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0호 스무살의 인문학]
▲ 사진: cc by craigCloutier |
먹을 식(食), 좀먹을 식(蝕)
지긋한 장마의 꼬랑지에 빌붙은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기 시작한 지난 7월 말, 부산과 울산에서는 ‘지진 괴담’도 함께 기승을 부렸습니다. 물고기가 몰려와 몸을 부딪치는 해안가를 수만 마리 개미 떼가 덮고, 까마귀 떼가 하늘을 메우는 기이한 영상들이 나돈 것입니다. 게다가 부산과 울산 전체에서 원인 모를 가스 냄새가 났다고 하고요. 부산 출신인 저는 걱정이 되어 가족들에게 전화까지 돌릴 지경이었습니다.
그러나 보름이 지나도록 공식 발표는 없고, 그렇게 가스 냄새의 원인은 매캐한 냄새와 함께 어딘가로 흩뿌려지고, 우리는 지진에 대한 불안을 먹어치우기라도 한 듯이 잊어버리고 말았습니다. 이십여 일이 지나서 국민안전처는 나름의 결론을 발표했지만, 온갖 부담을 지고 조사를 마친 국민안전처 재난관리실장의 상접한 피골이 무색하게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았습니다. 일어날 것만 같았던 지진은 그렇게 없던 것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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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림 철학을 좋아하는 20대 인문학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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