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2호 에디터가 고른 책] 《평화 형성 서클》/ 케이 프라니스·배리 스튜어트·마크 웨지 지음 / 백두용 옮김 한국아나뱁티스트 출판사 펴냄 / 20,000원

회복적 사법 분야 전문가들이 범죄와 갈등을 다룬 수많은 경험과 깨달음을 담은 책이다. 이들은 특별히 공동체의 치유와 개선을 위해 ‘평화 형성 서클’(Peacemaking Circles)을 활용할 것을 추천하며, 이에 관한 포괄적이고 정밀한 매뉴얼을 제공한다. “내가 알기로, 둥그렇게 모여 앉아 이야기하는 풍습이 없는 토착 문화는 단 하나도 없다”는 윌리엄 아이작스의 말을 빌려온 저자들은 ‘옛 지혜’(원주민 공동체 전통)와 ‘새로운 경험’(합의형성/대화/분쟁 해결)의 상호 작용을 통해 갈등을 해결해왔다.

“그러므로 서클은 최신 기법이나 유행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서클은 옛 지혜와 새로운 지혜를 통합함으로써 특히 갈등이 일어났을 때 어떻게 하면 생기 있고 자유롭고 유익하고 열린 인간관계를 지켜나갈 수 있는지를 잘 알려준다.”(13쪽)

2003년 이 책이 미국에서 출간된 이래 현재까지 삶의 다양한 영역에서 서클 활용이 늘어나고 있다. 이들의 원운동은 역사적 해악 문제(인종차별)를 해결하고, 학교와 교도소의 연결고리를 끊는 주요 전략으로 받아들여진다. ‘평화 형성 서클’은 정식 사법 절차이기도 해서, 서클에서 내려진 결정을 바탕으로 판사가 최종 판결을 내리게 된다.

이러한 서클은 네 가지 패러다임 전환을 추구한다. 1) 강압에서 치유로, 2) 개인의 책임에서 개인을 포함한 공동의 책임으로, 3) 국가 의존에서 벗어나 공동체가 좀 더 자립하는 방향으로 4) ‘받은 것을 되돌리는’ 정의에서 ‘상처를 회복하는’ 정의로.

교과서적이고 이상적인 내용이라는 생각에 지루함이 느껴질 즈음 범죄자, 준범죄자들의 변화와 치유 사례가 소개된다. 그들이 우리 서클(공동체)에 녹아드는 기적의 이야기를 접하다 보면, ‘잘나고 똑똑한 사람들’이 모인 우리 공동체는 왜 갈등과 분쟁이 계속되는지 부끄럽다. 둥그렇게 모여 앉아 대화하는 법을 모르는 탓일 게다. 갈등을 극복하고 공동체를 회복하기 원하는 가정, 학교, 회사, 교회 등에 이 책을 읽고 적용해보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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