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3호 무브먼트 투게더] 청소년 사역 발벗고 나선 이학준 풀러신학교 교수 인터뷰

언더우드 선교사의 모교인 미국 뉴브런스윅 신학교 최초 동양인 종신교수를 거쳐, 지금은 풀러신학교에서 기독교윤리학을 가르치는 이학준 교수(58)는 공공신학과 마틴 루터 킹 연구의 권위자로 알려져 있다. 글렌 스타센 교수에 이어 기독교윤리학과 학과장을 맡은 신학자가 미국의 한인 2세 청소년 교육 운동에 10여 년이나 매진해왔다는 사실은 이채롭고도 흥미롭다. 그는 2007년 ‘우리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Generation to Generation)라는 뜻을 지닌 G2G 교육연구소를 설립하여 미국 내 한인 2세들의 정체성과 신앙 교육, 부모-자녀 세대간 갈등 및 문화적 갈등 극복을 돕는 일에 헌신해왔다. 이를 위해 청소년 신앙교육 교재까지 개발하여 보급할 정도로 차세대 사역에 깊은 애정을 쏟고 있다. 지난가을, 국내 교회 및 교육단체와 청소년 사역 협의차 잠시 내한한 이 교수를 만나 ‘공공신학자의 청소년 교육 운동’ 이야기를 들었다. 

   
▲ 이학준 교수 ⓒ복음과상황 이범진

― 오랫동안 미국 내 한인 청소년 교육에 관심을 갖고 관련 기관을 세워 사역한 것으로 알고 있다. 기독교윤리학자이자 공공신학 권위자인 교수님이 왜 ‘한인 2세/청소년 교육’에 매진하시게 되었는지 궁금하다.
처음부터 계획한 일은 아니었다. 오늘 이 시대는 청소년, 청년 등 차세대 아이들을 보호하고 교육해야 할 가정·학교·교회 이 세 기관이 위협받는 시대구나 하는 문제의식이 생겨난 게 사역을 시작한 동기였다. 이 세 기관이 어떤 제품을 생산·유통하는 기관은 아니지만, 사회의 기본 토대를 다지는 곳 아닌가. 토대가 위협받는 시대는 위태롭다. 위태로운 시대의 청소년들을 위해 무엇이라도 해야겠다는 마음이 절실했다.

― 기본 토대를 위협하는 주범은 ‘누구’라고 보는가?
위협의 주범은 신자유주의, 금권주의라고 본다. 물론 모든 시대가 돈을 좋아했다. 예수 시대에도 맘몬과의 싸움이 중요했다. 그런데 지금 이 시대는 그보다 더 심각하다. 인터넷 시대에 접어들면서 우리는 인간의 기본 인격 형성과 관계마저 파괴되는 시대, 기본 상식이 뒤집히는 시대를 살고 있다. 이런 점들이 높은 자살률과 ‘묻지마 살인’ 등으로 표출되고 있지 않나. 나는 미국 생활이 30년이 넘었다. 미국과 한국, 두 사회가 문화적 차이는 있지만, 이런 위협의 양상은 매우 비슷하다. 물론 위협의 근원은 세계화된 신자유주의 경제구조라고 본다. 이것은 인간에게 끊임없이 욕망을 부추기기 때문에 인간의 인격 형성과 인간관계를 파괴한다. 

