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상의 시대 교회의 사명 / 톰 라이트 지음 / 김소영 옮김 IVP 펴냄 / 16,000원

                                                   

▲ 우상의 시대 교회의 사명

저명한 신약학자 톰 라이트의 교회를 향한 메시지. 그는 오늘날 교회의 사명을 가로막는 가장 큰 위협으로 ‘이교주의’를 꼽는다. 

‘이교’(異敎)라는 단어는 다소 생소하다. 역사책에서만 접했던 말일 수 있다. 현실 신앙을 살아가면서 우리는 충분히 ‘타종교’와 ‘이단’을 잘(?) 배척해오지 않았는가? 그러나 저자는 만일 우리가 마르스(전쟁의 신), 맘몬, 아프로디테(성애) 등의 이교 신들과 결별하지 않은 채 기울이는 모든 노력들은 ‘한 유형의 이교주의로 다른 유형의 이교주의에 맞서는 것’과 같다고 경고한다. 

톰 라이트는 이 책에서 각각의 우상이 차지한 영토를 밝히고, 우리가 어떻게 그 우상을 숭배하고 있는지 집요하게 밝혀낸다. 영악하고 치밀하며 심지어 세련미까지 풍기는 여러 우상들을 파헤치는 그의 통찰을 따라가다 보면, 거짓 신을 섬겨온 나의 심연이 폭로되는 기분이다. 저자가 거짓 신으로 규정한 전쟁과 맘몬은 언제나 우리 곁을 배회하며 우리의 영적 제사를 받는 신들이다. 전쟁으로 인해 고통받는 이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도 침묵하며, 때로는 영악한 말들로 둘러대는 이들 모두 거짓 신을 섬기는 사제들이다. 

“사람들이 헌옷과 다른 잡동사니를 가져오면 자원봉사자들은 그것들을 팔아 돈을 벌어 어려움에 처한 이들을 돕는다. 솔직히 나는 최첨단 미사일 하나에 수억 원이 지출되는 마당에 고통받는 사람들은 골목길에서 중고 의류를 파는 누군가에게 의존하는 사회에 살고 있다는 사실에 분개한다. 예수님의 복음이 우리 사회에서 존중받게 하려면, 우리는 빈자와 약자에 대한 돌봄을 의제의 맨 위에 두고 세련된 무기 기술은 아래쪽에 놓을 것이다.”(240쪽)

사람을 대량 살상할 수 있는 무기를 개발·수입하는 데 막대한 돈을 갖다 바치고, 거기에 빌붙고자 온갖 부정부패가 만연한 이 나라 이 교회는 단연코 마르스의 사제, 맘몬의 하수인이 아닌가. 톰 라이트가 제시하는 ‘거짓 신들에 맞섰던 예수의 복음’이 더 치열하게 읽힌다. 

이범진 기자 poemgene@gosco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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