하여 (삼하 3:12~16)
미갈은 사울의 둘째 딸이자 다윗의 첫째 아내였다. 사울은 골리앗을 무찌른 남자를 사위로 삼겠다는 약속에 따라 그녀를 다윗에게 주었다. 이때 재미있는 것은 성경 저자가 다윗에 대한 미갈의 감정은 노출시키지만, 미갈을 향한 다윗의 감정에 대해서는 철저히 침묵한다는 점이다. 즉 미갈은 다윗을 사랑했지만(삼상 18:20), 다윗이 미갈을 사랑했는지는 알 수 없다. 다윗은 아내와 로맨틱한 관계보다는 왕의 사위가 되는 일이 더 중요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사울 왕은 자신의 사위가 된 다윗을 미워했다. 급기야 다윗을 죽이기 위해 그의 집으로 암살단을 보냈다. 이 때 미갈은 아버지를 속이고 다윗의 도망을 돕는다(삼상 19:17). 다윗을 사랑하지 않았다면 도저히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미갈이 다윗과 재결합할 가능성을 완전히 사라지게 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사울이 미갈을 갈림 출신 라이스의 아들 발디(엘)에게 시집보낸 것이다(삼상 25:44). 성경 저자는 이것을 다윗이 아비가일과 아히노암을 아내로 취한 사건과 비슷한 시기에 발생한 사건으로 그린다(삼상 25:42~43).
다윗이 미갈의 결혼 소식을 듣고 다른 아내를 취한 것인지, 사울이 다윗의 결혼 소식을 듣고 미갈을 다른 곳에 시집보낸 것인지 확실하지는 않지만, 분명한 것은 다윗과 사울 모두 그 결혼으로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려 했다는 것이다. 사울의 경우 미갈을 다른 곳에 시집보냄으로써 다윗을 사울 왕가에서 파문시켰다. 즉 다윗은 더 이상 ‘왕족’이라고 주장할 수 없다. 한편 사울 왕으로부터 파혼 당한 다윗은 아비가일과 결혼함으로써 유다 지방, 특히 헤브론에 대한 통치의 정당성을 얻음으로써 사울 왕권에 도전할 정치적 교두보를 확보했다. 그리고 이것으로 미갈과 다윗의 인연도 영원히 끊어진 것 같았으나, 놀라운 사건이 발생한다. 다윗이 미갈과 다시 결합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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