― 오늘날의 인터넷 시대가 다른 시대보다 더 파괴적이라고 보는 이유는?
무엇보다 폭력적인 게임, 야동 같은 콘텐츠의 유통, 그리고 가족 및 이웃과의 단절 때문이다. 유해 콘텐츠들이 청소년들에게 마구 침투하고 있다. 이런 콘텐츠에 빠지게 되면 점점 자기 파괴로 향하게 된다. 이런 사회적 흐름을 거슬러 공공선을 추구하고 이웃을 생각하는 사람을 길러내야 하는데 그러려면 먼저 성품과 시민정신을 길러주는 곳이 필요한데 그게 학교, 가정, 교회다. 특별히 교회는 하나님 나라를 위한 의(義)를 지닌 차세대를 키워야 하는데, 이들을 키워내지 못하면 교회가 인터넷 문화에 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지금 기업들은 심리학을 비롯하여 온갖 첨단 학문과 빅데이터를 활용해 우리 자녀들을 사로잡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가 잘한 게 그런 거다. 대중에게 어필할 수 있는 지점이 어디인지 정확하게 간파한 것이다. 윤리와 도덕 기준을 무너뜨리고 선동적 포퓰리즘으로 대중을 움직인 그의 크나큰 문제와는 별개로.

― 가정, 학교, 교회가 제 기능을 발휘하면 이 시대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까? 
오늘날의 위기는 크게 민주주의의 위기와 문명적 위기다. 자연은 물론 인간마저 수단으로 대함으로써 여러 생명을 멸종시키는 문명이다. 저마다 이 위기를 극복하는 여러 방안을 제안할 수 있다. 그러나 가정, 교육, 종교 분야에서 개혁이 일어나지 않고 문명을 살려낼 수 있을까? 미국의 2008년 경제 대란을 누가 일으켰나. 바로 엘리트들이다. 그들이 모인 월스트리트에서 ‘도박’이 자행되면서 위기가 잉태되었다. 그것은 곧 윤리의 위기인데, 사람의 됨됨이와 관련된 문제이다. 그들이 앞의 세 기관에서 제대로 교육을 받았다면 지금 같은 큰 위기에 처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들과 반대의 경우로 마틴 루터 킹 목사를 들 수 있다. 그는 가정과 교회에서 제대로 된 교육을 받았다. 어머니로부터 “넌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음 받은 고귀한 존재”라는 말을 들으며 자랐다. 이를 통해 인종차별을 이겨낼 수 있었다. 그리고 외할아버지와 아버지가 목사였는데, 흑인 교회의 “하나님 안에서 모든 인류는 하나”라는 평등, 연대, 정의의 정신이 바탕이 되어 그의 윤리관을 형성했다. 대학 다닐 때 노동자들과 함께 일하며 흑인들이 어떤 취급을 받는지 뼈저리게 체험했다. 이렇게 형성된 인물이 바로 마틴 루터 킹이다. 그가 생명을 살리는 인권 운동에 뛰어든 건 당연한 일이었다.

― 공공신학의 필요성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것 같다. 지금의 한국교회가 공공신학을 이해하고 실현할 수 있을까?
염려되는 부분이다. 2011년에 《한국교회, 패러다임을 바꿔야 산다》(새물결플러스)를 썼을 때 공공신학과 관련한 방향성을 제시한 적 있다. 하지만 대다수 교회 내 기성세대가 새로운 패러다임을 수용할 마인드가 없는 듯하다. 내적 성찰과 신학적 탐구를 통해 자기를 갱신할 능력이 있는지 회의적인 의문이 든다. 여기저기서 기독지성인들의 회개와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기는 하지만, 교회 차원으로까지 확장되지는 않는 분위기 아닌가. 부정부패와 거리가 먼 목회자들은 개인 경건에 집중하면서 세상에 물들지 않겠다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교회는 개교회와 교단 생존에만 치중하는 정도인데, 이 상태로 간다면 교회가 어떻게 될 건가 염려가 크다. 한국교회가 10조 원의 부채를 안고 있는데, 이 문제를 전혀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미래 세대에게 그 짐을 모두 지우려는 것인지…. 

― 지난 2015년 2월 <미주 뉴스엔조이>와의 인터뷰에서 “부모가 기독교인이니 자녀도 기독교인이 되는 시대는 끝났다”라고 하셨다. 
부모의 사회화 과정과 자녀의 사회화 과정이 많이 달라졌다. 과거에는 부모의 경험이 자녀에게 자연스럽게 전수가 되었다. 그런데 지금은 부모들은 산업사회에 살고 있다면, 자녀들은 후기산업사회를 살고 있다고 보면 된다. 부모들은 아날로그, 자녀들은 디지털. 부모는 책, 자녀들은 스마트폰. 이렇게 베이비붐 세대와 밀레니얼 세대의 세계관 차이가 크다. 부모가 교육받고 자랐던 패턴 그대로 밀레니얼 세대를 가르치려 하면 안 된다. 중간 과정에서 번역이 필요하다. 의도적으로 공부하면서 노력하지 않으면 전수가 되지 않는다. 미국 주류 교회에서 교육받고 대학에 간 아이들 넷 중 한 명만 기독교 신앙을 유지한다. 나머지는 떠난다. 고등학교 때 신앙적으로 잘 교육하지 못한 책임도 크다. 입시경쟁도 치열하고, 성문화가 더 개방되고, 기독교를 개독교라 하는 사회에서 사는데, 그런 문화 전쟁에 내보내면서 무기도 안 주고 훈련도 안 시키고 내보내는 것과 같다. 개인 경건으로 이겨내라고 말하는 것은 무척 소극적인 대응이다. 그래서 신앙 교육의 패러다임 변화가 절실하다고 거듭 얘기하는 거다. 

― 지투지(G2G) 교육연구소를 2007년에 시작하셨고 몇 달 전에는 북미한인기독교육연구소(KODIA)와 통합을 이루기도 하셨다. 지금까지 미국 내 한인 2세 교육 사역을 해오면서 느끼신 점이 있다면?
아내와 뉴욕에서 비영리기관으로 같이 시작했다. 미국에서 교회 두 곳을 개척하기도 했다. 느낀 점이 있다면, 사람은 변하지만 변하는 속도가 아주 느리다는 사실이다. 물론 순간적 은혜와 감동이 있지만, 지금껏 형성되어온 습관과 사고를 바꾸는 것은 무척 어렵다. 오랜 시간이 걸린다. 목회에서 오는 좌절감과 고민 속에서, 자연스럽게 새로운 세대를 위한 교육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청소년 세대를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새로운 틀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연구소를 세워 사역하고 있다. 

― 새로운 ‘틀’이라 하면?
한마디로 정의할 수는 없다. 베이비붐 세대는 좋은 건물, 좋은 시설 해놓고 오라고 하면 됐다. 그런데 밀레니얼 세대는 다르다. 자기가 원하는 동아리를 직접 검색해서 찾아가고 그런 이들끼리 모인다. 목사 한 사람의 설교를 통해 한 메시지를 통일되게 전달하는 게 쉽지 않아진 것이 오늘날 미국 밀레니얼 세대의 특징이다. 그들은 ‘과연 내 문제를 교회가 터치해줄 수 있는가?’ 고민한다. 이것이 그들의 핵심 고민이자, 교회를 바라보는 인식의 출발점이다. 내가 나를 돌보지 않으면, 아무도 세상에서 나를 돌봐주지 않는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이것은 부서진 가정, 부모와의 갈등에서 생겨난 인식이기도 하다. 신앙을 가진 부모라 하더라도, 그들로부터 성육신한 하나님의 모습을 보지 못했기에 신뢰 관계가 형성되지 않는 것이다. 인터넷 시대에는 그게 더욱 어렵다. 아이들이 씨름하는 모든 고민거리에 대해 성경 공부에서 다뤄주고 함께 고민하는 만남의 공간이 제공되어야 한다. 기독교 전통에는 이런 말이 있다. “구세주는 한 분이지만, 성령은 백만 가지 방법으로 다가오신다.” 그리스도는 보편적 기준이시고, 성령은 구체적인 원칙으로 일하신다. 소그룹에서 대화하고 자기 이야기를 꺼냈을 때 성령이 각자에게 알맞게 다가가시며 역사하신다. 

― 교육에 관한 교수님의 방향성과 가치관이 지투지 교재에 어떻게 녹아 들어있나?
교재에는 자기 이야기를 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한 과정으로 담겨 있다. 성경구절부터 시작하지 않고, 청소년들의 실제 삶 이야기를 먼저 시작하게 한다. 아이들이 자라면서 교회를 떠난다는 것은 교회가 그들의 신앙 정체성 형성에 실패했다고 봐야 한다. 기독교가 자기 삶에서 동떨어졌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떠나는 것이며, 이는 그 아이가 삶을 살아가도록 교회가 준비시켜주지 못했다는 뜻이다. 우리 교재는 그래서 그들이 경험하는 현장의 고민, 현실의 이슈를 스토리로 만들어 접근하는 방법을 택했다. 그들이 당면한 문제에서부터 시작해야 심도 있는 이야기도 꺼낼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이를 위해 여러 분야의 전문가가 함께 모여 교재를 만들었고, 계속 만들어가고 있다.  

▲ 이학준 교수 ⓒ복음과상황 이범진

― 미국 내 교재를 보급하고 사용했을 텐데 반응은 어떤가?  
현장의 아이들 반응은 ‘우리 얘기를 다루어주어 좋다’는 것이다. 일단은 매우 활발하게 참여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학부모 교재도 만들었는데, 아마 미국 내에서도 최초가 아닌가 싶다. 차근차근 시간을 갖고 지속해가면 신앙적 사고력과 공동체 의식을 길러줄 것이라고 본다. 유대인의 탈무드 훈련과 기본적인 궤를 같이하는데 총 100과로 구성되어 있다. 1년에 33과를 진행할 수 있다고 볼 때 3년이 걸린다. 3년 정도 이 교재로 훈련하면, 하나님과 나와의 관계를 끈끈하게 유지하면서 삶의 현장에서 소명으로 살아내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미 이 분야에서는 지투지 연구소가 북미에서 가장 앞서가는 아시아계 교육연구소가 아닌가 한다. 한국에서도 이런 교재가 필요하다는 반응이 있어 관계자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한국교회가 새롭게 태어날 수 있는 도구로서 우리 교재를 제공하고 싶다. 영어교재를 통해 다문화 가정을 지원하는 방안도 염두에 두고 있다. 여러 분야에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 청소년 교재의 경우, 내용 못잖게 가르치는 교사 역량이 관건일 듯하다.

▲ G2G 교재

한 번에 우리 교재를 공과교재로 사용하라고 제안하지는 않는다. 실험적으로, 예를 들면 수련회 때 한 번 사용해보라고 권한다. 대학에 들어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대학 이후의 삶을 대비하고 준비하는 것의 중요성에 공감하는 부모들과 이를 자원하는 아이들 중심으로 시작하게 하고 있다. 한국의 기독교 대안학교에서 실험적으로 사용해본 결과, 반응이 매우 좋게 나왔다. 수양회를 통해 사용해보겠다는 교회도 여럿 있다. 교사용 교재가 따로 있어서 30분 정도만 투자하면 준비하는 데 충분하다. 교사가 많은 얘기를 할 필요는 없다. 강의나 설교가 아니라 아이들로부터 이야기를 끌어내는 정도의 역할이면 충분하다. 나머지는 아이들이 스스로 말하고 대화하게 하는 게 관건이다. 앞으로는 교사용 매뉴얼을 만들어서 유튜브를 통해 볼 수 있도록 준비할 계획이다.



 

■ G2G교육연구소 및 교재와 관련해 더 자세한 내용은 영문 홈페이지(www.g2gcenter.org)에서 확인할 수 있다. 
■ 교재 문의 및 상담
G2GKorea 교육연구소
전화 : 041-553-4206 
이메일 : g2gkorea@gmail.com

진행_옥명호 편집장 lewisist@gosco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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